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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8/22

과학편집광의 비밀서재 - 릭 바이어 / 오공훈 : 별점 2.5점

과학편집광의 비밀서재 - 6점
릭 바이어 지음, 오공훈 옮김/알에이치코리아(RHK)

과학자들의 비밀스러운 작업이 연상되는 제목과는 다르게, "발견과 발명"에 대해 다루고 있는 미시사 서적입니다.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그리스의 헤론, 아르키메데스의 유레카,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과 같은 발견도 일부 실려 있지만, 90% 이상이 발명과 특허에 관련된 이야기입니다. 역사적으로 의미 있다기보다는 순전한 '재미'로 선정된 것들도 제법 많은 편인데, 개인적으로는 독서에서 재미를 중시하기도 하고 여러 가지 발명에 대한 에피소드들을 좋아하기 때문에 마음에 들었습니다.

워낙 많은 이야기가 실려 있어 요약하기는 어렵지만, 몇 가지 흥미로웠던 부분만 소개해 봅니다.

유명인들의 발명을 소개하는 항목에서는 링컨이 출원한 특허가 재미있었습니다. 모래톱에 올라간 배를 쉽게 뜨게 만드는 것이라는데, 실용적이지는 않았지만 정말 성공했다면 ‘대통령 링컨’이 아닌 ‘발명가 링컨’으로 더 알려졌을지도 모릅니다. 성공하지 않은 것이 오히려 링컨으로서는 다행이었겠네요.

지금은 굉장히 유명한 발명품에 대한 이야기들 중에는 친숙한 물건들이 다수 등장합니다. 우리가 겨울에 쓰는 방한용 귀마개는 1873년 미국 메인주 파밍턴 출신의 15세 소년 체스터 그린우드가 발명하여 특허 출원했고, 19세가 되던 해부터 본격적으로 생산하여 큰 부를 이루었다고 합니다(그가 죽을 때 연간 30만 개의 귀마개를 생산). 브랜드명은 "챔피언 귀마개"(champion ear protector)라고 하고요. 백 년이 넘은 유서 깊은 발명품인데, 이것도 특허가 있었다는 사실은 처음 알았습니다.

우리가 흔히 쓰는 수정액, 이른바 ‘화이트’ 발명 관련 이야기도 흥미로왔습니다. 타자 실수가 잦았던 비서 베트 그레이엄의 발명으로, 그녀는 이것을 리퀴드 페이퍼라 이름 붙여 판매해 대성공을 거두었습니다. 게다가 그녀의 아들 마이클 네스미스는 60년대를 풍미했던 팝밴드 몽키스의 멤버였다고 하니 참으로 복받은 가족이네요.

복사기 발명은 지금도 유명한 제록스(Xerox)의 창업담과 연계되어 있습니다. 체스터 칼슨이 1938년 최초로 건식복사에 성공한 뒤 할로이드사가 이 아이디어를 사들였고, 홍보를 위해 그리스어 '건조한'이라는 의미의 xeros와 '그리다'라는 의미의 graphos를 합쳐 '제로그라피'라는 용어를 만들었습니다. 이후 회사 이름도 제록스로 바꾸고 최초의 복사기 모델 A를 1949년에 출시하며 지금의 제록스가 탄생했다고 하네요.

우연한 발명품을 소개한 부분도 흥미로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인공감미료 이야기가 가장 인상적이었어요. 사카린과 아스파탐의 발견이 순전한 우연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은 처음 알았거든요. 물론 우연이라도 이상한 점을 감지하고, 그 이유를 밝히려는 과학자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겠지요. 우연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지만, 그것을 기회로 바꾸는 데는 분명한 능력이 필요하니까요.

마지막으로 실패한 발명가들의 이야기는 꽤 안타까웠습니다. 특히 고무맨 굿이어는 이 바닥의 끝판왕이라 불릴 만하더군요. 무려 5년간 가난과 싸우며, 가족까지 잃어가며 ‘가황’이라는 고무 강화 방법을 찾아냈지만 가난 탓에 특허권을 매각한 뒤 셋집에서 20만 달러나 되는 빚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고 합니다. 지금의 "굿이어" 타이어 사명으로라도 이름이 남은 것이 그나마 다행이지만, 정말 안타까운 인생이었습니다. 누군가는 귀마개 하나로 부자가 되고, 누군가는 평생을 바쳐도 실패하는 게 현실이겠죠. 역시 세상은 노력만으로는 안 되는 부분도 있는 법입니다.

여튼, 이러한 많은 재미난 발견과 발명 관련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는 책입니다. 각 이야기별 분량도 세~네 페이지 정도로 짧아서 심심풀이 삼아 읽기 딱 좋고요. 별점은 2.5점입니다. 이런 류의 책을 좋아하신다면 한 번쯤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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