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편집광의 비밀서재 - 릭 바이어 지음, 오공훈 옮김/알에이치코리아(RHK) |
과학자들의 비밀스러운 작업이 연상되는 제목과는 다르게 발견과 발명에 대해 다루고 있는 미시사 서적. 역사적으로 의미있는 그리스의 헤론, 아르키메데서의 유레카라던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과 같은 발견도 일부 실려있지만 90% 이상이 발명과 특허에 관련된 이야기입니다. 또 역사적으로 의미있다기 보다는 순전한 "재미"로 선정된 것들도 제법 됩니다. 개인적으로는 독서에서 재미를 중시하는 편일 뿐더러 여러가지 발명에 대한 에피소드들을 좋아하기 때문에 마음에 들었습니다.
워낙에 많은 이야기가 실려있기에 요약하기는 어려우니 몇개만 뽑아서 소개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유명인들의 발명을 소개하는 항목에서는 링컨이 출원한 특허가 재미있었습니다. 모래톱에 올라간 배를 쉽게 뜨게 만드는 것이라네요. 뭐 별로 실용적이지는 않았다지만 정말 성공했다면 대통령 링컨이 아니라 발명가 링컨으로 알려졌을테니 성공하지 않은게 링컨으로서는 다행이었을 것 같군요.
그리고 지금은 굉장히 유명한 발명품에 대한 이야기들은 친숙한 물건들이 다수 등장해서 특히나 재미나게 읽었는데 먼저 방한용 귀마개을 소개해드립니다. 우리가 겨울에 쓰는 바로 그것이죠! 1873년 미국 메인주 파밍턴 출신의 15세 소년 체스터 그린우드가 발명해서 특허 출원하고 19세 되던 해부터 본격적 생산하여 돈방석에 (그가 죽을때 연간 30만개 귀마개 생산) 앉은 유서깊은 발명품이에요. 브랜드명은 챔피언 귀마개 (champion ear protector)! 나온지 백년도 넘었네요. 그나저나 이것도 특허가 있는지는 처음 알았습니다.
또 우리가 흔히 쓰는 수정액, 이른바 "화이트" 발명도 상세하게 소개되는데 타자가 서툴렀던 비서 베트 그레이엄의 발명입니다. 역시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인 법이겠죠. 그녀는 이것을 리퀴드 페이퍼라 이름지어 판매하여 대성공하고 그녀의 아들 마이클 네스미스는 60년대를 풍미했던 팝밴드 몽키스의 멤버였다고도 하니 참으로 복받은 가족이라 생각되네요.
복사기 발명 이야기는 지금도 유명한, 여러분들도 다 아실 "제록스"라는 회사의 창업담과도 연계됩니다. 우선 체스터 칼슨이 1938년 최초로 건식복사에 성공한 후 할로이드가 이 아이디어를 샀습니다. 홍보를 위해 그리스어로 건조한 xeros와 그리다라는 graphos를 합쳐 제로그라피라는 말을 탄생시켰고요. 아울러 회사명도 이 말에서 따온 제록스로 변경하여 최초의 복사기 모델a를 1949년에 출시한 것이 현대적 복사기, 그리고 "제록스"라는 기업의 시작이 된 것이죠.
우연한 발명품을 소개하는 것들도 재미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인공감미료 이야기가 제일 인상적이었습니다. 사카린과 아스파탐의 발견이 순전한 우연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은 처음 알았으니까요. 물론 우연이라도 이상한 점을 알아내고 이유가 무엇인지를 밝히려한 과학자들의 시도와 노력이 더욱 중요한건 사실입니다. 우연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지만 그것을 기회로 바꾸는 것도 역시나 능력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것이겠죠.
마지막으로 실패한 발명가 이야기는 참으로 불쌍한, 안된 사람들 이야기가 많은데 특히나 고무맨 굿이어가 이 바닥의 끝판왕이더군요. 무려 5년동안 가난과 싸워가며, 가족까지 잃어가며 가황이라는 고무강화 방법을 찾아냈지만 가난때문에 특허권을 매각한 뒤 셋집에서 20만 달러나 되는 빚을 남기고 죽었다고 합니다. 지금의 "굿이어" 타이어 사명으로라도 이름이라도 남겼으니 그나마 다행이지만 참 안됐어요. 누구는 귀마개 하나가지고 떼돈을 벌었는데 말이죠. 역시나 세상은 노력만으로는 안되는게 있는 법이에요.
여튼 이러한 많은 재미난 발견, 발명관련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는 책입니다. 각 이야기별 길이도 세네페이지 정도의 분량이기도 해서 심심풀이삼아 읽으면 좋은 책이에요. 별점은 2.5점입니다. 이런 류의 책을 좋아하신다면 한번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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