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의 청춘 - 후지와라 신지 지음, 김현영 옮김/눈과마음(스쿨타운) |
제목 그대로 신성일, 엄앵란 주연의 희대의 표절작 "맨발의 청춘"의 원작인 표제작 외 9편, 총 10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는 단편집입니다. 50~60년대를 무대로 하여 힘들고 아픈, 심리적으로 연약한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이 많은데, 이색적인 문체와 분위기는 제법 인상적입니다. 2차대전 직전, 직후의 생활상, 시대상에 대한 묘사도 괜찮고요.
그러나 지금 읽기에는 너무 낡아빠진 고색창연한 설정이 가득하며, 등장인물과 내용이 대체로 비슷하다는 단점이 너무 큽니다. 전개도 급하게 정리 후 마무리되는게 많고요. 이는 제대로 된 작품이 아닌 요약된 시놉시스를 보는 느낌을 전해 주어서, 짤막한 작품들임에도 불구하고 읽는게 힘들었습니다. 작가의 유명세와 수상 경력이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로 완성도가 부실했습니다.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1.5점. 개인적으로는 관심이 많았던 작품이기에 완독했다는 기쁨은 있지만 딱히 구해서 읽을 필요는 없을 것 같네요. Oldies이기는 하지만 Goodies는 아니었습니다.
10편 중 그래도 재미있게 읽었던 3편을 짤막하게 소개하며 리뷰를 마칩니다.
"무정한 여자"
1952년 나오키상 수상작으로 남편이 있는 술집 여자의 애절한 사랑 이야기입니다.
사랑하는 남자를 떠나는 마지막 장면은 "눈이 펑펑 쏟아지는데 땅끝까지 걸어갈 것처럼 앞으로 나아갔다"라는 묘사로 자뭇 웅장한 맛까지 느껴지는데, 솔직히 나오키 상을 탈 수준의 작품으로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사랑은 하지만, 교도소에서 곧 출옥할 남편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당신을 떠납니다.. 라는 너무너무너무나 낡아빠진 설정 탓입니다. 지금 읽기에는 시간이 너무 많이 지나버렸습니다.
"맨발의 청춘"
원제는 "진흙투성이의 순정". 수록작 중 거의 유일하게 순정파 남자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작품입니다. 야쿠자 꼬붕 겐이 우연히 구해준 재벌이자 화족의 딸 마사미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이죠. 당연히 영화하고도 거의 똑같습니다. 너무나도 전형적이라서 지금 읽으니 솔직히 좀 웃기더군요. 그래도 "동반 자살한 여자는 완전한 처녀의 몸이었다"라는 마지막의 약간의 반전에는 좀 놀랐습니다. 그야말로 플라토닉 러브였네요.
"잘가요"
가정이 있는 여자와 남자의 짤막한 일탈을 다룬 작품인데 내용과 전개 모두 가장 마음에 들었습니다. 불륜이라는 감정에 휩싸이는 과정이 상세한 심리묘사로 잘 그려지며, 일상으로 돌아가는 마무리까지 제법 괜찮았기 때문입니다. 이 작품 하나만큼은 시간이 흘렀어도 기본적인 작품 내의 설정이나 감정이 공감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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