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께끼 풀이는 저녁식사 후에 - 히가시가와 도쿠야 지음, 현정수 옮김/21세기북스(북이십일) |
대부호 호쇼가문의 딸이나 신분을 숨기고 형사로 근무하는 레이코가 자신이 맡게 된 괴상한 사건을 집사 가게야마에게 털어놓으면 - 제목 그대로 수수께끼 풀이는 저녁 식사 후에 - 가게아먀가 그 이야기만 듣고 진상을 추리해 내 버리는 전통 안락의자 탐정물.
이 작품의 장점이라면 읽기 편하고 유머러스한 전개, 그리고 정통 안락의자 탐정물에 걸맞는 추리적인 재미와 공정한 단서 제공을 들 수 있습니다.
특히 추리적인 재미는 상식을 뛰어넘는 괴이한 사건 현장에서 굉장히 상식적인 이유로 그러한 결과가 빚어졌다는 추리로 이어지는데 정통 본격물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잘 짜여져 있는 편이에요. 단편으로 이루어진 구성 역시 고전물의 성격을 충실히 따르고 있을 뿐 아니라 트릭들도 꼼꼼하고 치밀하게 배치되어 있어서 읽는 재미를 더해 줍니다.
그러나 지나칠 정도로 과장된 캐릭터와 배경 때문에 작품을 읽는 내내 소설보다는 만화나 드라마에 더 잘 어울렸으리라 생각된 것은 확실한 단점이겠죠. 대부호 형사 컴비와 직설적인 화법을 구사하는 명탐정 집사 가게야마라는 캐릭터의 설정과 성격은 재미는 있지만 정통 추리 애호가에게는 너무 장난스러워 보여서 묵직함이 좀 아쉬웠거든요. 물론 모든 추리소설의 명탐정들이 팍팍하게 살아가는 알콜중독 독신남일 필요는 없겠지만 최소한의 현실성은 전해주는게 좋았을 것 같아요.
또한 트릭도 꼼꼼히 배치된 건 맞지만 좀 작위적이며 몇몇 트릭의 경우는 추리퀴즈 수준이라 더더욱 만화나 드라마로 완성되는게 더 낫지 싶었습니다.
결론적으로 별점은 2.5점. 밝고 가벼우며 유머러스한 내용과 트릭이 잘 결합되어 있어서 추리소설 입문자에게 적합한 작품이라 생각되네요. 하지만 좀 하드코어한 추리소설 애호가들에게는 권해드리기는 좀 힘들 것 같습니다...
<살인현장에서는 구두를 벗어주십시오>
부잣집 아들 형사, 재벌가 아가씨 형사 컴비와 전형적인 안락의자 탐정인 집사 캐릭터가 소개되는 단편집의 도입부 역할을 수행하는 작품. 사건은 집 안에서 부츠까지 신은채 살해된 시체가 발견된 살인사건을 다루고 있습니다.
경찰의 치밀한 수사로 해결될 수도 있지만 목격증언의 맹점을 찌르는 전개 및 시체 상태에 대한 설득력있는 추리가 잘 결합된 소품으로 범인에 대한 추리까지 깔끔해서 마음에 듭니다. 별점은 2.5점. 도입부로는 적절했어요.
<독이 든 와인은 어떠십니까>
자살한 것으로 보이는 동물병원원장의 죽음이 사실은 타살이 아닐까 하는 의문을 풀어내는 작품으로 밀폐된 와인병에 독을 주입하는 트릭과 한밤중 촛불같은 불빛에 의지해 범행의 뒷처리를 한 범인의 정체가 누구인지를 밝혀내는 두가지 수수께끼가 등장합니다.
그러나 갯수가 많다고 좋은 트릭은 아니죠. 그야말로 추리 퀴즈 수준의 내용이라 아쉬웠어요. 꼼꼼하게 묘사할 필요 없이 지나가는 배경으로 처리가 가능했을 만화였다면 조금 괜찮았을텐데 말이죠. 별점은 1.5점입니다.
<아름다운 장미에는 살의가 있습니다>
장미 덤불 안에서 발견된 미녀의 시체 사건을 그린 작품.
고양이라는 '움직일 수 없는 증거' 가 효과적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추리의 과정이나 논리가 합리적이라 마음에 듭니다. 동기도 명확하지는 않지만 설득력은 있고요. 그러나 시체를 옮긴 방법은 독자에게 단서를 제공하기 위함일 뿐 그다지 합리적이지 못하다는 아쉬움이 있네요. 일부러 장미덤불에 시체를 옮겨 놓은 이유도 작위적인 냄새가 솔솔 나고 말이죠. 본격물스러운 공정함에 너무 신경을 쓴 탓일까요? 그야말로 과유불급,. 정도가 지나쳤습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신부는 밀실 안에 있습니다>
결혼식장에서 벌어진 밀실 살인미수 사건을 다룬 소품. 트릭은 뻔하지만 사람을 지칭하는 표현으로 진상을 끌어내는 아이디어가 돋보인 작품입니다. 일상계 추리물이라면 상급으로 쳐줄 정도로요. 재벌가의 결혼식이라는 과장된 설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약점이 있기는 하나 이 시리즈의 가장 큰 특징을 전개에 녹여내었다는 점에서는 오히려 플러스가 된 듯 싶네요. 별점은 2.5점입니다.
<양다리는 주의하십시오>
자신의 집에서 알몸 시체로 발견된 키작은 남자 사건을 다룬 이야기로 현대인의 필수 소품이라 할 수 있는 키높이 깔창을 가장 중요한 트릭으로 사용하고 있는 점이 돋보였습니다. 시의적절하기도 하지만 정말 있을것 같은 이야기라는 점에서 말이죠.
그러나 범인이 무려 두명이나 되는 목격자에게 목격된 것은 단지 키 문제만으로는 빠져나가기 힘든 중요한 단서였으리라 생각되는데 인상착의 등에 대한 별다른 언급없이 두루뭉실하게 넘어가는 부분과 키차이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서 허리를 삐끗한 환자를 등장시킨 작위적인 설정은 문제라 생각됩니다. 불가사의한 현장을 일상 레벨의 트릭과 섞은 구성은 좋으나 전개가 좀 아쉬웠달까요. 그래도 여러모로 재미있는 구석이 많은 작품이라 별점은 3점입니다.
<죽은 자의 전언을 받으시지요>
사설금융업체 여사장 살해사건을 다룬 이야기로 대단한 트릭은 등장하지 않지만 지워진 다이잉메시지와 칭문으로 던져진 흉기 등 몇가지 단서를 통해 결말로 이어지는 과정이 합리적이고 깔끔했습니다. 가게야마의 액션 등 대활약이 펼쳐지는 부분에서는 팬서비스가 확실히 느껴졌고요. 무리수가 좀 보이는데 그럭저럭 평균 수준은 되는 것 같아요. 별점은 2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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