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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8/05

만화가 상경기 - 사이바라 리에코 / 김동욱 : 별점 3점

만화가 상경기 - 6점
사이바라 리에코 지음, 김동욱 옮김/에이케이(AK)

처절한 현실을 일깨워주는 개그 만화라는 지극히 비현실적인 성격의 작품입니다. 저자인 사이바라 리에코가 도쿄 상경 후 만화가가 되기 이전까지의 가난하고 비참했던 현실을 담담하게 그려내는데, 상당히 깨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그동안의 경험으로 "만화가가 나오는 만화"는 다 재미있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그 생각에 여전한 확신을 갖게 해 줍니다.

성격, 쉽게 그린 듯한(그러나 사실 정말 잘 그린 그림입니다) 작화, 그리고 일상적인 분위기는 "자학의 시"가 연상되는데 차이점이라면 자전적 이야기라는 점이지요. 같은 성격의 자전적 이야기인 "실종일기"와 비교하면 놓여진 상황이 더욱 처절하고요. 아울러 미니스커트 클럽에서 호스티스로 일했던 경험담은 신조 마유의 "바보도 따라할 수 있는 만화교실"이 살짝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다만 신조 마유는 화려한 밤문화 생활을 영위했던 것에 반해(지명 넘버 원이었다고 했던가...), 사이바라 리에코는 이보다 더 막장일 수 있나 싶을 정도로 어렵게 보냈다는 차이점이 있지만요.
하여튼, "만화의 시간"에서 이시카와 쥰이 말했던 '파란만장한 인생 경험은 만화가에게 굉장히 큰 무기'라는 말에 딱 어울리는 삶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잠깐 조사해보니 원래 가정도 만만치 않은 환경이었더군요. 학대를 받은게 아니라는건 좀 다행이긴 합니다만.

그러나 너무 처절하고 우울하다 보니 개그만화라는데 도대체 어디서 웃어야 할지도 감을 잡기 어려웠고, 어렵던 생활을 청산하는 과정이 너무 쉽다는 점은 아쉬웠습니다. 데뷔까지는 어렵지만 일단 작품이 실리기 시작하니 이후는 일사천리였다는 식이라서 앞부분의 강한 임팩트가 희석되는 탓입니다. 이것도 신조 마유와 비슷하네요.

그래서 결론 내리자면 별점은 3점 정도? 작가에 대해 궁금하신 분들이 아니라면 그림도, 내용도 모든 분들께 어울릴 작품은 아니지만 새로운 무언가를 찾는 분들께는 한 번쯤 권해드릴 만합니다.

그나저나 한 가지 궁금한 것은, 일본에서도 미술 계열로는 명문이라 할 수 있는 "무사시노 미술대학"을 80년대에 졸업한 것으로 보이는데, 거품경제 전성기에 명문 미대를 졸업하고도 먹고살 게 없어서 호스티스를 했다는 점은 좀 이해하기 어렵더군요. 혹시 이유를 아시는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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