오시리스의 눈 - 리처드 오스틴 프리먼 지음, 이경아 옮김/엘릭시르 |
<하기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2년 후, 의사 버클리는 왕진 중에 존의 동생 고드프리를 진료하게 된 인연으로 그의 딸 루스와 서로 호감을 느끼게 되었다. 존의 실종과 그의 기이한 유언으로 인해 궁핍해진 고드프리와 루스를 돕기 위해, 그리고 불거진 유산 문제로 버클리는 은사인 손다이크 박사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뒤이어 늪지대에서 존의 것으로 추정되는 유골이 발견되는데...
오스틴 프리먼의 명탐정 손다이크 박사가 활약하는 장편. 1911년에 발표된 작품입니다. 이 책까지 나오다니 정말 세상 많이 좋아졌네요.
여튼, 국내 출간된 손다이크 박사 시리즈 중에서도 손꼽힐만한 작품입니다. (그래봤자 서너권이지만...) 대표작이라는 명성에 어울려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재미있거든요. 사건은 딱 한개, 존 벨링엄 실종 사건이라는 단순한 것인데 복잡한 유언장을 엮어서 흥미롭게 전개할 뿐 아니라 추리적으로도 두개의 트릭이 아주 효과적으로 사용되고 있어서 마지막 순간까지 독자를 사로잡습니다. 두개의 트릭 모두 지금은 널리 알려진 단순한 것이기는 하나 정말 사건에 딱 맞게, 적절하게 쓰여서 감탄사를 자아내요. 단순해서 설득력이 높기도 하고요. 특히 제목에서부터 중요하게 언급하는 고대 이집트 유물을 이용한 기상천외한 사체 은닉 트릭이 볼거리입니다. 이런 류의 트릭은 흔하지만 작품 발표 시기를 고려한다면 충분히 원조격이라 할 수 있겠죠?
트릭을 파헤쳐 진상을 밝혀내는 추리가 독자에게도 공정하게 제공되는 정보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황금기 고전 정통 본격물다운 미덕도 장점입니다. 추리의 과정이 합리적이고 설득력이 넘치는 것은 당연하고요.
과학수사의 손다이크다운 시대를 앞서간 증거 수집 방법도 인상적이었습니다. X선을 이용하여 미라의 내부를 촬영하는 장면이 묘사될 정도니까요.
아울러 중간중간에 버클리와 루스의 알콩달콩한 연애이야기가 적절하게 삽입되는 식의 완급조절도 아주 탁월합니다. 이러한 연애이야기는 <붉은 엄지손가락 지문>과도 비슷해요. <붉은..>에서 화자였던 저비스가 손다이크 박사의 조수로 격상(?)되었을 뿐 그의 후배인 버클리가 동일 포지션으로 등장하여 분위기가 좋고 읽는 사람을 흐뭇하게 만들어 주는 애정행각을 큰 비중으로 펼친다는 점에서 말이죠. 저는 아주 즐겁게 읽었습니다.
악역도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도덕적인 면은 눈하나 깜짝하지 않는 똑똑한 소시오패스 캐릭터인데 출간 시대를 생각해보면 상당히 독특하게 잘 그려낸 것 같네요.
그러나 문제도 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범인의 동기가 설득력있게 그려지지 않은 점이죠. 유언장 내용을 알고 있는 사람이 추후 그 유언장의 맹점을 이용해 거금을 확보할 생각으로 잔꾀를 부렸다는 설정인데 그 이유와 방법이 설명되지 않거든요. 그의 말대로 사건의 발단이 애시당초 완전한 우연이 아니었다면 과연 이 유언장의 맹점을 활용해 무엇을 할 수 있었을지 전혀 모르겠어요. 작중 손다이크 등의 입을 빌어 설명되듯 "그의 동생에게 유산을 남겨주기 위한" 목적의 유언장인데 말이죠. 벨링엄을 살해하고 시체를 다른 곳에 숨길 생각이었을까요?
또 이 동기를 독자는 마지막 순간에서나 알 수 있다는 점도 정통 본격물로는 약간 아쉬운 점이었습니다. 동기가 전혀 드러나지 않으니 독자가 범인을 추리하기 어려울 수 밖에 없으니까요. 손다이크 박사의 추리대로 범인은 그 사람일 수 밖에 없다 하더라도 최소한 혐의를 둘만한 설정이 있더라면 더 좋았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이집트 미라 안에 시체를 넣는다는 생각은 기발하기는 한데 그다지 효과적이었을것이라 생각되지 않다는 것도 문젭니다. 작품 내에서도 엄청나게 복잡한 과정으로 묘사되는데 그러한 작업을 할 시간과 장소가 있었다면 다른 식으로 처리하는게 훨씬 빠르고 효과적이었겠죠. 예를 들어 염산같은걸로 녹인다는 식으로요.
그래도 단점보다는 장점이 더 많은 작품임에는 분명합니다. 쓰여진 시대를 감안한다면, 그리고 재미를 생각한다면 별점 3점은 충분하죠. 저와 같은 고전 추리소설 애호가라면 절대 놓치지 마시기 바랍니다.
덧붙이자면 책도 예쁘게 잘 나왔지만 뒤의 해설 역시 꽤 풍성해서 좋네요. 무엇보다도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시리즈 연재로 유명한 유영규 기자가 쓴 글이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오스틴 프리먼의 명탐정 손다이크 박사가 활약하는 장편. 1911년에 발표된 작품입니다. 이 책까지 나오다니 정말 세상 많이 좋아졌네요.
여튼, 국내 출간된 손다이크 박사 시리즈 중에서도 손꼽힐만한 작품입니다. (그래봤자 서너권이지만...) 대표작이라는 명성에 어울려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재미있거든요. 사건은 딱 한개, 존 벨링엄 실종 사건이라는 단순한 것인데 복잡한 유언장을 엮어서 흥미롭게 전개할 뿐 아니라 추리적으로도 두개의 트릭이 아주 효과적으로 사용되고 있어서 마지막 순간까지 독자를 사로잡습니다. 두개의 트릭 모두 지금은 널리 알려진 단순한 것이기는 하나 정말 사건에 딱 맞게, 적절하게 쓰여서 감탄사를 자아내요. 단순해서 설득력이 높기도 하고요. 특히 제목에서부터 중요하게 언급하는 고대 이집트 유물을 이용한 기상천외한 사체 은닉 트릭이 볼거리입니다. 이런 류의 트릭은 흔하지만 작품 발표 시기를 고려한다면 충분히 원조격이라 할 수 있겠죠?
트릭을 파헤쳐 진상을 밝혀내는 추리가 독자에게도 공정하게 제공되는 정보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황금기 고전 정통 본격물다운 미덕도 장점입니다. 추리의 과정이 합리적이고 설득력이 넘치는 것은 당연하고요.
과학수사의 손다이크다운 시대를 앞서간 증거 수집 방법도 인상적이었습니다. X선을 이용하여 미라의 내부를 촬영하는 장면이 묘사될 정도니까요.
아울러 중간중간에 버클리와 루스의 알콩달콩한 연애이야기가 적절하게 삽입되는 식의 완급조절도 아주 탁월합니다. 이러한 연애이야기는 <붉은 엄지손가락 지문>과도 비슷해요. <붉은..>에서 화자였던 저비스가 손다이크 박사의 조수로 격상(?)되었을 뿐 그의 후배인 버클리가 동일 포지션으로 등장하여 분위기가 좋고 읽는 사람을 흐뭇하게 만들어 주는 애정행각을 큰 비중으로 펼친다는 점에서 말이죠. 저는 아주 즐겁게 읽었습니다.
악역도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도덕적인 면은 눈하나 깜짝하지 않는 똑똑한 소시오패스 캐릭터인데 출간 시대를 생각해보면 상당히 독특하게 잘 그려낸 것 같네요.
그러나 문제도 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범인의 동기가 설득력있게 그려지지 않은 점이죠. 유언장 내용을 알고 있는 사람이 추후 그 유언장의 맹점을 이용해 거금을 확보할 생각으로 잔꾀를 부렸다는 설정인데 그 이유와 방법이 설명되지 않거든요. 그의 말대로 사건의 발단이 애시당초 완전한 우연이 아니었다면 과연 이 유언장의 맹점을 활용해 무엇을 할 수 있었을지 전혀 모르겠어요. 작중 손다이크 등의 입을 빌어 설명되듯 "그의 동생에게 유산을 남겨주기 위한" 목적의 유언장인데 말이죠. 벨링엄을 살해하고 시체를 다른 곳에 숨길 생각이었을까요?
또 이 동기를 독자는 마지막 순간에서나 알 수 있다는 점도 정통 본격물로는 약간 아쉬운 점이었습니다. 동기가 전혀 드러나지 않으니 독자가 범인을 추리하기 어려울 수 밖에 없으니까요. 손다이크 박사의 추리대로 범인은 그 사람일 수 밖에 없다 하더라도 최소한 혐의를 둘만한 설정이 있더라면 더 좋았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이집트 미라 안에 시체를 넣는다는 생각은 기발하기는 한데 그다지 효과적이었을것이라 생각되지 않다는 것도 문젭니다. 작품 내에서도 엄청나게 복잡한 과정으로 묘사되는데 그러한 작업을 할 시간과 장소가 있었다면 다른 식으로 처리하는게 훨씬 빠르고 효과적이었겠죠. 예를 들어 염산같은걸로 녹인다는 식으로요.
그래도 단점보다는 장점이 더 많은 작품임에는 분명합니다. 쓰여진 시대를 감안한다면, 그리고 재미를 생각한다면 별점 3점은 충분하죠. 저와 같은 고전 추리소설 애호가라면 절대 놓치지 마시기 바랍니다.
덧붙이자면 책도 예쁘게 잘 나왔지만 뒤의 해설 역시 꽤 풍성해서 좋네요. 무엇보다도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시리즈 연재로 유명한 유영규 기자가 쓴 글이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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