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의 남자 - G. K. 체스터튼 지음, 유슬기 옮김/이숲에올빼미 |
시인 가브리엘 사임은 무정부주의자 조직을 수사하는 비밀경찰이라는 또다른 정체가 있었다. 그는 ‘일요일’이라는 명칭의 위원장이 통솔하는 무정부주의 조직에 잠입한 뒤, 조직의 간부인 ‘목요일’이 되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조직의 다른 간부들과 만나며 테러를 막기 위해 동분서주하는데...
"브라운 신부 시리즈"로 유명한 G.K. 체스터튼의 장편입니다. 브라운 신부 시리즈를 좋아하기도 하고, 책 소개에서도 ‘20세기 추리소설의 걸작’, ‘환상적 추리소설’이라는 표현이 있어 기대가 컸던 작품이었습니다. 그러나 책은 제 기대를 완벽하게 깨버렸습니다. 다른 건 몰라도 최소한 ‘정통 추리소설’은 아닌 탓입니다.
각 요일별로 구분되어 독특한 개성을 뽐내는 무정부주의 조직 간부들 설정은 상당히 기발했고, 중반부까지 사임이 무정부주의자들의 테러를 막기 위해 벌이는 사투와 추격전 - 특히 사임과 교수의 추격전, 서기가 이끄는 기마병과의 추격전 - 은 박진감이 대단했습니다. 추리소설은 아니더라도 근사한 첩보·모험물 분위기를 물씬 풍길 정도였죠.
그러나 종반부는 기대와 너무 달랐습니다. 가공할 존재인 ‘일요일’과의 어이없는 추격전에서 시작해 알 수 없는 형이상학적 선문답, 그리고 마지막에는 기이한 파티로 끝나는 결말은 황당하기만 했습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이야기인가 싶을 정도였어요. 오묘한 종교적 상상력과 시대를 앞선 느낌도 들고, 신적인 존재에 대한 이야기를 고급스러운 재치와 풍자로 표현한 것은 분명하지만, 솔직히 이해하기 어려웠어요.
유머러스하면서도 깊이 있는 묘사—“이 마을 부자 다섯 명 중 네 명은 사기꾼이오. 아마 이 비율은 전 세계 어디에서나 비슷할 것이오.”—와 전개는 과연 브라운 신부 시리즈의 저자가 맞구나 싶게 만들지만, 작품의 성격 자체가 예상과 너무 달라서 평가하기가 쉽지 않네요.
고전임은 분명하고, 발상 자체는 경이로운 부분도 있지만, 종교적 요소와 거리가 있는 저에게는 크게 와닿지 않았습니다. 굳이 평가하자면 별점은 2점입니다. 저처럼 고전 정통 본격 추리소설을 기대하고 읽는다면 분명 실망하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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