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주신 분들께 안내드립니다.

2014/08/15

한국음식문화박물지 - 황교익 : 별점 2.5점

한국음식문화박물지 - 6점
황교익 지음/따비

한국 음식 컬럼니스트로 유명한 황교익씨의 컬럼을 모아놓은 책입니다. 여러 가지 한국 음식을 되돌아보고 그 본질에 대해 이야기하는 글들로 이것저것 다양하게 수록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저자의 블로그에서 익히 보아왔던 독설들이 가득해서 쉽게 익숙해지지는 않더군요. 저자의 주장도 좀 센 편이고요. 또 수긍하기 어려운 내용도 제법 되는 편입니다. 대표적인 예는 진상품 마케팅에 대한 것입니다. 진상품은 수탈의 역사이니 후손들이 자랑스러워할 게 못 되며, 조상이 당한 수탈을 자랑스러워하는 것과 다르지 않아서 근대적 시민의식이 없다는 비판입니다. 수탈이건 뭐건 지금은 마케팅 키워드일 뿐인데 그리 큰 의미를 두는게 맞을까요? 이런 논리면 성 같은 문화재도 다 부역으로 만든 것으로 수탈의 역사이니 자랑할 게 아닙니다. 또 진상품이라는 타이틀은 그만큼 인정받았다는 충분한 증거는 됩니다. 가치가 폄하될 이유는 없어요.
또 815콜라가 실패한 이유를 코카콜라의 혼란 마케팅 탓으로 돌리는 것 역시 와닿지 않았습니다. 저도 해태콜라와 815콜라를 다 먹어본 세대인데, 제 개인적 경험으로는 확연히 맛이 없었습니다. 맛보다 마케팅이 중요하다고 했지만, 아무리 마케팅을 해도 맛이 없으면 안 되는 게 이쪽 시장의 진리라는 것은 불변의 사실이죠. 그렇게나 엄청나게 마케팅해댔던 뉴코크, 체리코크가 지금 없어진 것처럼요. 그 외에 찜닭은 맛이 없다는 것 역시 개인적으로 동의하기 어려웠고요.

그래도 새롭게 알게 되거나 재미있는 이야기도 많았습니다. 이천쌀이 유명한 것은 진상품이었기 때문인데 진상된 이유가 맛 때문이 아니라는건 처음 알았네요. 이천 토종쌀 중 자채벼라는 품종이 한반도에서 가장 일찍 수확되는데, 조선 왕가가 처음 수확된 쌀로 제사지내기 위해 종묘에 바친게 이천 진상미의 근원이라거든요. 일종의 보졸레누보 같은 거랄까요? 지금은 재배되지 않는다고 하니 약간 아쉽네요.
그리고 설하멱이라는 조선시대 음식이 불고기의 원형일 수 있는데, 레시피는 고기를 두드려 연하게 한 뒤 꼬챙이에 꿰어 숯불에 굽다가 구우면서 물에 담그기를 반복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겉이 타지 않게 하면서 속까지 익히려는 의도인데, 중국, 중앙아시아의 샤슬릭과 비슷한 것으로 설하멱이 샤슬릭의 음차어일 수도 있다는 발상은 아주 괜찮았습니다.
한국의 닭은 외래종이 대부분으로 이 닭고기는 구이나 튀김에 맞아 백숙이나 탕 등을 하면 맛이 많이 빌 수 있다는 것도 그럴듯했고요.

무엇보다도 항상 궁금했었던, 한국 달걀이 갈색인 이유를 처음 알게 되어 기뻤습니다. 원래 산란계는 백색과 갈색이 있는데, 한국에서만 유독 갈색 산란계를 선호한다고 합니다. 이유는 90년대 업자들이 갈색 달걀을 토종닭 달걀인 듯 홍보한 탓이고요. 생산성이 떨어지면 토종닭이라고 속여 파는 것도 가능하다고 하네요. 백색 산란계가 사료 효율도 좋고 질병에도 강하다 하니 조금 안타까운 현실이군요. 우리의 토종 음식 집착이 이런 비효율적이며 비합리적인 현상을 낳은 것도 씁쓸합니다. 여튼, 이제부터 같은 값이면 흰 달걀을 사야겠습니다.

그 외에도 꿀꿀이죽, 유엔탕이 존슨탕이 된 것은 66년 미국 존슨 대통령의 방한 때문이라는 것, 광고로도 유명한 수미감자가 현재 한국 감자의 80퍼센트를 차지하는데 삶으면 찐득해지는 점질감자라 식감이 떨어진다는 것(어쩐지 옛날보다 삶은 감자가 맛이 없더라니!) 같은 재미난 이야기도 많고, 파스타는 이탈리아의 대중음식으로 누구나 대충 요리해 먹는 음식일 뿐인데 외국물 먹은 요리사들에 의해 허영심이나 채우는 음식으로 전락했다는 수긍할 만한 주장도 좋았습니다. 파스타는 "맛의 달인"에서는 전채일 뿐이라 묘사되고, 얼마 전 읽었던 야마자키 마리의 만화에서도 누구나 만들 수 있는 간단한 음식으로 나오는데 정말 포지셔닝이 오버스럽기는 하다고 생각됩니다.

그래서 별점은 2.5점. 너무 강한 주장 탓에 호불호가 갈릴 수는 있는데 재미있고 유익한 이야기가 많은 것은 분명한 만큼 한국 음식에 관심 많으시다면 한 번쯤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