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텐더 Bartender 21 - 조 아라키 지음, 나가토모 겐지 그림/학산문화사(만화) |
몰랐었는데 이 만화도 완결되었군요. 주말에 몰아서 완독하였습니다.
작품은 크게 주인공 "신의 글라스" 류가 여러 바를 떠돌아다니며 용병생활을 하는 전반부, 호텔 카디널의 바 이덴홀에서 근무하는 중반부, 그리고 독립하는 후반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이 와중에 바를 찾은 손님들과의 다양한 에피소드가 펼쳐지는 전개이죠.
요리만화 스타일의 배틀이 펼쳐지는 에피소드는 거의 없고, 바를 찾아온 손님들에게 최고의 한 잔을 대접한다는 치유물 계열의 이야기가 대부분입니다. 주인공이 천재라는 점만 빼면 "심야식당"과 비슷한 분위기지요. 이러한 이야기 특성상 주인공 사사쿠라 류보다는 손님과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가 인상적인게 많은데, 개인적으로는 가와가미 쿄코가 등장하는 에피소드들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우연히 바를 찾은 첫사랑에게 고백을 결심하지만 그가 약혼자와 함께 나타나자 "라스트 키스"라는 칵테일을 만들어 주는 에피소드(내내, 내내, 당신을 좋아했습니다), 또 그녀가 어머니를 급작스럽게 잃은 뒤 바텐더 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핑크 리본"이라는 칵테일을 만드는 에피소드가 좋았어요. 이러한 점 때문에 이 작품의 히로인은 미와가 아니라 쿄코라고 생각합니다. 수많은 명언이 등장하는 것도 명언 덕후로서 마음에 들었고요.
그러나 아쉽게도 쿠루시마 타이조가 죽은 뒤 류가 독립하게 되기까지를 그리는 후반부는 재미가 떨어집니다.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인 치유물 분위기가 희석되고, 류의 제자인 와쿠이 츠바사의 성장기와 독립 준비 과정에서 여러 가지 배틀이 중심이 되는 탓입니다. 차라리 쿠루시마 미와와의 관계를 좀 더 진전시키거나, 아니면 ‘미스터 퍼펙트’와의 최종 결전과 같은 빅 이벤트로 마무리했더라면 임팩트는 더 있었을 텐데 이도저도 아니라 좀 아쉬웠어요.
그래도 새로 오픈한 이덴홀을 중심으로 이전처럼 끌고 갈 수도 있었을 텐데, 큰 욕심을 부리지 않고 적절히 마무리한 점은 높이 평가하고 싶네요. 재미고 뭐고 다 없어진 채 좀비처럼 연명하는 일부 만화들보다는 훨씬 나으니까요.
그래서 제 별점은 2.5점입ㄴ비다. 후반부 이야기는 맥이 좀 빠지지만, 전체적으로 잔잔하면서도 푸근한, 그러면서도 칵테일 한 잔을 마시고 싶게 만드는 작품입니다. 이런 류의 이야기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일독을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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