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라이 SAMURAI - 스티븐 턴불 지음, 남정우 옮김/플래닛미디어 |
영국 오스프리 출판사에서 발간한 스티븐 턴불의 책을 번역한 책. 제목 그대로 사무라이 계급의 역사를 차분하게 설명하고 있는 미시사 서적.
10세기 겐페이 전쟁에서 대두되기 시작한 사무라이 계급이 전국 시대를 거쳐 메이지 유신 후 사라지기까지의 과정을 주요 사건 (주로 전쟁)과 주요 인물들과 함께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전에 <도해 전국무장>을 읽고 한번 데긴 했는데 워낙 이쪽에 관심이 있던 차에 다시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오스프리의 책들은 왠지 신뢰가 가기도 했고요.
그런데 역시나, 왜 슬픈 예감은 틀리지가 않는걸까요... 자세히 소개될 것으로 기대한 이른바 "사무라이"들과 "무사도" 및 그들의 문화를 설명하는 내용은 절반도 채 되지 않습니다. 3장의 '조상 숭배의 열정'과 4장의 '사무라이식 죽음' 정도가 비교적 관련 내용에 충실하며, 그 외에는 실제 역사상 전쟁 이야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에요. 전쟁 관련 도서로 유명한 오스프리의 책 다왔달까요?
물론 전쟁 이야기가 재미 없는 것은 아닙니다. 신식 화승총을 도입한 것이 사쓰마의 시마즈 가문이었다던가, 그들의 라이벌이었던 규슈의 오토모 문은 화포를 최초로 전쟁에 도입했다던가 하는 내용은 그 자체만으로도 군웅물을 보는 재미가 있거든요. 석축 성곽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면서 그냥 보면 외부에서의 공격에 엄청나게 취약해 보이는 일본식 성이 사실은 일본 지형과 전술에 특화되어 개발되었으며, 전 세계적인 흐름과도 일치하는 결과물이었다는 것도 아주 흥미로왔고요,
무엇보다도 '7장 사무라이의 바다'에서 왜구로 알려진 해적들의 해상 활동 외에 시암 왕국에서 일본인 용병들이 활약했다는 것은 정말 처음 알게된 사실이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야마다 나가마사' 관련 이야기가 인상적이네요. 17세기에 시암 왕국으로 건너간 뒤 용병으로 활약하다가 왕국의 공주와 결혼하여 영주가 된 입지전적인 인물로 그냥 삶 자체가 드라마더라고요. 인터넷을 뒤져보니 제법 잘 알려진 인물이기도 한데, 좀 더 공부해 봐야겠습니다.
여튼, 이런 전쟁 이야기를 하면서 사무라이에 대해 다시금 조망하게 해 주는 것도 나쁘지는 않았고요.
하지만 일본의 전쟁사와 전쟁에 대해 소개하는 부분이 기대와 너무 달라 좋은 점수를 주기 어렵네요. 대표적인 것이 일본 황실에 얽힌 전설과 함께 유명한 "3종 신기"에 얽힌 역사를 설명하는 제 2장과 사무라이 계급의 몰락을 다룬 8, 9장입니다. 일본 역사가 궁금했다면, 그것도 전국 시대와 메이지 유신 당시의 세이난 전쟁 이야기라면 구태여 이 책을 구입해 읽지는 않았겠죠.
덧붙이자면 사무라이 계급의 몰락은 사이고 다카모리보다는 신센구미의 히지카타 토시조를 다루는게 더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전체적으로 번역도 좀 매끄럽지 않게 느껴진 것도 단점이고요. 번역은 이 플래닛 미디어의 "KODEF 안보 총서" 시리즈 전체적으로 비슷한 문제가 있는 듯 싶군요.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점. 재미있는 부분도 있고 처음 알게된 내용도 많기는 합니다. 도판도 괜찮고요. 그래도 앞서의 단점 및 2만원에 육박하는 가격을 감안하면 별로 권해드리고 싶지 않군요. 그냥 인터넷에서 전국시대 무장들을 검색해 보는 것이 훨씬 저렴할 뿐더러 비교해도 나쁘지 않은 경험이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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