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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7/13

사쿠라 신부의 사건 노트 - 영광관 / 고도관 살인사건 : 별점 2점 / 3.5점

사쿠라 신부의 사건노트 1 - 6점
고로 아오키 글, 고신 오가와 그림/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사쿠라 신부의 사건노트 2 - 8점
고로 아오키 글, 고신 오가와 그림/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이사와 더불어 발굴한 잊혀진 추리만화. 원작은 Goro Aoki, 그림은 Koshin Ogawa입니다.
국내에 2권까지 출간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제목 대로 “사쿠라 소이치로”라는 카톨릭 신부가 탐정역을 하고 있으며 1,2권 전부 토코요다 마나미라는 캐릭터가 출연하여 이야기를 연결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1권 영광관 살인사건
“영광관”이라는 대 저택에서 폐쇄적인 삶을 살아가던 토코요다 코우스케가 살해당했다. 장녀 리쯔코의 결혼식을 얼마 앞둔 시점이었다. 이후 리쯔코의 약혼자 토쿠다 토오루마저 살해하고 말았다.
영광관에 거주하고 있는 토코요다 패밀리는 콩가루에 애정결핍 증상을 심하게 보이고 있는 인물들로, 그 중 코우스케와 싸우고 실종 중인 리쯔코와 차녀 마나미의 아버지 켄스케가 용의자로 지목되었다. 그러나 경찰 조사로 켄스케가 이미 사망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사건은 미궁에 빠지는데...

2권 고도관 살인사건
이찌노세 가문의 소유인 외딴섬 코모라 섬의 “고도관”에 찾아온 손님들. 그들은 모두 이찌노세 카오리라는 여성을 알고 있던 사람들로 초대장을 보고 찾아왔다. 하지만 섬과 고도관에는 카오리의 모습은 찾을 수 없었고, 냉동실 안에서 그녀의 자살한 시체가 발견되었다. 그리고 정기 연락선이 올 때까지 섬에 고립된 손님들은 “묵시록”의 글귀와 같이 한명씩 살해당했고, 결국 그들 중 카오리와 알고 지내던 프리랜서 카메라멘 카노우 에리카의 조수로 이 섬에 우연히 찾아온 마나미만 살아남았다. 
그녀는 사쿠라 신부에게 진상을 밝혀줄 것을 요청하는데...

1,2권 다 제목에서 보이는 것 처럼 “관 시리즈”를 상당히 의식한 듯 싶고, 내용도 "관 시리즈"와 유사하게 특정 저택에서 벌어진 살인사건, 그 중에서도 밀실 트릭이 핵심인 사건을 다루고 있습니다.

그런데 1권 “영광관 살인사건”은 길이에 비해서는 실망스러운 트릭과 내용이었습니다. 만화에는 잘 어울리지 않았고, 만화적인 전개도 내용을 잘 뒷받침 해 주지 못한 탓입니다. 소설로 썼으면 오히려 더 효과적이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주인공이자 탐정역인 “사쿠라 신부”의 캐릭터가 너무 눈에 띄지 않는 점도 아쉬웠고요.
그래도 “독자에게 도전”하는 식으로 페이지를 분할해서 완벽한 퍼즐 미스터리 물로의 의지를 보여 주었다는 점은 높이 평가할고 싶네요. 중요 알리바이 트릭 자체는 상당히 괜찮은 편이니까요.

2권 “고도관 살인사건”은 훨씬 낫습니다. 보통 만화책이라면 2권으로 나옴직한, 300페이지가 넘는 대장편인데 이야기에 몰입하게 하는 재미가 상당하거든요. 1권에 비해 스케일도 클 뿐더러 “묵시록”의 글귀에 따라 사람을 살해하는 패턴은 “장미의 이름”에서도 이미 써먹은 방식이지만, 만화에서 보여지는 시각 효과 때문에 그 맛이 훨씬 더 잘 살아납니다. 트릭 자체도 흠잡을 데 없을 만큼 괜찮고요. 중간 중간 물론 약점이 보이기는 하지만 추리 만화에서 오리지널로 이 수준의 트릭이라면 “김전일”의 최고 에피소드하고도 견줄 만 합니다. 1권과 마찬가지로 “독자에게 도전”이 있는 것도 인상적이었어요.

사쿠라 신부

하지만 이야기의 주요 화자가 “마나미”라서, 이야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코모라 섬과 고도관에서의 이야기에 “사쿠라 신부”가 한번도 등장하지 않습니다. 때문에 그나마도 희박했던 사쿠라 신부의 캐릭터가 더욱 약해져 버린건 아쉽습니다. 
두 이야기 모두 “카톨릭 신부”라는 특성을 그다지 잘 살린 것 못한 점도 감점 요인이네요. 세례명이나 카톨릭의 장례 습관 등 전문 지식이 어느 정도 나오기는 하지만 “신부”라는 캐릭터에 걸맞는 수준이라 하기는 힘들었습니다. “브라운 신부”와 비교해 보면 그 수준이 현격히 차이가 납니다.
작화도 나름의 스타일은 있고 열심히 그리기는 했지만 뎃생력이 미흡하고 지나친 펜선 남용으로 지저분해 보이는 등 부족함이 더 눈에 뜨입니다. 배경이나 묘사 같은 디테일은 좋지만 보다 인물과 작화에 신경을 써 주었더라면 좋았을 것 같네요.

결론적으로 별점을 주자면 1권은 2점, 2권은 3.5점입니다. 두 작품 모두 위의 단점, 즉 부족한 캐릭터와 작화 때문에 0.5점 정도 감점합니다.
그래도 원작의 수준이 상당한 만큼 꽤 괜찮은 추리 만화 시리즈가 될 것으로 보이기에 후속작을 기대했는데 2권 이후 별 소식이 없어서 안타깝습니다. 제목에 "Afternoon Detective Series"라고 찍혀 있는 걸 보면 다른 시리즈도 있을 법 한데 말이죠... 서울 문화사에서 다시 한번 출간해 주었으면, 후속편이 없다면 "Afternoon"의 다른 시리즈라도 계속 발간해 주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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