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홀리랜드 18 - 모리 코지 지음/학산문화사(만화) |
그간 격조했네요. 설 전에 고향에 다녀오느라... 오랫만에 리뷰 남깁니다.
이 작품은 처음 접한 게 10년도 더 전이었습니다. 완결까지 읽지는 못하고 놓고 있던 차에, 우연찮게 읽고 싶어져서 완독하였습니다.
내용은 흔해 빠졌습니다. 왕따가 짱이 된다는 이야기니까요. 하지만 실제 격투기에 대한 세세한 정보를 만화에 잘 녹여내어 차별화하고 있습니다. 작가가 실제 격투기를 수련했던 경험을 톡톡히 살린 셈이지요. 10여 년 전 불었던 이종격투기 인기도 잘 활용했고요.
뻔한 내용도 긴 호흡으로 잘 풀어나가고 있습니다. 거리의 카리스마 이자와 마사키가 주인공의 조력자이자 진정한 끝판왕으로 존재하고, 주인공 카미시로 유우가 계속된 수련을 거쳐 결국 이자와 마사키를 쓰러트리는데, 이를 중간중간에 도전하는 다양한 격투가들과의 1:1 승부를 곁들여 흥미와 재미를 유지시키거든요. 이자와 마사키가 쓰러진 뒤에라도 또 다른 강자들이 얼마든지 등장할 수 있고, 이 경우 파워 인플레 역시 걷잡을 수 없었을 텐데 마무리도 적절했습니다. 요새 같은 세상에 끝내야 할 때 끝내는 것은 정말이지 미덕이니까요. 다만 마지막의 "킹"은 완전 사족 느낌이라 별로이긴 했습니다.
대부분의 학원 폭력물들처럼 폭력을 미화하지 않는다는 것도 큰 장점입니다. 결국 거리에서 서로 싸워서 뭔가 증명하려 해 봤자 한때일 뿐, 결국 거리 밖으로 나가야 한다는 것이 작품의 주제인데 확실히 와 닿더라고요.
그러나 아쉬운 점도 없지는 않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캐릭터의 매력과 설득력이 너무 부족하다는 겁니다. 주인공 카미시로 유우는 수련(?)으로 강자가 되는 왕따의 스테레오 타입 그 자체라서 설정부터 지루합니다. 강해진 뒤에도 왕따일 때의 순진함과 나약함을 지니고 있다는건 납득하기 어려웠고요.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스즈란 고교의 깡패들같이 폭력과 강함을 숭배하는 것이 당연하잖아요? 이런 점에서는 강함에 대한 동경, 유우에 대한 질투로 무너져 가는 친구 가라데카 쇼고가 더 매력적이었습니다.
그 외의 등장인물들, 마사키 동생 마이는 왜 나오는지도 잘 모르겠고, 친구 신이치 역시 싸움은 못하면서 주인공 옆에 붙어다니는 전형적인 떨거지라 별다른 매력을 느끼기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5점입니다. 단점이 없는건 아니지만 리얼 학원 폭력물(?)이라는 독특함은 독보적이라 충분히 가치는 있습니다. 분량도 적절하고요. 아직 읽지 않으신 분들께서는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네요. 좀 오래되기는 했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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