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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3/01

주토피아 (2016) - 바이론 하워드, 리치 무어 : 별점 3점



주말에 딸아이와 함께 감상한 작품. <굿 다이노>가 망하기는 했지만 최근 분위기 좋은 디즈니의 최신작 애니메이션입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어른들이 보아도 충분히 즐길거리가 많은 괜찮은 작품이더군요.
일단 전형적인 버디 액션 수사물의 형태로 "시간 제한 있는 임무"를 수행하면서 벌어지는 긴장감이 제법입니다. 음모도 적절하게 구성되어 충분히 몰입할 수 있는 이야기였고요. '공포'를 통해 특정 집단을 자신의 추종 세력으로 만든다는 정치적인 행동은 우리나라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것으로 그만큼 설득력이 높죠.
동물들을 소재로 한 작품답게, 그리고 이쪽 바닥의 전설적인 명가 디즈니의 작품다운 깨알같은 개그가 가득한 것도 마음에 듭니다. 누구나 인정하는 씬 스틸러는 엄청 빠른 나무늘보 반짝반짝 플래시겠지만 그 외 다른 동물들 모두 원래 동물 특성이 잘 보이도록 구현되어 아주 마음에 들었답니다. 토끼와 여우의 빠른 몸놀림을 적극 활용한 속도감 넘치는 액션씬도 아주 볼만하고요. 주토피아의 디테일과 아트웍 역시 최고 수준이에요.

무엇보다도 동물을 소재로 민감한 부분인 "인종 차별"과 "선입견"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도 좋았어요. 작 중 편견의 희생양이 되는 동물은 토끼와 여우인데 토끼 쥬디는 작고 약하다는 편견으로 평생 소원인 경찰이 되지만 경찰 내부에서 철저하게 무시당합니다. 여우 닉은 포식자에다가 약삭빠르고 교활하다는 편견으로 모든 집단에게서 신뢰할 수 없는 동물로 낙인이 찍혀 있고요. 정도의 차이야 있겠지만 흑인은 무조건 잠재적인 범죄자로 생각하고, 중동 이슬람 교도는 모두 잠재적 테러리스트로 생각하는 작금의 행태와 엮어 생각해 볼 만한 부분이었다 생각되네요. 편견과 선입견으로 누군가를 판단해서는 안되죠. 이 부분은 중반부에 사라진 동물들이 야수화 된 것에 대해 쥬디가 설명하는 장면에서 결정적으로 폭발합니다. 사실 작중의 포식자보다는 현실을 빗대어 생각하면 훨씬 와 닿는 장면이기도 하죠. 예를 들어 소녀 백인 경찰이 거리의 사기꾼인 흑인과 친해졌는데, 사건을 해결하고 인터뷰에서 흑인을 싸잡아 잠재적인 범죄자라고 말하는 꼴이니까요.

그러나 허술하게, 조금 쉽게 넘어간 부분이 눈에 띄긴 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시장 보좌관의 음모로, 포식자를 야수로 만드는 것 자체는 나쁘지 않지만 이를 어떻게 드러낼지에 대해서는 고민이 없어 보였어요. 무려 12마리나 야수가 되었는데 그 시점까지는 그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아무도 모르고 있었으며, 드러나게 된 것은 쥬디가 운 좋게 활약했을 뿐이잖아요? 공공장소에서 시장을 중독시키면 한방에 끝났을텐데 왜 이렇게 아무도 모르게 진행하는지 솔직히 잘 모르겠더군요.
또 마지막에 닉이 경찰이 되는 것도 억지스러웠습니다. 사기꾼이 경찰이 될 정도로 경찰이 만만한 조직은 아니죠. 이게 무슨 <폴리스 아카데미>도 아니고... 차라리 닉이 어렸을 적 레인저가 되려다 왕따당한 경험을 이야기하는 것 대신 경찰학교에 입학했었는데 주위의 편견으로 그만둘 수 밖에 없었다고 고백하는 것이 더 설득력 높지 않았을까 싶네요.

허나 이런 부분들은 아이 시각으로 보면 문제가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제가 지나치게 편견에 가득한 시선으로 바라봐서 느낀 문제점들이죠. 작품에 큰 해를 끼치는 것도 아니고요.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3점. 그냥 신나게 즐길 수 있는 재미와 더불어 생각할 거리를 전해 준다는 점에서 추천합니다. 후속편이 기대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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