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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5/16

사형집행중 탈옥진행중 - 아라키 히로히코 : 별점 1.5점

"죠죠의 기묘한 모험"으로 유명한 아라키 히로히코의 만화 단편집입니다. "사형집행중 탈옥진행중", "돌치 ~ 다이하드 더 캣", "키시베 로한은 움직이지 않는다 - 고해소", "데드맨즈 Q"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작가 특유의 기묘한 상상력과 불길한 상황 설정을 짧은 이야기 안에 압축한 이야기들로, 인물이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에 던져진 뒤 그 안에서 어떻게 살아남거나 무너지는지를 주로 보여줍니다. 

감옥인지 호텔인지 알 수 없는 공간, 바다 위 요트에서 사람과 고양이간 벌어지는 기묘한 생존극, 죽은 뒤에도 어떤 임무를 수행하는 듯한 인물이라는 소재는 확실히 아라키 히로히코답습니다.
아라키 히로히코 특유의 기괴한 상상력도 돋보입니다. 평범한 공간을 순식간에 불안하고 위협적인 장소로 바꾸는 감각, 인물의 육체를 과격하게 몰아붙이는 작화와 연출, 현실적인 논리보다 불길한 이미지로 독자를 압박하는 방식은 분명 개성적입니다. 또한 "돌치 ~ 다이하드 더 캣"처럼 제한된 상황에서 작은 두뇌 게임을 활용하는 대목도 눈에 띕니다. 작가의 재치를 잘 느낄 수 있어요.

하지만 단점이 더 큽니다. "죠죠의 기묘한 모험"에서는 아무리 기묘한 사건이 벌어져도 스탠드라는 설정과 대결의 규칙이 있기 때문에 독자가 어느 정도 납득할 수 있습니다. 반면 이 책 수록작들은 그런 뒷받침 없이 기괴한 상황만 먼저 튀어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야기가 기묘하다는 인상은 강하지만, 왜 그런 일이 벌어지는지, 인물이 왜 그런 선택을 하는지에 대한 설득력은 부족합니다. 결말도 대체로 시시한 편이고요. 

그래서 전체 평균한 별점은 1.5점입니다. 별로 추천할 작품은 아닙니다.

수록작별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스포일러 있습니다.

"사형집행중 탈옥진행중"

표제작. 한 남자가 사형 집행을 기다리는 듯한 방에 갇히면서 시작됩니다. 그런데 그 공간은 단순한 감옥이 아닙니다. 음식과 생활 시설은 지나치게 잘 갖춰져 있고, 겉으로 보기에는 호화로운 호텔 방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그 안의 모든 사물은 죄수를 죽이기 위한 장치처럼 움직이지요. 침대, 욕실, 식사, 창문까지 일종의 함정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주인공은 살아남기 위해 방 안의 구조를 파악하며 조금씩 탈출 가능성을 찾아갑니다.

이렇게 사형 집행과 탈옥이 동시에 진행된다는 역설적인 상황이 핵심으로 주인공은 계속 죽음의 위협을 피하면서, 결국 탈옥 직전의 상황에 도달합니다. 그러나 그는 오랜 세월 탈옥을 포기한 채 그 안에 머무는 쪽을 택하는게 결말입니다. 

기괴한 발상은 인상적이고 중반부의 위기와 탈출 묘사는 흥미롭지만, 갖은 노력을 통해 탈출 직전의 상황을 만든 주인공이 수십 년 동안 그대로 남는다는 결말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최소한 몇 년 안에는 결정을 내렸어야 합니다.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대충 의도는 알겠지만 마무리의 설득력이 약해서 감점합니다.

"돌치 ~ 다이하드 더 캣"

난파한 요트 위에서 남자와 고양이 돌치가 생존을 두고 얽히는 이야기인데, 이 단편집에서 그나마 두뇌게임과 반전의 재미가 살아 있는 작품입니다. 단순히 기괴한 상황을 보여주는 데서 그치지 않고 제한된 공간 안에서 상대를 속이거나 유인하는 장면이 들어가는 덕분이지요. 특히 손가락을 이용해 돌치를 낚는 장면에서 아라키 히로히코 특유의 과장된 연출과 잔혹한 아이디어, 일종의 두뇌 게임이 잘 드러납니다. 대단히 정교한 추리나 전략은 아니지만, 짧은 단편 안에서 긴장감을 만들어 내는 장치로는 꽤 효과적입니다.

다만 이 작품 역시 결말까지 놓고 보면 강렬한 설정에 비해 뒷맛이 아주 만족스럽지는 않습니다. 돌치가 생각보다 엄청난 능력이 있었다는 정도인데 반전도 아니고, 별로 통쾌한 결말도 아닌 탓입니다. 애초에 돌치의 능력에 대한 설명도 전무하고요. 별점은 2점입니다.

"키시베 로한은 움직이지 않는다 - 고해소"

나쁘지 않은 이야기입니다. 내용과 작품 완성도만 놓고 보면 이 책 최고의 수록작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키시베 로한은 움직이지 않는다"를 통해 이미 접했다는 점입니다. 책 값도 제법 나가는 편인데 중요한 수록작 하나를 이미 접했다니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데드맨즈 Q"

"죠죠의 기묘한 모험" 제4부와 이어지는 성격이 강한 단편입니다. 키라 요시카게가 죽은 뒤의 존재로 등장하기 때문입니다. 그가 죽은 상태에서, 어떤 의뢰나 임무를 수행한다는 내용이지요.

그런데 문제는 이 작품이 독립적인 단편으로 읽기에는 설명이 지나치게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키라 요시카게가 왜 이런 상태가 되었는지, 그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지금 정확히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제대로 알려주지 않는 탓입니다.

"죠죠의 기묘한 모험" 제4부를 읽은 독자라면 키라 요시카게라는 인물 자체에서 오는 흥미는 충분히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배경을 모른다면, 알 수 없는 인물이 알 수 없는 세계에서 알 수 없는 일을 하는 영문모를 이야기에 불과합니다. 무슨 내용인지 알 수가 없어요.

즉, 단독 작품이라기보다 "죠죠의 기묘한 모험"을 이미 읽은 독자를 위한 후일담이나 외전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별점은 1.5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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