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주신 분들께 안내드립니다.

2011/07/14

뿔났다 (구 : 엄마는 저격수) - 오기와라 히로시 / 박현석 : 별점 2점

뿔났다 - 4점
오기와라 히로시 지음, 박현석 옮김/나래북.예림북

엄마는 저격수 - 4점
오기와라 히로시 지음, 박현석 옮김/나래북.예림북

이하 리뷰에는 약간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요코는 두 아이의 어머니이자 평범한 회사원의 아내로 30년 상환의 집에 살며, 손바닥만한 정원 가꾸기가 취미인 극히 평범한 가정주부였다. 그러나 그녀는 어릴적 미국에서 외할이버지에게 양육되며 온갖 종류의 총기에 달통하며 다양한 호신술을 익힌, 그리고 16세 때 사람을 암살한 과거가 있는 킬러이기도 했다...

"벽장 속의 치요", "하드보일드 에그"를 통해 접했던 오기와라 히로시의 작품입니다.

이 작품처럼 ‘소녀가 킬러’라는 설정이나 ‘평범해 보이는 가정주부나 남편이 사실은 비밀요원이었다’ 같은 설정은 굉장히 흔한 편입니다. 그래서 설정 자체는 별로 새로울 게 없죠. 하지만 "하드보일드 에그"에서 느꼈던, ‘평범한 삶에 급작스럽게 찾아온 위기’라는 소재에서 극적 재미와 서스펜스를 이끌어내는 작가의 솜씨가 잘 발휘되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미국에서 할아버지와 함께 성장하며 킬러로 거듭나는 소녀의 이야기와, 평범한 가정주부에서 의뢰받은 암살을 성공시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요코의 이야기가 번갈아 보여지는 전개도 무난하면서도 매끄럽습니다. 특히 암살 과정을 다룬 중반부는 정말 최고였어요.

만화 같은 이야기지만, 꼼꼼한 작가의 묘사 덕분에 작품도 설득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30년 상환의 집을 가지고 있고 두 자녀가 있는 가정주부 요코의 캐릭터가 잘 표현된 것은 물론, 총과 암살 방법에 대한 디테일도 상당한 수준이거든요. 또 전형적인 캐릭터 구축 방식이긴 했지만, 딸 다마키의 왕따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은 감정이입할 만했습니다.

그러나 뒤로 갈수록 조금 별로다 싶더니, 결말은 그야말로 대형 사고급이었습니다. 정체불명의 암살 의뢰인 K의 정체에 대한 일종의 반전과 급격한 심리 변화를 그리고 있는데 너무 극단적이었던 탓입니다. 자신이 암살한 대상자들이 나타난다는 환영에 대한 두려움과 죄책감을 묘사한 부분은, 그동안 자녀와 가정을 지키기 위해 분투해온 요코라는 캐릭터와는 너무나도 어울리지 않았어요. 또 작가 특유의 유머, 블랙코미디적인 요소가 거의 담겨 있지 않은 것도 아쉬웠고요.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현실적인 가정주부 킬러라는 소재를 비교적 설득력 있게 그려내긴 했지만 거기서 더 나아가지는 못한 작품입니다. 대체로 예상 가능한 상상력의 범주 안에 속했다고 할까요. 물론, 더 나아가면 그야말로 만화가 될지도 모르지만요. 킬링 타임용 작품으로 재미는 있지만, 구태여 찾아 읽을 작품은 아닙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