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 본능 - 리처드 랭엄 지음, 조현욱 옮김/사이언스북스 |
인류가 다른 동물들과 달리 진화하게 된 가장 큰 이유가 "요리" 였다는 것을 다양한 근거를 들어 설명하는 책. 진화, 인류학, 생물학 모두를 아우르는 과학 도서죠.
책은 최근 유행한다는 "생식"을 주로 하는 생식주의자를 찾아가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생식주의자의 체중이 감소하는 것은 물론 여성의 생리불순에 성욕마저 떨어진다는 것을 알려주죠. 그리고 인간은 화식, 즉 불로 조리를 해야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차근차근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소화는 에너지 소비가 큰 고비용의 처리 과정인데 익힌 음식을 먹게 된 덕에 더 적은 에너지를 소비하면서 소화를 잘 시킬 수 있었고, 덕분에 더욱 건강해지고 번식도 잘 하게 되었으며 궁극적으로 생태계의 정점에 서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내용 중에 찰스 다윈은 불로 하는 요리를 "언어를 제외하면 아마도 인간이 이륙한 가장 위대한 [발견]"이라고 했다는데 정말 그 말 그대로랄까요.
이러한 내용이 상세하고 다양한 근거들을 통해 뒷받침 되고 있는데 우선 익힌 음식을 섭취할 때의 효율이 더 좋다는 여러가지 조사 결과, 그리고 다양한 원주민들의 식문화를 조사하여 극단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대부분 익히 알려진 것과 다르게 생식 대신 열을 가하여 조리해 먹는다는 문화사적 연구 결과 등이 그러합니다.
요리가 언제 처음 시작되었을까?에 대해서도 80여만년전의 유적지 발굴을 통한 근거 제시는 물론이고 인류가 하빌리스에서 직립원인으로 진화한 변화를 가지고 시점을 추측하여 설명하는데 상당히 논리적이라 아주 인상적이었고요.
아울러 요리가 도입되었기에 인간의 활동 반경이 넓어졌으며, 일종의 '사회'가 구성되고 이후 남녀의 역할이 명확하게 정해진 것에 대한 설명도 상당히 설득력이 높았습니다. 자신 몫의 음식, 요리를 지키기 위한 사회적 합의가 암묵적으로 발생되고 여성이 남성이 수렵해 온 고기를 요리하는 것이 당연해 지는 과정에 대한 것인데 아주 그럴싸했거든요.
그 외 다이어트에 목숨을 걸고 있지는 않지만 평상시 식사 칼로리는 신경을 쓰는 편인데 단순히 칼로리가 아니라 "얼마나 소화에 에너지를 소비하는지"도 중요하다는 것도 재미있었습니다.
이러한 독특한 주제에 더해 내용도 쑥쑥 읽힐 정도로 쉽고 재미있게 쓰여져 있어 만족도가 높았던 독서였습니다.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도판이 굉장히 부실하다는 것, 그리고 주석이 방대한데 비해 보기가 힘들다는 것 정도에요. 별점은 3점입니다. 인류학, 진화, 그리고 요리에 대해 관심있으신 분들께 추천드리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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