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로운 무림고수 제대협은 자신을 독으로 습격한 적에게서 자신을 구하고 죽은 하인의 아들 방강을 제자로 삼아 성심껏 키운다. 그러나 방강은 장성한 뒤 자신의 출신 때문에 미워하는 사형제에게서 떠날 결심을 굳히나 마지막 순간 사부의 딸이기도 한 사매에게 한 팔을 잃고 만다. (신조협려?) 그러나 그를 구해준 여인에게서 얻게 된 그녀 아버지의 유산이기도 한 비급으로 외팔에 맞는 새로운 무공을 익히는데...
한편 제대협을 노리는 장비신마는 제가도법을 제압할 수 있는 기이한 무기와 초식을 창안하여 제가문중의 제자들을 한명씩 습격하여 차례로 살해해간다.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된 방강은 장비신마를 처치하고 사문을 떠나 새로운 곳으로 향한다.
외팔이 시리즈의 기념비적인 1탄. 오랫동안 소문만 들었지 접해보지는 못했었는데 우연찮게 감상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무척 실망스러웠어요. 이야기의 개연성, 무술장면의 합, 촬영, 배우와 연기 뭐 하나 마음에 드는게 없었거든요.
물론 뭐 하나 건질게 없는 영화는 아닙니다. 자신의 외팔에 맞는 무공을 익히기 위하여 반토막이 난 아버지의 유품인 도를 사용하였기 때문에 장비신마의 기이한 도를 잡는 무기에 걸려들지 않는다는 핵심 아이디어 하나만큼은 아주 괜찮았어요. 왕우가 연기한 외팔이 고수 캐릭터도 굉장히 매력적이었고요. 모든면에서 어설프지만 확실한 캐릭터 하나만으로 당대의 신화가 되고 후대에 지속적으로 인용되었다는 점에서는 <007 닥터 노>와 일맥상통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러나 단점이 너무나 확연하기에... 시대를 뛰어넘는 걸작이 되지 못한 것까지도 말이죠.
일단 스토리 부터 문제가 많습니다. 구멍이 한두개가 아니지만 스토리 전개의 가장 큰 요소인 장비신마의 계획부터가 문제에요.
장비신마는 제가도법을 막기위해 개발했다는 무기와 무공으로 제가문중 제자들을 하나씩 암습하여 제거하는데 이유는 이 무기와 무공의 특징이 드러나면 안되기 때문이라 합니다. 실제로도 도를 봉쇄하는 기이한 무기와 그 순간 헛점을 노리는 단검이 중심인 유치한 무공인지라 한번만 본다면 대비하는게 충분히 가능해 보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마지막 클라이막스에서 장비신마는 달랑 제자 두명만 데리고 십여명이 넘는 제씨문중 제자들이 결집한 곳으로 직접 쳐들어갑니다! 게다가 제가문중 제자들은 이 무공을 직접 눈으로 보고도 같은 수법에 추풍낙엽처럼 쓰러져버리고요. 무능한 제자들의 모습을 보고 제대협의 속이 얼마나 상했을까를 생각하면 가슴이 아플 지경이었어요. 이럴거면 장비신마가 애써 무공을 숨길 이유조차 없죠.
또 60년대 영화라는 점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무술 장면이 너무 어설퍼서 아주 실망했습니다. 합이라는 것이 애초에 존재하나 싶을 정도였어요. 마지막 클라이막스 대결에서 방강이 장비신마 채찍에 걸려 휘둘리는 장면은 영화 <에드우드>에서 문어인형과 싸우는 벨라 루고시의 모습이 연상되더군요. 거의 대부분 실내세트로 이루어진 촬영도 몰입을 방해하기는 마찬가지였고 말이죠.
하지만 작품적 가치보다는 역사적 가치를 따져야 하는 작품이기에 별점은 따로 부여하지 않겠습니다. 구태여 준다면 2.5점정도? 무협 영화를 좋아하시는 저의 아버님과의 이야깃거리가 하나 더 늘었다는 것으로도 제게는 가치있던 영화이기도 하니까요. 추천은 하기 힘들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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