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음식문화박물지 - 황교익 지음/따비 |
한국 음식 컬럼니스트로 유명한 황교익씨의 컬럼을 모아놓은 책. 여러가지 한국음식을 되돌아보고 그 본질에 대해 이야기하는 글들이죠. 수긍할 수 있는 내용도 있고 그렇지 않은 내용도 있고, 재미있는 내용도 있고 새롭게 알게된 것도 있는 등 다양한데 저자의 블로그에서 익히 보아왔던 독설들이 가득해서 쉽게 익숙해지지는 않더군요. 저자의 주장도 좀 센 편이고 말이죠.
수긍하기 어려웠던 것의 대표적인 예는 진상품 마케팅에 대해 이야기하며 진상품은 수탈의 역사이니 후손들이 자랑스러워할게 못된다, 조상이 당한 수탈을 자랑스러워하는 것과 다르지 않은 근대적 시민의식이 없는 것이다라고 비판하는 것입니다. 수탈이건 뭐건 지금은 마케팅 키워드일 뿐인데 그리 큰 의미를 둘 수 있을까요? 이런 논리면 성같은 문화재도 다 부역으로 만든거면 수탈의 역사이니 자랑할게 아니라는 것과 같은데 말이죠. 또 진상품이라는 타이틀은 그만큼 인정받았다는 충분한 증거는 되는 만큼 가치가 폄하될 이유도 없죠.
또 815콜라갸 실패한 이유를 코카콜라의 혼란 마케팅 탓으로 돌리는 것 역시 와닿지 않았습니다. 저도 해태콜라와 815콜라를 다 먹어본 세대인데 제 개인적 경험으로는 확연히 맛이 없었어요. 맛보다 마케팅이 중요하다고 했지만 아무리 마케팅을 해도 맛이 없으면 안되는게 이쪽 시장의 진리라는 것은 불변의 사실이죠. 그렇게나 엄청나게 마케팅해댔던 뉴코크, 체리코크가 지금 없어진 것 처럼요. 그 외에 찜닭은 맛이 없다는 것 역시도 개인적으로 동의하기 어려웠고요.
그래도 새롭게 알게되거나 재미있는 이야기도 많았습니다. 이천쌀이 유명한 것은 진상품이었기 때문인데 진상된 이유가 맛 때문이 아니라 이천 토종쌀 중 자채벼라는 품종이 한반도에서 가장 일찍 수확되는 것이라 조선 왕가가 처음 수확된 쌀로 제사지내기 위해 종묘에 바친 것이 이천 진상미의 근원이라고 하는군요. 일종의 보졸레누보 같은거랄까요? 지금은 재배되지 않는다고 하니 약간 아쉽네요.
그리고 설하멱이라는 조선시대 음식이 불고기의 원형일 수 있는데 레시피는 고기를 두드려 연하게 한 뒤 꼬챙이에 꿰어 숯불에 굽다가 구우면서 물에 담그기를 반복하는 것이라죠. 겉이 타지않게 하면서 속까지 익히려는 의도라는데 중국, 중앙아시아의 "샤슬릭"과 비슷한 것으로 설하멱이 샤슬릭의 음차어일 수도 있다는 발상은 아주 괜찮았습니다. 한국의 닭은 외래종이 대부분인데 이 닭의 고기는 구이나 튀김에 맞아 백숙이나 탕 등을 하면 맛이 많이 빌 수 있다는 것도 아주 그럴듯했어요.
무엇보다도 항상 궁금했었던, 한국 달걀이 갈색인 이유를 처음 알게 되어 기뻤습니다. 원래 산란계는 백색과 갈색이 있는데 한국에서만 유독 갈색 산란계를 선호해서이며 이유는 90년대 업자들이 갈색 달걀을 토종닭 달걀인듯 홍보한 탓이라고 합니다. 생산성이 떨어지면 토종닭이라고 속여파는 것도 가능하다고 하고요. 백색 산란계가 사료효율도 좋고 질병에도 강하다하니 조금 안타깝기도 하네요. 우리의 토종음식 집착이 이런 비효율적이며 비합리적인 현상을 낳은 것도 씁쓸합니다. 여튼, 이제부터 같은 값이면 흰달걀을 사야겠습니다.
그 외에도 꿀꿀이죽, 유엔탕이 존슨탕이 된 것은 66년 미국 존슨 대통령의 방한때문이라는 것, 광고로도 유명한 수미감자가 현재 한국 감자의 80퍼센트를 차지하는데 삶으면 찐득해지는 점질감자라 식감이 떨어진다는 것 (어쩐지 옛날보다 삶은 감자가 맛이 없더라니!) 같은 재미난 이야기도 많고 파스타는 이탈리아의 대중음식으로 누구나 대충 요리해 먹는 음식인데 외국물먹은 요리사들에 의해 허영심이나 채우는 음식으로 전락했다는 수긍할 만한 주장도 있어서 좋았습니다. 파스타는 <맛의 달인>에서는 전채일 뿐이라 묘사되고 얼마전 읽었던 야마자키 마리의 만화에서도 누구나 만들 수 있는 간단한 음식으로 나오는데 정말 포지셔닝이 오버스럽기는 하다고 생각됩니다.
그래서 별점은 2.5점. 너무 강한 주장탓에 호불호가 갈릴 수는 있는데 재미있고 유익한 이야기가 많은 것은 분명한만큼 한국 음식에 관심 많으시다면 한번쯤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