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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5/09

미국 총 미스터리 - 엘러리 퀸 / 김예진 : 별점 2점

 

미국 총 미스터리 - 4점
엘러리 퀸 지음, 김예진 옮김/검은숲

<하기 리뷰에는 약간의 스포일러 있습니다>

2만명이 넘는 관객이 모인 와일드 빌의 로데오 쇼에서 옛 헐리우드 스타 벅 혼이 총에 맞아 살해당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마침 현장에 있던 퀸 경감이 직접 지휘하여 철저한 수색을 벌였지만 흉기인 25구경 권총은 발견하지 못하고 사건은 미궁에 빠진다.
그리고 한달 뒤 다시 벌어진 로데오 쇼에서 간판스타 외팔이 우디가 벅 혼과 똑같은 상황에서 똑같은 흉기로 살해되는데...


재발간되고 있는 엘러리 퀸 시리즈의 한권. 시리즈 출간소식은 이전에 접했었으나 이미 읽었던 작품을 다시 읽는 것은 선뜻 손이 가지 않았는데 이 작품은 국내 초역된 것이라 별다른 고민없이 바로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부터 소개하자면 미스터리 황금기 시대의 국명 시리즈답다는 점이죠. 즉 현대물에서는 이제 거의 찾아보기 힘든 정통 본격 추리물이라는 것입니다. 도저히 현실에서 벌어질 수 없을 것 같은 불가능 범죄, 연이어 등장하는 수상한 등장인물들, 공정하게 제공되는 단서들과 마지막 독자에의 도전까지 충실한 정통 본격 추리물의 교과서같은 작품으로 즐길거리가 아주 많았습니다.

그러나 문제도 많습니다. 첫번째 문제점은 사건을 복잡하게 만드는 것들이 우연에 기인하고 있다는 점이죠. 예를 들자면 핵심 트릭인 바꿔치기 트릭 (벅혼 바꿔치기)는 순전히 와일드 빌과 키트 혼같은 지인들이 모두 현실을 외면(?) 했기 때문에 미궁에 빠졌을 뿐입니다. 과연 아무런 사전 교감없이 이렇게 딱 맞아떨어질 수 있었을까요?
두번째 문제점은 벤지 밀러의 존재입니다. 첫 만남에서 오랜 친구라는 와일드 빌이 그의 정체를 눈치채지 못했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우며 그가 수상하다는 것, 그가 범인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독자가 쉽게 알아챌 수 있도록 전개되기 때문에 본격물치고는 좀 시시한 감이 없지 않았습니다.
세번째 문제는 핵심 트릭 중 하나인 권총을 숨기는 방법이 너무나 쉽게 파악되고, 파악되는 근거도 우연에 기인한 뉴스 촬영 때문이라는 점입니다.
네번째 문제는 엘러리 퀸이 중반 전에 벅 혼 사건 일부의 진상을 눈치챘음에도 벤지 밀러를 방치한 점입니다. 이건 그야말로 과실치사로 구속감이 아닐까 싶네요.
다섯번째 문제는 정통 추리물치고는 범인의 동기가 제대로 설명되지 않는 점입니니다. 그야말로 퍼즐 풀이에만 주력한 느낌이에요. 너무 범인 쪽 드라마가 없다보니 장대한 추리퀴즈를 본게 아닌가 싶은 착각이 일어날 정도였거든요.
문제점을 정리하다보면 결론적으로 용의자도 명확하고 트릭도 쉬운데 사건이 미궁에 빠졌다는 내용에 불과해서 좀 허무하기도 하네요. 벤지 밀러만 잡아다 족쳐도 빨리 끝났을텐데, 경찰의 무능도 정도껏 해야죠....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점. 고전 추리물 애호가로서 이 책이 소개된 것 자체는 굉장히 반갑고 환영할만한 일이며 책도 아주 예쁘게, 소장욕구를 불러일으킬 정도로 잘 나왔지만 단점이 많아서 완성도는 솔직히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국명 시리즈보다는 라이츠빌 시리즈가 아무래도 더 제 취향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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