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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7/27

명탐정은 밀항중 - 와카타케 나나미 / 권영주 : 별점 2점

명탐정은 밀항중 - 4점
와카타케 나나미 지음, 권영주 옮김/노블마인

이하 리뷰에는 약간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와카타케 나나미의 쇼와 시대 초기 국제 여객선을 무대로 한 연작 단편집입니다. 설정에 걸맞게 많은 등장인물과 특이한 장소, 상황을 이용한 이야기가 많습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각 작품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작가 특유의 연작 단편 분위기 외에는 별다른 특징이 없습니다. 시끌벅적한 소동은 정도가 과했고, 무엇보다도 추리적으로 너무 부족해서 좋게 평가할 점이 거의 없네요. 작가의 장점이라 할 수 있는 블랙코미디 요소는 어느 정도 살아있었지만, 단순히 웃음이 목적이라면 차라리 개그 프로그램을 보는 것이 나은 선택이겠지요.

그나마 스즈키 류자부로의 기묘한 여행기가 에필로그와 연결되는 아이디어는 괜찮았는데, 마지막 부분에서의 작위성이 너무 심해서 전체적인 인상을 망쳤습니다. 처음부터 노리고 썼다는 티가 너무 많이 났거든요.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추리적인 요소가 너무 빈약해서 좋은 점수를 주기가 어렵습니다.  좋아하는 작가이긴 하지만, 최근 작품들은 만족스럽지 못하군요. 추리소설 애호가나 작가의 팬, 그 누구에게도 추천하기 어려운 작품이었습니다. 다음 작품에서는 조금이라도 만회해 주었으면 좋겠네요.

수록작별 간단한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살인자 출범하다"

롤러스케이트장에서 발생한 기묘한 살인사건. 범인이 하코네호에 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신문기자 후지키의 추적이 펼쳐진다는 이야기.

문제는 후반부의 갑작스러운 진상이 흐름을 망친다는 겁니다. 진범의 독백으로 범인이 누구인지 독자에게 알려주는데, 배경 설명도 부족하고 관련된 단서도 거의 없어 당황스러울 뿐이었어요. 이런 전개라면 추리소설이라고 부르기 어렵죠. 별점은 1점입니다.

"아가씨 승선하다"

어딘가의 앤솔로지에서 읽었던 기억이 나는데, 정확히 어디에서 봤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네요.... 남작가의 딸이 벌이는 탈출 소동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장난스러운 소동 자체는 즐길 만했지만, 핵심 트릭이 단순한 말장난이라는건 아쉽습니다. 그래도 탈출을 막기 위한 주변 인물들의 눈물겨운 노력이 가상했기에 별점은 1.5점입니다.

"고양이는 항해 중"

항해 중 발생한 살인사건과 그에 대한 진상을 다룬 작품인데, 기본 설정이 너무 비현실적이어서 황당할 뿐이었습니다. 아무리 닮았다 해도 남자가 여자로 완벽하게 변신할 수 있을까요? 이 정도면 변장이 아니라 변신이죠. 애초에 이렇게 변장을 할 계획이었다면 구태여 살인사건을 일으켜 복잡하게 만들 필요도 없었을 테고요. 점수를 줄 여지가 전무합니다. 별점은 0.5점입니다.

"명탐정은 밀항 중"

표제작으로, 전통적인 트릭인 1인 2역 트릭이 등장하는 작품입니다. 작가 특유의 일상계스러운 분위기와 등장인물들 간의 밀고 당기는 심리 묘사가 괜찮았어요. 길치인 탐정역의 삼장스님 캐릭터도 매력적이었고요. 일상계적인 요소, 설득력 있는 트릭, 유쾌한 캐릭터와 심리 묘사가 잘 어우러진 작품입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유령선 출몰"

승객들이 선상에서 괴담회를 열고 발표한 이야기들이 하나로 연결되어 범인을 옭아맨다는 독특한 구성을 가진 작품입니다. 특정 무대에서 펼쳐지는 괴담회라는 설정은 에도가와 란포나 고사카이 후보쿠 등의 작품에서도 볼 수 있었던 것이지요. 쇼와 시대 초기라는 작품 배경과 잘 어울렸어요. 

문제는 전개와 결말이 너무 진부했다는 점입니다. 결말이 조금만 더 신선했더라면 좋았을 텐데, 너무 뻔한 내용이라 아쉽더군요. 현대 독자가 읽기에는 어중간한 작품입니다. 별점은 1점입니다.

"선상의 악녀"

아이의 일기장을 통해 전개되는 과정이 흥미로웠던 소품입니다. 결말도 깔끔하게 마무리되었고요. 그러나 설정이 다소 설득력이 떨어지는 점은 아쉬웠어요. 아이디어를 뒷받침할 만한 깊이 있는 고민이 더 필요했을 것 같습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이별의 뱃고동"

항해의 마지막을 앞두고 벌어진 가면무도회에서의 ‘장난’을 파헤치는 이야기와 주요 등장인물들의 결말을 그리는 에필로그로 이어지는 작품입니다. 소소한 일상적인 분위기는 괜찮았지만, 과연 이게 이야기로서 의미가 있는 사건인가 싶을 정도로 지나치게 평범했습니다. 대미를 장식하기에는 다소 아쉬운 작품이었어요. 그래도 깔끔하게 마무리되는건 좋았어요. 별점은 2점입니다.

사실 이 단편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가면무도회에서의 기상천외한 분장이었습니다. 온몸을 종이로 둘둘 말고 벽에 머리를 기대 서 있는 분장, 과연 무엇일까요? 정답은 ‘피사의 사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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