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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3/15

귀로 보고 눈으로 듣는 영화 이야기 딴지영진공 - 차양현 외 : 별점 2.5점

귀로 보고 눈으로 듣는 영화 이야기 딴지영진공 - 6점
차양현 외 지음, 서용남 그림/성안북스

딴지영진공 팟캐스트를 글로 옮긴 책입니다. 오랫만에 본가에 방문했는데 있기에 집어왔지요. 왜 있나 했더니 제 형님께서 저자 중 한명이시더군요.
하여튼, 총 8개의 테마로 구분되어 있습니다. 각 테마에 해당하는 영화들에 대해 다양한 저자들의 전문가 수준의 에세이가 실려 있고요. 일종의 영화 평론 에세이집이지요.
수록된 글들은 딴지일보 명성에 걸맞게 모두 기본은 해 줍니다. 저자들 모두가 다양한 분야에서 상당한 수준의 전문가들인 덕도 큽니다. 개인적으로는 헤비조의 O.S.T에 대한 글들, 짱가의 영화와 심리학을 엮은 글들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특히 헤비조의 글은 글로만 읽어도 음악이 듣고 싶게 만드는 대단한 내공의 글솜씨에 해당 분야 전문성이 잘 결합되어 있어 읽으면서 감탄했습니다.

허나 재미라면 무언가에 대해 엄청나게 씹어대는 글들도 빼놓을 수 없겠죠. 수다도 뒷담화가 재미있듯 이런 류의 글들은 기본 재미가 보장되니까요. 대표적인 것은 "theme 2. 거장"입니다. 이 시대의 거장 서세원과 심형래를 다룬 글로, 거의 막장에 가까운 두 사람의 영화 인생과 몰락을 구 딴지일보 스타일로 풀어내고 있습니다. 등장하는 작품들도 친숙해서 더 좋았습니다. 서세원의 "납자루떼"를 본 사람은 아마 거의 없을 텐데, 그 중 한 명이 저랍니다! 기억나는 대사는 "보이스 비 엠비셔스! 젊은이여 엠비씨를 보라~!"였다는… (시시하죠? 하지만 영화에서 가장 재미있는 장면이었습니다)

"theme 5. 방화"에서 "대한민국 방화 걸乞작선"이라는 주제로 "천사몽"과 "맨데이트"를 처절하게 뭉개는 글도 아주 즐거웠습니다. 두 작품 모두 실제로 감상은 안 했지만 익히 명성만 들어왔는데, 글만 읽어도 가관이더군요. "주글래 살래"나 "클레멘타인" 같은 전설급 작품들이 언급되지 않은 건 의외였지만요.

하지만 이러한 재미에도 불구하고, 몇몇 글은 현 정권과 엮어 까려는 의도가 지나쳐 조금 짜증났습니다. 슈퍼 히어로 이야기 속 정치적 함의를 찾아내는 글 정도까지는 괜찮았지만, 이후 글들은 억지스러웠어요. 예를 들어 "혹성탈출: 반란의 서막"에서 주전론자 코바를 극우에 빗대며 현 정권의 실책을 이야기한다던가, "겨울왕국"의 엘사 인기를 은둔형 외톨이와 연결하며 일베와 엮는 과정, "괴물"을 세월호와 엮는 부분이 대표적입니다.
저도 현 정권을 지지하지는 않지만 풍자와 억지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세월호 이야기는 방송 당시 사고가 일어난 시점이라 그렇다 치더라도, 글로 옮길 거라면 보다 상세한 설명이 덧붙었어야 하지 않았을까요?

그래서 별점은 2.5점입니다. 색다른 시각으로 바라본 전문가들의 영화 관련 에세이라는 점에서, 특히 헤비조의 O.S.T 관련 글만큼은 추천할 만하지만 단점도 명확합니다. 게다가 이 책을 구해 읽을 정도라면 방송도 들었을 확률이 높은데, 방송 외의 가치는 잘 모르겠습니다.

덧: 살인마를 다룬 영화를 분석하는 글에서 "조디악"을 소설 원작이라고 설명하는 오류가 있었습니다. 사실은 실존했던 조디악 킬러에 대한 영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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