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매뉴얼 - 제더다이어 베리 지음, 이경아 옮김/엘릭시르 |
주인공 언윈은 비가 그치지 않는 이름 없는 도시를 지키는 탐정 회사의 서기. 자신의 일에 만족하며 살아가던 그는 어느 날 갑자기 탐정으로 승진했다는 통보를 받는다. 언윈은 일을 바로잡기 위해 동분서주하지만 상사가 살해되고 회사를 대표하는 명탐정이 실종되면서 점점 종잡을 수 없는 사건에 휘말리고 마는데… (책 소개 인용)
제목과 수상 경력 (2009년 대실 해밋 상과 크로퍼드 환상 문학상)만 보고 별 생각없이 읽기 시작한 작품.
솔직히 처음은 무척 지루했습니다. 현실이 아닌, 판타지에 기인한 세계관에서 펼쳐지는 독특한 '모험물'인데 너무 복잡하게 꼬아놓아서 어렵고 복잡했거든요. 다 읽는데 3일이나 걸렸네요.
그래도 다행히 중반 이후부터는 상당히 흥미롭게 진행되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설정과 분위기를 익혀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그런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죠.
특히나 마지막에 관리관 아서와 대결을 펼치는 장면에서 선보인, 이 세계관의 핵심 설정인 "꿈의 탐정술"을 활용한 정교한 두뇌 게임이 아주 기가 막혔습니다. 이 "꿈 탐정"이라는 설정은 <파프리카>가 살짝 떠올랐는데 단지 "꿈과 현실이 뒤섞인다"라는 발상을 1차원적으로 접근한 <파프리카>보다는 장자의 호접지몽을 그럴듯하게 풀어낸 이 작품의 클라이막스가 훨씬 좋았어요.
또 작가의 상상력이 빚어낸 세계관과 그에 대한 묘사도 아주 매력적으로 여태까지 발표되었던 온갖 장르물에 등장한 설정을 재구성한 느낌이 들기도 했습니다. 예를 들자면 철저하게 세분화되고 조직화된 탐정 회사의 묘사는 <브라질>이 떠오르고, 칼리가리의 카니발과 꿈과 현실이 모호한 상태의 묘사는 앞서 말씀드린 <파프리카>를 비롯한 콘 사토시 감독의 애니메이션이 떠올랐어요. 그 외의 설정과 묘사 모두 장르문학 팬이라면 무척 친숙한 느낌을 받았고요. 하지만 그냥 베낀게 아니라 작품에 잘 녹아들도록 '재구성' 했기에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야말로 '온고지신'이랄까요.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3점. 재미있게 읽기는 했습니다만 앞서 말씀드린대로 추리물로 보기는 어렵고 약간 초기 진입 장벽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게 있어서 선뜻 권해드리기는 어렵네요. 초반 설정과 분위기는 <모모>나 <위고 캬브레>가 살짝 연상되었는데 이렇게 어른을 위한 동화 스타일로 조금 더 쉽게 써 주었더라면 훨씬 좋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덧붙여, 콘 사토시 스타일로 영상화하면 최고일 듯 한데 콘 사토시 감독이 고인이 되신게 안타까울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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