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시간을 수리합니다 - 다니 미즈에 지음, 김해용 옮김/예담 |
니시나 아카리는 헤어 디자이너로 연인과 헤어진 뒤, 어렸을 때 잠시 머물던 "헤어살롱 유이" 건물을 임대하여 살게 된다.
쇠락해가는 상점가지만 상점가 회장이자 시계방 주인인 슈, 근처 쓰쿠모 신사 식구인 다이치와 친해지며 아카리는 새로운 삶을 맞이하게 되는데....
"추억이 필요한 건 살아 있는 인간 뿐이잖아?" - 다이치. 젊은 아가씨가 유령이 아닐까 의심한 아카리의 말을 반박하며 하는 말.
좋은 리뷰로 존경해 마지 않는 LionHeart님의 리뷰를 통해 알게 된 작품입니다. LionHeart님의 평도 썩 좋지는 않았지만 이상하게 기억에 남아 있어서 읽게 되었네요.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아주 실망스러웠습니다. 책의 완성도를 떠나 "미스터리"가 아니었기 때문이에요. 책 뒷 표지에 "청춘 연애 미스터리"라고 소개되고 있으며 인터넷 서점 "알라딘"의 도서 분류도 추리 / 미스터리 장르로 되어 있기는 하지만 절대, 절대로! 아닙니다. 이건 그냥 청춘 연애물이에요! 수록된 5편의 단편 중 추리물적인 성향을 지녔다고 볼 수 있는 것은 첫번째 <사건 1 낡은 오르골의 주인>에 불과해요. 그나마도 완전치 않고요.
게다가 수록작 대부분이 약간의 판타지스러운 설정과 묘사를 통해 일상 속의 소박한 기적을 그리는 것 역시 너무나 제 취향이 아니었습니다.
조금 자세하게 설명하자면,
<사건 1 낡은 오르골의 주인>은 다이치가 신사에서 주워온 오르골 속 사진에 대한 수수께끼 (?)를 풀어내는 내용입니다. 사진을 찍어 준 사진사와 사진을 찍은 장소 (옆 동네 사진관)을 연결시켜 숨겨진 진상을 추리하는 것 자체는 괜찮아요.
하지만 진상의 진위유무는 결국 밝혀지지 않는 슈의 추리일 뿐이에요. 이건 물론 일상계 작품 대부분이 지닌 문제이긴 합니다만... 오래된 "고양이"에 대한 설정은 불필요했다 생각됩니다. 현실적이지도 않았고요.
이러한 이유로 그나마 수록작 중 가장 추리물에 가깝긴 하지만 좋은 점수를 주기는 어렵네요. 별점은 2점입니다.
<사건 2 못 다한 고백, 오렌지색 원피스의 비밀>은 상점가를 떠나게 된 양잠점 주인 하루에씨의 부탁으로 아카리는 오렌지색 드레스를 입고 엔니치날 (신사 제사) 슈와 데이트를 한다는 내용입니다. 수십년전 하루에씨가 마음에 두고 있던 남자와 엔니치날 시간을 함께 하다가 사소한 이유로 틀어진 뒤 다시는 만나지 못하게 된 과거에 대한 미련 때문이죠.
아카리와 슈 커플이 어쨌건 당시 남자의 마음을 알아내어 하루에씨에게 전해주게 된다는 훈훈한 결말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수십년의 시간을 초월하여 받지 못한 남자의 마음을 받는다는 애틋함이 잘 전해졌거든요.
하지만 언제든 드레스 주머니만 뒤져보았어도 쉽게 끝났을 내용이라 추리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아카리와 슈와의 인연을 만들기 위한 이벤트용 이야기로 밖에는 보이지 않더군요. 별점은 1.5점입니다.
<사건 3. 행방불명 모녀와 아기 돼지 인형>은 15년 전 딸이 행방불명 되었다는 중년 부인, 그리고 기묘한 복장의 20대 여성이 오래 전 유행했던 아기 돼지 인형을 찾는다는 이야기입니다.
중년 부인과 20대 여성이 모녀 지간일 것이라는 것 정도만이 수수께끼랄까요? 하지만 중년 부인이 유령인지 아닌지를 애매하게 처리한 이유는 이해 불가네요.
아울러 아카리는 인형만 찾아서 주면 끝나는 일이고, 나머지 사정은 둘이 만나서 이야기하도록 하면 되는 것으로 이야기 자체가 쓸데없는 오지랖의 발로에 불과합니다. 별점은 1점입니다.
<사건 4. 슈지 이야기 : 빛을 잃은 시계사>에서는 슈의 옛 연인이라는 마유코가 찾아오고, 그녀를 통해 아카리는 슈와 형, 그리고 마유코에 얽힌 오래전 사건에 대해 알게된다는 내용으로 마침내 슈가 고백을 하는 것이 이야기의 핵심입니다. 슈가 헤어살롱 유이의 손녀 시계를 고쳐준 것을 계기로 시계사를 꿈꾸게 되었다는 과거사와 함께요.
약간 드라마틱한 과거사가 등장하기는 하지만 추리물이 아니기에 점수를 줄만한 부분이 없었습니다. 별점은 1점.
<사건 5 아카리 이야기 : 그해 봄의 비밀>은 전편과 바로 이어지는 이야기로 아카리가 자신이 헤어살롱 유이의 친손녀가 아니라는 이유로 슈를 밀쳐내지만, 마지막에 유이 할머니의 등장으로 진상을 알게 된다는 내용입니다. 결국 두 연인이 사귀게 되는 것으로 끝나게 되죠.
아무리 어린 시절의 기억이지만 이렇게까지 과거를 잊어버린다는게 말이 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사랑이 이루어지는 과정에 드라마를 부여하려 무리수를 둔 느낌이에요. 죽은 줄 알았던 유이 할머니의 깜짝 등장 역시 공정하지 못한 깜짝쇼로 보이고요. 그래서 별점은 1점입니다.
전체 별점은 평균 1.3점으로 1점 되겠습니다. 참고로, 작품이 그 정도까지 막장은 아니지만 별점이 쓰레기급인 이유는 추리물이라고 홍보한 괘씸한 마케팅 탓이 더 큽니다. 그냥 연애물로 포장했더라면 좋았을 것을... 구태여 추리물이라고 해서 저에게 시간낭비를 하게 만든 탓이에요. 추리물 애호가라면 쳐다 보시지도 마시길 바랍니다.
덧붙이자면, Lionheart님 말대로 1권으로 이야기가 마무리 되는데 후속권이 계속 나온 이유는 잘 모르겠군요. 당연히 저는 읽어볼 생각이 없긴 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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