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콜릿칩 쿠키 살인사건 - 조앤 플루크 지음, 박영인 옮김/해문출판사 |
미네소타주 레이크 에덴에서 "쿠키단지"라는 베이커리 카페를 운영하는 노처녀 한나 스웬슨은 가게에 우유 배달을 하는 청년 론 라샬르의 시체를 발견했다. 그는 배달 트럭 안에서 총에 맞아 죽어 있었다.
사건을 담당하게 된 한나의 제부 빌은 그녀에게 비공식적으로 도움을 요청했고, 한나는 개인적으로 수사를 벌여 사건의 진상에 접근하는데...
코지 미스터리의 대명사같은 한나 스웬슨 시리즈 1작입니다. 장기 시리즈로 이어진 인기작이지요. 추리 소설에 등장하는 요리들에 깊은 관심이 있기에 읽게 되었습니다.
조금 찾아봤는데, 영문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코지 미스터리는 섹스와 폭력의 비중이 낮고 유머러스하며, 작고 친밀한 커뮤니티 내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다루는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이 정의에 100% 부합합니다. 두 건의 살인 사건이 벌어지지만 시체만 발견될 뿐, 그 외의 폭력적인 묘사는 전무하며 섹스 관련 이야기는 언급조차 되지 않으니까요. 주인공 한나와 주변 인물들의 묘사도 유쾌하고, 소설의 무대가 되는 레이크 에덴은 경찰도 몇 명 없고 주민들 모두 서로를 너무나 잘 아는 작은 마을입니다. 그야말로 코지 미스터리 그 자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입니다.
하지만 재미는 없습니다. "미스터리"라는 말을 붙이기에는 미안할 정도로 추리적으로 별 볼일 없는 탓입니다. 진범이 벤톤이 아니라 주디스라는 것 정도는 의외성이 있기는 하지만 그 외에는 딱히 건질 게 없고, 별것 아닌 단순한 사건을 어렵고 복잡하게 만들려고 기를 썼을 뿐이거든요. 보이드 건이 대표적인데, 문제는 동기를 갖다 붙인건 억지스럽고 작위적으로만 보였다는 겁니다.
경찰이 너무나 하는 게 없다는 것 역시 문제입니다. 론 라샬르가 시체로 발견된 시점에서 당연히 이루어져야 할 주변 인물에 대한 수사조차 하지 않는 게 말이 되나요. 어차피 관계자도 몇 명 없는데 말이지요. 이 시점에서 론의 상사 맥스에 대한 수사가 이루어졌더라면 그의 시체도 바로 발견됐을 테고, 론의 죽음은 곁다리였을 뿐 범인의 핵심 목표는 맥스였다는 것도 쉽게 드러났을 거예요. 범인을 찾기 위해서는 동기가 중요하다는 원칙을 되새겨 보면, 맥스를 죽인 동기는 빚 문제라는게 명확하니 채권자들만 훑어도 사건은 해결할 수 있었을 테고요. 시대를 짐작하기 어려우나 최소 90년대 이후라면 맥스가 단지 서류 한 장으로 대출을 처리했으리라는 발상도 안이합니다.
한나가 사건 담당 경찰 빌의 처제라고는 하더라도 사건을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것 역시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이 사건은 이래저래 경찰의 직무 유기로밖에는 보이지 않네요.
물론 인기 시리즈다운 부분도 있긴 합니다. 한나와 주변 인물들, 한나의 어머니나 동생 안드레아, 빌, 조수 리사 등의 심리 묘사만큼은 유쾌하고 재미있습니다. 여성 작가인 덕분인지 확실히 심리 묘사의 디테일은 뛰어납니다. 다양한 쿠키들에 대한 레시피도 읽는 재미를 더해주고요. 미스터리에 대해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 입문자 분들이 가볍게 읽기에 적당한 분위기와 내용이라는 것은 분명해 보이네요.
하지만 이런 건 미스터리와 관계가 멀죠. 추리적인 요소가 들어간 로맨스 소설에 가깝기에 별점은 1.5점입니다. 이 시리즈를 더 읽을 일은 없을 겁니다. 참고로 제목과는 다르게 초콜릿칩 쿠키 역시 살인사건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것도 개인적으로는 감점 요소였습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