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것이 알고 싶다 - SBS그것이알고싶다 제작진/엘릭시르 |
TV를 그다지 많이 보는 편은 아닌 제가 본방 사수를 하는 몇 안 되는 프로그램 중 하나가 "그것이 알고 싶다"입니다. 인터넷에서 화제인 "그것이 알고 싶다 레전드" 등의 글들은 스크랩해 놓고 가끔 찾아볼 정도로 미제 사건을 다룬 에피소드들을 흥미롭게 보아왔습니다. 추리 애호가인 탓이겠지요. 이런 제가 "그것이 알고 싶다"에 대한 책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바로 찾아 읽어버린건 당연합니다.
그러나 기대와는 많이 달랐습니다. 저는 방송된 에피소드 중 가려 뽑은 충격적인 에피소드들에 대해 소개하는 식의, 앞서 말씀드린 인터넷 상의 "그것이 알고 싶다 레전드"와 같은 글을 기대했습니다. 당연히 추가 취재를 통한 방송 이후의 후일담, 현재 상황에 대해서도 알려줄 거라 생각도 했고요.
하지만 책은 "그것이 알고 싶다"라는 방송 소개에 더 가깝습니다. 총 7장의 큰 카테고리로 이런저런 에피소드를 소개하고는 있지만 실제 방송된 내용을 요약한 것에 불과하며, 오히려 관련자들이 방송을 어떻게 만들었고 방송이 어떤 파급 효과를 불러왔는지 소개하는 부분이 더 많기 때문입니다. 심도 깊게 사건에 대해 다시금 되짚어 보는 글들도 적지는 않으나 제가 기대했던 내용은 아니었습니다. 요약된 내용도 대부분 그냥 글로만 정리되어 있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고요. 이래서야 인터넷상을 떠도는 글들보다 나을 게 없죠. 일전 읽었던 논픽션 "완전범죄"와 다르지도 않고요.
게다가 뒷부분은 정말로 무가치합니다. "빅데이터로 보는 "그것이 알고 싶다""는 이름만 거창할 뿐 왜 실려 있는지 알기 어려웠습니다. "그것이 알고 싶다"를 지배하는 키워드가 무엇이며 어떤 단계를 거쳐 현재에 이르렀는지를 나름의 분석으로 설명하는데, 방송 제작에 관심이 있는 PD라면 모를까 일반인이 관심을 가질 만한 내용은 전혀 아니었습니다. "그것이 알고 싶다"의 온라인 화제 10, 시청률 10, 팬들이 뽑은 레전드 10 목록은 그나마 볼 만했지만 빅데이터와는 관계가 없는 다른 곳에서 가져온 것들인 데다 실제 내용도 빅데이터를 제대로 활용한 것으로 보이지 않아서 실망스럽기는 마찬가지였고요.
마지막 200페이지 분량의 1,000회 방송 목록 요약도 소용 없기는 마찬가지, 관심 주제에 대한 검색 키워드 제공과 '아 이런 것도 방송했구나' 정도의 의미밖에는 없어요. 목록에서 관심 가는 주제가 있다 하더라도 다시 볼 수 없으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요?
물론 "강기훈 유서 대필 조작 사건"처럼 다시금 묵직한 울림을 주는 내용도 없지는 않습니다. 이에 관련하여 쓰신 인권 운동가 고상만 씨의 글이 참으로 명문이더군요. 이렇게 역사적, 사회적인 이슈에 대해서는 저 개인적으로는 소홀하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저의 무관심을 환기시켜 주는 좋은 계기가 된 것은 분명했습니다. 저의 관심 분야인 미제 사건, 흉악한 범죄에 대해서 정리된 '제7장 범죄의 재구성'은 여러모로 아주 인상적이었고요.
그래도 600페이지 가까운 책에서 280여 페이지 ("빅데이터..."와 방송 목록)가 저에게는 무가치했으며 그 외의 내용들도 기대와는 많이 달랐기에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듭니다. 2만 원에 육박하는 가격도 감점 요소고요. 결론적으로 별점은 2점입니다.
1,000회 동안 보여준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의 노고에는 경의를 표하고 이런저런 긍정적 파급 효과에는 박수를 보냅니다만 노고를 치하하는 책까지 찾아 읽어야 할지는 의문이네요. 방송의 대단한 팬이 아니라면, 아니 팬이라도 찾아볼 필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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