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트 마지막 사건 - 에드먼드 클레리휴 벤틀리 지음, 손정원 옮김/동서문화동판주식회사 |
미국의 대부호이자 제계의 거물인 시그즈비 맨더슨이 영국의 자택 근처에서 총에 맞은 시체로 발견된다. 의상을 갖춰 입었지만 틀니를 하지 않고, 자살로 보기에는 근처에서 흉기가 발견되지 않았으며, 집 가까이에서 살해되었는데 아침까지 그 사실을 아무도 알지 못한 점 등으로 사건은 미궁에 빠지고, 런던의 신문사 레코오드지의 주필 모로이경은 화가이면서도 민완 탐정으로 뛰어난 지혜를 발휘해 온 필립 트렌트를 고용하여 사건의 수수께끼를 파헤치고자 한다.
트렌트는 맨더슨의 전날의 행적을 시간대별로 추적하여 유력한 용의자를 알게 되지만 미망인 메이벨을 위해 사건을 공표하지 않고 사건은 맨더슨의 미국에서의 원한 때문에 만든 적들에 의해 저질러진 범행으로 일단락 된다. 하지만 사건이 1년 정도 지난 후에 트렌트는 메이벨을 우연히 다시 만나 사건을 다시 되짚은 뒤 모든 진상을 알게 된다….
브라운 신부의 저자 체스터튼의 절친한 친구 에드먼드 클레리휴 벤틀리의 장편 추리 소설입니다. 필립 트렌트라는 명탐정을 등장시켜 수수께끼 사건을 해결하는 정통파 고전 퍼즐 미스터리죠.
제목이 마지막 사건이라 저는 처음에는 필립 트렌트 시리즈 중 완결편인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뒷 부분의 해설을 보니 저자 벤틀리의 장편 데뷰작이라고 해서 깜짝 놀랐습니다. 데뷰작이라고 보기 어려운 수준에다가, 탐정의 캐릭터도 상당히 명확한 편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단 한명만 살해되고, 용의자로 압축될 수 있는 인물이 한정되어 있는데 비해서는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길어서 읽기에 좀 지루하긴 했습니다. 사건과 관계없는 부분의 묘사가 많지는 않지만 대체로 장황하고 서술적이라 더욱 그랬어요. 초반부터 등장해서 트렌트와 굉장한 두뇌싸움을 보여줄 것 같았던 마아치 경감은 중반 이후 등장하지도 않는 등, 쓸데없는 캐릭터까지 등장해서 소설에 대한 몰입을 방해하고, 지루함을 가중시킵니다.
더군다나 탐정인 필립 트렌트는 화가이자 신문기자, 탐정이라는 설정으로 사건에 투입되는 과정은 “노란방의 비밀”의 룰르타뷔유가 연상되는데, 탐정역할을 하기에는 너무 감정 과잉인 캐릭터로 별 볼일 없는 유머와 자신의 지식을 과시하는 듯한 언행을 일삼아서 별로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그래도 미인 미망인 메이벨과의 사랑이 결국 이루어지는 로맨틱한 설정은 상당히 독특하다고 보입니다. 바로 전에 읽은 “빨간 머리 레드메인즈”와 정반대의 설정이라 더욱 그렇게 느껴지는 것 같네요. 거기에 보기 드물게 결과적으로 해피엔딩인 마무리는 제법 괜찮은 편입니다. 정통파답게 결정적인 근거가 될 수 있는 트릭이나 막판 만전 같은 것은 굉장히 좋거든요. 물론 여기까지 읽어 가는 과정이 무척 힘들지만 말이죠.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점. 발표된 시대를 감안한다 하더라도 지루한 부분이 많은 편이라 감점합니다. 정통파 고전 추리물의 원형에 가까운 작품으로 완독한 작품 목록에 추가한 것으로 만족합니다.
이로써 구입하고 읽지 않고 남겨두었던 책들을 거의 모두 정리한 것 같습니다. 첫 인상에 “지루하다!”라고 느껴지는 작품들은 백발백중 지루한 편이라 한번 날 잡아서 읽어주지 않으면 사실 계속 읽기가 힘든 편인데, 이번에 뭔가 숙제를 끝낸 것 같아 개운하네요.
요사이 좋은 추리 장편들이 상당히 많이 번역되어 나오는 계절이지만 다음에는 기분 전환 겸 해서 가벼운 추리 단편을 읽어봐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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