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의 武와 전쟁 - 박금수 지음/지식채널 |
조선의 무예에 대해 궁금해서 읽기 시작한 책. EBS의 동명 다큐를 책으로 옮겼다고 합니다. 하지만 기대와는 많이 달랐습니다. 임진왜란 이후 국가 주도의 편찬 사업으로 체계적으로 정리된걸 소개해 주는 것에 그치거든요.
물론 이러한 국가 주도에 의해 체계화된 무예에 대해서는 충실하게 전해주기는 합니다.
- 임진왜란 후 창설된 훈련도감에서 한교에 의해 우리 역사상 최초의 공식 무예서 "무예제보" 편찬. 명나라 척계광의 "기효신서"에 수록된 무예를 참고하여 만들어짐.
- 북방 기마병을 대처하기 위해 한교는 전투용 수레 전거를 활용하는 척계광의 "연병실기"를 응용하여 "연병지남" 편찬.
- 광해군 때 훈련도감에서 "무예제보번역속집" 출간.
- 사도세자의 지시로 "무예신보" 편찬.
- 정조 때 총 4권의 "무예도보통지" 편찬.
으로 구분되는 일련의 흐름과 십팔기에 해당하는 각종 무술들에 대해서는 아주 약간이지만 짚어주는 덕분입니다. '십팔기'라는 용어도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었네요.
허나 이러한 역사적인 흐름보다는, 내용에서 살짝 소개된 본국검이나 신검 등 전통 무예에 대해 보다 심도 깊게 알려주는 책으로 생각했던 탓에 개인적으로 실망이 더 큽니다. 다큐가 존재한다는 장점을 전혀 살리지 못한, 부실한 도판 역시 마음에 들지 않고요. 아울러 모든 조선의 무예가 '십팔기'로 정리되었는데, 이는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이기에 제대로 대접받아야 한다는 논리도 공감하기 어려웠습니다. 저자가 '십팔기'의 전수자인 탓에 펼치는 억지 논리라는 생각만 들었네요.
그나마 무예 관련 이야기는 괜찮다 치더라도 임진왜란, 정유재란, 병자호란 및 이후 서양 열강의 개항 압력과 군란 등에 대해 소개해 주는 분량이 많은건 정말 별로였어요. 내용도 부실하고 유사한 다른 서적, 예를 들자면 "조선 전쟁 생중계" 등과 비교해서 장점을 찾아보기도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이러한 역사적 이야기와 "무"는 '임진왜란 후 국가 주도로 체계화된 것' 외에는 별 상관이 없다는 점, 그리고 '무'에 지나치게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점도 문제입니다. 이 역시 저자가 무술인인 탓이 클 텐데 역사의 흐름을 '무'로 어쩔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예를 들어 병자호란의 경우라면, 우리가 어떻게 준비했어도 결과는 별 차이가 없었겠죠. "겨울전쟁"의 핀란드처럼요.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1.5점. 얻을 수 있는 내용에 비해 과한 가격과 분량의 콘텐츠입니다. 그냥 다큐로 보는 게 훨씬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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