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양이 눈으로 산책 - 아사오 하루밍 지음, 이수미 옮김/북노마드 |
좋아하는 일러스트레이터 아사오 하루밍의 에세이집. 이전작 "3시의 나"를 무척 재미있게 읽었기에 주저 않고 집어들었습니다.
아사오 하루밍이 동갑내기 친구 치카코 씨와 함께, 혹은 혼자서 도쿄 이곳저곳을 산책한 내용을 특유의 편안한 문체로 담담하게 서술하고 있습니다. 제목은 아사오 하루밍 마음속에 고양이가 살고 있다는 설정에서 비롯된 듯 싶네요.
핵심 재미 요소는 산책 중 에피소드들 입니다. 예를 들자면 야마테 거리 골목에서 만난 노부부와 그들이 키우는 고양이에 대해 잡담을 나누는데, 할아버지는 고양이 이름이 다리가 마비된 채 태어나서 ‘마히(痲痺)’라고 하고, 할머니는 주운 날 날씨가 좋아서 ‘마히(眞日)’라고 한다는 식이에요. 별거 아니고 소소하지만 따뜻하고 진솔함이 느껴져서 좋았습니다.
그리고 최근 접한 책 중 디자인과 장정이 가장 마음에 든 책이기도 합니다. 일러스트레이터의 책인 덕분이겠죠? 수록 일러스트들도 여전히 따뜻하고 매력적이고요.
허나 전작과 비교하면 기대에 미치지는 못했습니다. 최소한 미야베 미유키의 "에도 산책" 정도는 기대했는데 그 정도는 아니었어요. 독특한 발상이 부족한 탓이 큽니다. 방문한 곳에 대한 설명과 소개, 그곳에서 일어난 에피소드가 중심이라 작가 특유의 기묘하고 기발한 발상이 등장할 여지가 별로 없거든요. 한마디로 일러스트를 뺀다면 그냥 평범한 도쿄 산책글일 뿐입니다. 아사오 하루밍 마음속 고양이 시점의 글들도 별다를 게 없으며, 글에 잘 녹아든 것 같지도 않고요. 솔직히 이 부분은 애묘인들에게 팔아먹기 위한 억지 설정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아울러 친숙하지 않은 장소와 소재들 역시 지극히 일본적이라 ― 예를 들자면 요코하마 산책을 이야기하며 후지 다쓰야 주연의 드라마 "프로헌터"를 언급한다던가, 애니메이션 "자린코 치에"를 언급한다던가 하는 식으로 ― 별로 와 닿지도 않았다는 것도 한국인 독자로서는 감점 요소였습니다.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분량에 비하면 가격도 비싼 편이라 감점합니다. 애묘인이라면 솔깃할 만한 부분이 약간 있겠지만 제게는 별로였어요. 독특한 발상의 조금은 엉뚱한 산보 에세이는 아직도 "동경산책"이 최고인 듯 싶네요.
덧붙이자면, 고양이를 사랑하는 일러스트레이터라는 점에서 스노우캣과 판박이인데, 고양이 관련 이야기는 스노우캣 쪽이 훨씬 좋군요. 정서적으로 더 가깝기 때문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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