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 일기 2 - 아즈마 히데오 지음, 오주원 옮김/세미콜론 |
만화가 아즈마 히데오가 극도의 알코올 중독에 빠져 아내와 자식들에 의해 1998년 12월26일, 모 병원 정신과 모 병동에 입원한 뒤 1기, 2기, 3기로 구분된 약 3개월간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내용입니다.
1기는 거의 독방 생활이기에 동료들과 함께 생활하는 2기부터 퇴원까지의 2개월 간 이야기가 이야기의 핵심으로 당연히 병원 생활과 알코올 중독 치료를 위한 프로그램이 상하게 묘사되는데 재미가 상당합니다. 전작 <실종일기>처럼 나름의 개그 센스로 승화시켜 표현해 주기 때문이죠. 여러번의 자살 시도와 음주 및 이후 금단 증상과 후유증 모두 본인에게는 굉장히 힘든 경험일텐데도 말이죠.
더운 여름날 술을 먹고 토하고, 시원한 카페에 들어가서 아이스커피를 먹다가 토하고, 추워서 나온 다음에 또 토하고.... 했다는 알콜 중독 후유증 관련 경험담은 제가 겪었던 지독한 숙취와 다르지 않아 굉장히 와 닿기도 했습니다. 알코올 중독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알려주는 에피소드들도 인상적이었고요.
또한 매튜 스커더가 떠오르는 금주회 모임 에피소드들도 재미나며, 이야기를 뒷받침하는 병동 동료들 역시 독특한 등 세세한 볼거리들이 아주 많았어요.
그리고 컷 하나하나를 허투루 사용하지 않고 모든 컷에 배경을 배치하는 식으로 굉장히 꼼꼼하게, 자세하게 묘사하는 화풍도 독특합니다. 스크린톤을 거의 사용하지 않고 선으로만 승부하는, 오래전 데즈카, 이시노모리 선생님이 생각나는 그림인데 저는 굉장히 마음에 들었어요. 뒷부분에 수록된 도리 미키와의 대담에서 이야기된 것 처럼 단순화된 선으로 다양한 등장인물을 구분할 수 있게 만든 캐릭터 조형 능력도 발군이고요. 이 작품에서는 많이 등장하지는 않지만 "가장 귀여운 여자아이를 그리는 만화가"라는 칭호에 걸맞는 모습도 엿보입니다. 이런걸 보면 확실히 옛날 만화가들이 제 취향에 맞는 것 같네요.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3점. 빵빵 터지는 이야기는 아니고 화풍도 고전적이라 굉장히 취향을 탈 것 같기는 한데 제게는 취향이었습니다.
취향이 아니라면 여러모로 최악의 선택이 될 수도 있는 작품인 점 참고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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