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가 상경기 - 사이바라 리에코 지음, 김동욱 옮김/에이케이(AK) |
처절한 현실을 일깨워주는 개그만화라는 지극히 비현실적인 주제의 작품. 저자인 사이바라 리에코가 도쿄 상경 후 만화가가 되기 이전까지의 가난하고 비참했던 현실을 담담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주제, 쉽게 그린듯한 (그러나 사실 정말 잘그린 그림입니다) 작화, 그리고 일상적인 분위기는 <자학의 시>가 연상되기도 하는데 자전적 이야기라는 차이점이 있습니다. <실종일기>보다 상황 자체는 더욱 처절한 편이고요. 아울러 미니스커트 클럽에서 호스티스로 일했다는 경험은 신조 마유의 <바보도 따라할 수 있는 만화교실>이 살짝 떠오르기도 하는데 신조 마유는 나름 화려한 생활을 한 것으로 보이는 것에 반해 (지명 넘버 원이라고 했던가...) 사이바라 리에코는 이보다 더 막장일 수 있나 싶을 정도로 어렵게 살았다는 차이점이 있죠.
<만화의 시간>에서 이시카와 쥰이 말했듯 파란만장한 인생경험을 갖춘 것은 만화가에게 굉장히 큰 무기다!라는 말에 딱 어울리는 그런 인생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잠깐 조사해보니 원래 가정도 만만치 않은 그런 환경이었으니까 말이죠. 그렇다고 학대를 받거나 한 것은 아니라 좀 다행이긴 합니다만.
여튼 만화 자체는 상당히 깨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그동안의 경험으로 "만화가가 나오는 만화는 다 재미있다!"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 생각은 아직까지는 유효하달까요.
그러나 너무 처절하고 우울하다보니 개그만화라는데 도대체 어디서 웃어야할지도 감을 잡기 어렵다는 점과 어려웠던 생활을 졸업하게되는 과정이 너무 쉽게 그려진 점은 약간 아쉬웠습니다. 데뷰까지가 어려웠지 성인지라도 한번 그림을 싣기 시작하니 그 다음부터는 일사천리였다는게 전부라 앞부분의 강한 임팩트가 희석되거든요. 이건 신조 마유와 좀 비슷하기도 하네요.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3점 정도? 작가에 대해 궁금하신 분들이 아니라면 그림도 그렇고 내용도 그렇고 모든 분들께 어울릴 작품은 아니지만 새로운 무언가를 찾으신다면 한번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그나저나 딱 한가지 궁금한 것은 일본에서도 미술 계열로는 명문이라 할 수 있는 "무사시노 미술대학"을 80년대에 졸업한 것으로 보이는데 한창 거품 전성기에 명문 미대를 졸업하고 먹고살게 없어서 호스티스를 했다는 것은 좀 이해하기 어렵더군요. 혹시 이유를 알고 계신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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