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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8/01

순교자 - 김은국 / 도정일 : 별점 3점

순교자 (양장) - 6점
김은국 지음, 도정일 옮김/문학동네

6.25 전쟁 중 국군이 평양을 탈환한 후, 이대위는 장대령의 지시로 평양 목사 14명이 북한군에게 끌려가 12명은 총살당하고 두 명만 살아남은 사건의 진상 조사를 시작했다. 생존자 중 신목사는 사건의 진상을 계속 감추는데, 과연 12명 순교자에 얽힌 진실은 무엇인가?

6.25를 배경으로 종교가 무엇인지, 진실이 무엇인지에 대해 쓴 순문학 중편.

원래 저의 독서 취향이라면 거들떠도 보지 않을 책이죠. 문학동네 책들은 여러 권 읽어봤지만, 세계문학전집은 손에 잡은 게 대체 얼마 만인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여튼 읽게 된 이유는 순교자로 대접받는 12인의 목사의 죽음의 진실이 무엇인지를 '미스터리' 형태로 다루었다는 소갯글을 어디에선가 보았기 때문입니다.

의도는 약간 불순했지만, 생각보다는 훨씬 괜찮더군요. 종교라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새롭게 생각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는게 가장 좋았습니다. 결국 종교란 비참한 현실 뒤에 더 나은 무언가가 있다고 믿게 만드는, 어떻게 보면 일종의 마약과 같다는건데, 완벽하게 동의합니다. 사실 기독교든 불교든 이슬람교든 조로아스터교든 그게 무슨 상관이 있겠습니까, 결국 다 신자들의 "믿음" 문제일 뿐이죠.
덧붙이자면 이런 것을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 문학이구나 싶은 생각도 오랜만에 들었어요. 그동안 너무 가벼운 독서만 했나 봅니다.

14명의 목사가 잡혀가서 12명은 처형당하고, 2명만 살아남은 사건의 진상에 대한 미스터리 스타일의 전개도 꽤 흥미로왔습니다. 군대 내에서 벌어진 죽음 뒤에 숨겨진 진실이 무엇인지를 파헤친다는 점에서는 약간 "JSA"가 떠오르기도 했고요.
결국 죽은 12명 중에 배신자가 있었고, 신목사와 한목사가 살아남은 것은 끝까지 당당했으며 운이 좋게 처형 순서가 뒤였다는 중반부에 밝혀지는 진상은 살짝 김이 빠지지만 충분한 재미를 가져다 줍니다. 진짜 순교자는 살아남은 신목사였다는건 짙은 여운을 남기고요. 6.25, 특히 평양을 점령했던 때에 대한 상세한 묘사 역시 볼거리였습니다.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3점. 지금 읽기에는 조금 낡은 기분도 들고 중반 이후의 재미는 떨어지나, 좋은 작품임에는 분명합니다. 관심이 있으시다면 꼭 한번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분량도 적절하니까요.
장르문학 팬으로서 덧붙이자면 이대위의 조사를 조금 더 상세하게, 그리고 하드보일드스럽게 그렸더라면 훨씬 좋았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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