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안의 작은 새 - 가노 도모코 지음, 권영주 옮김/노블마인 |
"앨리스 시리즈"와 "유리기린"으로 접했던 일본의 일상계 추리작가 가노 도모코의 최신작. 평범한 회사원 게이스케와 사에의 알콩달콩한 연애담과 함께, 그들 주변에서 벌어지거나 벌어졌던 소소한 사건들을 풀어나가는 전형적인 일상계입니다. 전에 읽었던 "유리기린"처럼 심각한 설정 없이 진짜 일상계스러운 내용으로 작품이 전개되는 건 마음에 들었습니다.
단편집인데 각 단편들이 명확하게 종결되는 구조가 아니라는게 특이합니다.. 모두 다음 작품과 연결되는 연작식 구성을 취하고 있거든요. 1인칭 시점이 두 명의 주인공을 오가는 점도 특이했고요.
그러나 좋은 추리물로 보기에는 문제가 많습니다. 작위적이고 설득력 없는 동기가 난무해서 완성도가 영 별로인 탓입니다. 가장 첫 단편인 "손 안의 작은 새"에서 요코가 자신의 그림이 서서히 망가지도록 금기시된 유화 조합으로 그림을 그렸다는 것부터가 그러합니다. 차라리 그림을 그리지 말던가, 아니면 명확하게 나이프로 그림을 찢어버리던가... "자전거 도둑" 역시 마찬가지죠. 대부호의 손자가 자전거 백미러를 훔친다? 그거 돈 주고 사려면 얼마나 했을까요? "불가능한 이야기"에서 화분의 위치와 빌딩의 반사를 이용하여 원래 찾아갔던 집을 숨긴다는 트릭 역시 잠깐의 착각을 불러일으킬 수는 있지만, 실제로 가능했으리라 생각되지는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결혼반지를 가장하기 위해 150만 엔이나 되는 반지를 훔친다는 "에그 스탠드" 역시 어이가 없었습니다. 살짝 속이려고 감수하기에는 리스크가 너무 크잖아요.
물론 아주 건질 게 없지는 않습니다. 초반부에서 '호무라 사에'라는 이름을 추리해내는 과정, 사에를 기다리던 게이스케가 자신의 우산을 바꿔치기해 간 여고생에 대해 추리하는 부분은 괜찮았어요. 평범한 회사원이지만 비상한 추리력을 가진 게이스케라는 캐릭터 묘사도 호감이 가고요.
하지만 단점이 더 크기에 별점은 2점입니다. 순정만화 스타일의 일상계로 추리소설을 처음 접하는 여성분들에게 적합해 보입니다. 완전 본격물 애호가에게는 추천드리기 어렵네요.
덧붙이자면 작중의 중요 장소인 바 "에그 스탠드"에서 주문하는 칵테일들만큼은 인상적입니다. 한번쯤 맛보고 싶어질 정도입니다. 벚꽃 가득한 가게 분위기로 인헤 사에가 주문하는 "체리 블로섬", 게이스케의 "모스크뮬", 수수께끼의 친근한 노신사가 선물한 샴페인 + 신선한 오렌지 주스 조합의 "미모사", 마지막 이야기에서 사에와 다투고 혼자 방문한 게이스케가 추운 밤에 시키는 에그노그, 에그노그에 쓴 노른자를 뺀 흰자로 바텐더 이즈미가 만드는 "밀리언달러"(오리지널 레시피라며 진 베이스에 흰자를 1/3만 넣는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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