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강머리 레드메인즈 - 이든 필포츠 지음, 오정환 옮김/동서문화동판주식회사 |
런던 경시청의 유능한 탐정 마크 브랜던은 다트무어에서의 휴가 도중 의문의 살인사건을 맞이하게 된다. 로버트 레드메인과 마이클 펜딘이 외출하여 실종되고, 조사 결과 근처에서 사람의 피가 흘러있는 장소가 발견되며 이후 로버트 레드메인이 도주 중이라는 사실까지 밝혀진 것. 마크 브랜던은 마이클 펜딘의 미망인 제니 펜딘에게 연모의 감정을 느끼며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결국 시체와 로버트 레드메인의 행방 모두 밝혀내지 못한다. 그러자 로버트 레드메인은 오히려 자신의 둘째 형을 상대로 두번째 범행을 저지르며 사건은 더욱 더 미궁에 빠진다.
레드메인 가문의 맏형인 앨버트 레드메인까지 로버트의 표적이 되자 앨버트는 자신의 친구 미국인 탐정 피터 건즈에게 사건을 의뢰한다. 피터는 마크 브랜던과 같이 앨버트를 보호하며 사건의 진상을 추리해 나가며, 결국 피터 건즈에 의해 사건은 해결된다.
“세계 10대 추리소설”의 하나라고들 합니다. 책을 구입한 것은 굉장히 오래 되었지만 두께에 질려 미루어 두다가 겨우 읽게 되었네요. 제목의 의미가 제일 궁금했었는데 의외로 간단하더군요. 빨간머리 집안 레드메인즈 가문….
여튼, 이든 필포츠는 원래 전원 소설가로 유명한 작가라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자연 묘사가 많이 등장하며 문체도 상당히 유려하고 문학적 취향이 짙게 배어나더군요.
허나 그만큼 지루한 것도 사실이고 추리적으로도 썩 대단치는 않습니다. 너무 오래된 작품인 탓에 (2차대전 이전의 유럽이 무대이니 만큼) 과학적 수사가 뒷받침 되어 있지 않아 가장 중요한 트릭들이 요새 감성에는 와 닿기 어려운 탓이죠. 핵심 트릭 자체도 다른 작품들에서 많이 등장하는 것이라 식상하고요.
심지어 마지막에는 주요 용의자가 너무나 적어져서 오히려 진상을 쉽게 이해하게 되는 상황까지 벌어지는 것을 볼 때. 작가가 추리 소설에 대해 이해도가 낮지 않았나 하는 생각마저 듭니다.
그래도 트릭으로 전개되는 사건들과 그 추리는 상당히 명쾌하고 재미난 편이에요. 유머스러운 부분도 많고요. 작가의 역량이 충분히 보여지는 여러가지 복선과 그 전개들은 과연 명불허전이었으며, 어쩐지 한니발 렉터 박사가 연상되기도 하는 마지막의 범인의 수기 부분에 있어서는 감탄사가 저절로 나올 정도였습니다.
무엇보다도 굉장히 독특한 범인의 캐릭터만으로도 읽을 가치는 충분합니다. 전형적 악인, 그야말로 태어나면서 부터의 악마 같은 존재의 범인에 대한 묘사는 이 당시 작품들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었던 점이고, 그래서 이든 필포츠의 작가로서의 위대함이 돋보이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특이한 점이라면, 거의 들러리인 마크 브랜던 대신 진짜 탐정 피터 건즈가 중반 이후에 등장한다는 점입니다. 그래서인지 마크 브랜던에 대한 캐릭터 묘사는 확실한데 반해 피터 건즈는 역사에 길이 남는 추리소설의 탐정 치고는 상당히 비중이 작더군요. 개인적으로는 브랜던이 더 마음에 들어서 조금 아쉬운 부분이었습니다.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3점. 조금 지루한 감도 사실 있었고 지금 읽기에는 낡은 듯한 느낌도 주지만, 추리소설의 또 다른 면을 본 것 같아 흐뭇합니다. 추리소설의 매니아라면, 한번 도전해 볼만한 작품이라 생각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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