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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2/23

아가페이즈 - 야마다 레이지 : 별점 3점


비쥬얼 록밴드 "에로스"의 리더인 미즈키 유리는 천재 기타리스트 및 작곡가로 언더그라운드의 카리스마로 까지 불리우는 인기인이지만 16년동안 자신이 호모라는 사실을 숨기고 살아왔다. 우연히 이 사실을 알게된 불량조직 카르마 레인의 리더 우즈메는 유리에게 연민을 느끼고 유리가 짝사랑하는 야구부 스타 카네다 토라키에게 사랑 고백을 할 수 있도록 유리를 도와주고자 한다. 

하지만 얇은 선수층과 콩가루같은 팀 분위기라는 악조건에서 큐세이 고교를 갑자원에 진출시키기 위해 홀로 팀에서 고군 분투하는 토라키를 위해 유리가 야구로 도와줄 생각을 하고 전설의 풍수사 "세이메이"를 찾아가게 되면서 부터 모두의 운명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한다.

풍수마구 5행 5종을 익히게 된 유리는 마구를 하나 던질때 마다 자신의 소중한 것을 하나씩 잃게 된다는 계약을 하게되고 마구를 계속 던져간다. 기타 연주력, 작곡능력 등을 차례로 잃어가다가 최후의 마구 1개를 남기고 마지막 남은 계약대상인 유리의 목소리만이라도 지키기위해 우즈메와 토라키를 비롯한 팀원들이 힘을 합치지만 결국 지구대회 준결승에서 최후의 핀치에 몰린 유리는 토라키와의 대화끝에 마음을 정리하고 최후의 마구를 던지게 된다...

도대체 이 만화의 쟝르를 뭐라고 정의할 수 있을까요? 인어공주에서 모티브를 얻은 비쥬얼 호모 열혈 고교야구 청춘 애정 멜로 만화랄까요?

그동안 주류 만화에서 보기 힘들었던 모든 코드들을 조합해서 16세의 주인공들을 통해 보여주면서도 실제적으로 드라마의 무대는 고교야구 지구 예선으로 설정하여 진행하는 엄청난(!) 만화입니다.

읽으면서 저는 아다치 테츠의 만화 "세븐틴 러브"가 일단 연상되더군요. 결국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향해 달려가는 주인공들과 그들의 앞뒤 가리지 않는 문란한 사생활, 거기에 현란한 대사와 독백이 난무하는 것이 비슷하게 느껴졌습니다. 제대로 된 어른이 거의 등장하지 않고 각각 어두운 가정환경과 주위 환경에 시달리며 여러 비정상적인 생활이 배경에 깔려 있다는 것도 비슷하네요. 그리고 대충 그린듯한 그림도요.

하지만 이러한 요소는 일부 막나가는 청춘물이나 성장물에서 끝없이 반복되어 왔던 점이라 이 작품만의 독특하거나 특별한 점으로 보기에는 힘듭니다. 결정적 차이점이자 이 작품만의 특징이 있다면 이른바 "청춘애정물"적인 성격이 강한 이 작품에서의 사랑은 절대 이루어질 수 없는 필연적인 흐름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것도 "풍수"와 "야구"라는 황당할 정도로 어울리지 않는 매개체를 통해서 말이죠.

이 작품에서 이질적인, 제대로 된 어른이 유일하게 붙어있고 재능과 어느 정도 행복한 가정이 있는 존재인 토라키(와 토라키와 연결되는 야무) 만을 제외한다면 작품안에서 크게 진행되는 두개의 사랑의 흐름, 우즈메->유리->토라키->야무->유리마츠오->다키니->류추다 라는 두개의 사랑 모두 당사자들의 희생을 강요하는 비극으로 귀결됩니다. 첫번째는 주 당사자인 유리는 호모고 나머지 사람들은 모두 (특히 토라키) 노멀이라는 것 때문에, 두번째는 다키니의 죽음 때문에 당사자들 모두에게 상처만 남기게 되지요.

또한 진정 자신에게 소중했던 모든것을 토라키를 위해 버린 유리의 경우를 비롯하여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무언가를 지불해야만 한다는 풍수의 이론 (등가교환의 법칙?) 때문에 모두들 소중한 것들을 하나씩 잃어가는 전개는 이들의 상처를 더욱 깊고 암울하게 합니다. 이렇게 흡사 인과율의 법칙처럼 정해진 파국으로 나아가는 이야기 전개는 파국의 정도 차이가 있을 뿐 결과적으로는 "베르제르크"와도 유사한 전개로 비슷한 전율을 안겨다 줍니다.

혹시 어디서 본듯한 설정이라고요? 최관->현지->오혜성->엄지->마동탁 이 생각나지 않나요? 무엇보다 최근에 거의 찾아보기 힘든 주인공인 유리, 즉 오로지 사랑때문에 자신을 파괴해가는 모습은 흡사 엄지를 위해 장님이 되면서까지 시합에 져주기 위해 발광하는 오혜성의 모습이 그대로 겹쳐집니다. 그러나 오혜성과 미즈키 유리의 차이점은 오혜성은 사실상 더 잃을것이 없었지만 유리는 사랑을 위해서 가진 모든것을 잃게 된다는 것, 그리고 동료들도 결국 진출한 갑자원 1회전에서 엄청난 점수차로 패배한다는 것입니다. 그나마 모든것을 희생하여 진출한 갑자원 1회전에서 무참하게 패하는 큐세이의 이야기는 현실적이고 당연했지만 너무나 어둡고 비극적인 끝맺음이었죠. 때문에 대충 그린듯한 그림체에 비현실적인 캐릭터와 설정에도 불구하고 더 비장하고 더 암울한 이야기를 보여주게 되는 것입니다.

결국 마지막권에서 모든것을 잃게된 후 각자 스스로의 처지를 알게 되어 행복을 위해 다시 모인다는 해피엔딩으로 끝나긴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자기 파괴적인 유리의 마지막 피칭로 끝나는 8권정도에서 끝맺는 것이 더 낫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이후의 전개는 에필로그-후일담 형식의 후반 이야기가 너무 길어 상당히 처지는 편이라서요. 차라리 음악을 포기하고 말없는 풍수 마구 투수로 프로를 재패하는 것도 괜찮지 않았을까 싶은데 음악에 대한 집념과 천재적인 음악성에 대한 묘사가 설득력이 부족해서 마지막 부분에서의 비장함이 약해 8권까지 꾸준히 달려주던 감성이 좀 무뎌지게 되거든요.

그래도 단점을 지적하기에는 너무나 독특한 고교 청춘 애정물이면서 읽으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작품입니다. 전편에 걸쳐 명장면과 명대사가 계속 등장하고 있으며 심각한 대사와 전개에도 불구하고 작가가 특유의 개그와 과장을 계속 선보여서 이질적이고도 해괴한, 하지만 작품에는 너무나 어울리게 구성하는 센스는 놀랍습니다. 아쉽게도 야구만화로서의 가치는 상당히 낮은 편이지만 설정과 잘 조합된 마구의 특성과 던지는 법, 그리고 계속해서 등장하는 라이벌에 대한 설명과 묘사는 흡사 20여년전의 야구만화를 보는 것 같아 재미있더군요.

작품 자체도 스토리는 황당무계하지만 사람을 잡아 끄는 매력이 특출나서 몇번이고 흥미진진하게 볼 수 있는 작품입니다. 사람에 따라서는 굉장히 호불호가 갈릴 것 같은 작품이긴 하지만 저에게는 굉장히 인상적인 작품이었습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PS : 그림만 조금 더 좋았더라면 누구에게나 추천할 수 있는 작품이었을텐데 아쉽군요. 뭐 그나마 요새는 구하기도 힘든 절판도서가 되어버렸지만요... 

개인적인 명장면 베스트...최후의 투구를 앞두고 토라키와 유리가 대화를 나누는 장면
"너 이 시합전에 자신이 게이라고 얘기했어.. 대답해 유리... 너... 나를 좋아하기 때문에 여기까지 싸워온거냐..?"
"핫 핫 하" 
[물론이야...] "바보-" 
[아주 좋아하고 있어] "시시껄렁한 소리 다 듣겠다" 
[너는...] "미안하지만..." 
[나의 전부야..]"내 타입이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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