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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01

쓰리 빌보드 (2017) - 마틴 맥도나 : 별점 2점



딸이 강간 살해당한 후 8개월, 피해자의 어머니 밀드레드는 범인을 잡지 못하는 경찰 서장 윌러비를 비난하는 대형 옥외 광고를 게시한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 대부분은 윌러비 서장의 편이며, 심지어 윌러비 서장은 췌장암으로 죽어가고 있던 상황....

언뜻 보았던 영화 소개만 보고 관심이 가던 차에 출장 중 비행기에서 볼 수 있어서 감상한 영화.

공권력이나 불합리한 관습, 법률에 도전하는 소시민의 소소한 반항을 다룬 영화는 많습니다. 깐깐한 학교와 선생님들에게 대항하는 청춘 영화 대부분이 유사한 장르라고 해도 무방할 터이고요. 하지만 이런 류의 영화는 아시다시피 대체로 코믹한 느낌인데 반해 이 작품은 굉장히 묵직한 내용을 다루고 있으며, 결국 사건은 해결되지 않고 남은 사람들의 인생도 딱히 별 볼일 없는 시궁창이라는 점에서 차별화 됩니다. 지극히 현실적인 영화라 할 수 있죠. 등장 인물도 몇 명 안되고, 무대가 되는 장소도 별 게 없는 그야말로 소품이기도 하고요.
그래도 광고 시작 이후 등장인물들에게 벌어지는 사건들이 소소하지만 흥미로와서 중, 후반부까지는 그런대로 재미있게 볼 수 있었습니다. 이 작품으로 아카데미 상 등을 휩쓴 밀드레드 역의 프랜시스 맥도맨드를 비롯, 윌러비 서장 역의 우디 해럴슨 등 배우들의 연기도 정말 굉장했어요.

그러나 가면 갈 수록 마음에 들지는 않습니다. 특히나 윌러비 서장이 자살한 이후부터는 아주 막나가는데, 각본을 직접 쓰기까지 한 감독의 생각이 무척이나 궁금해집니다. 우선 서장 스스로가 밀드레드에게 편지를 보내 광고 때문에 자살하지 않는다고 명확히 밝힙니다. 하지만 왜 밀드레드에게만 편지를 보냈을까요? 공개적으로 관련된 내용을 밝히지 않아서 불필요한 오해와 싸움이 더 벌어지게 만드는게 서장의 의도였을까요? 윌러비 서장은 유서도 그렇고, 전체적으로 굉장한 인격자로 묘사되는데 왜 마지막에 이렇게 분란을 일으키는지 도무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딕슨이 서장 자살 후 홧김에 광고판 주인인 웰비를 폭행한 건 나쁜 짓이지만 밀드레드가 경찰서에 불을 지른걸 정당화할 수는 없어요. 최소한의 "선"을 넘었다면 밀드레드도 소시민이나 피해자가 아닙니다. 범죄자일 뿐이죠. 소소한 시민의 반항이 범죄로 치닫는 과정을 그리려는 의도였다면 이 역시 밀드레드의 방화에 공감할 수 없어서 그다지 성공적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게다가 윌러비의 유서로 거듭난 딕슨이 진범을 잡는데 전력을 기울이지만 결국 실패한 후, 밀드레드와 손을 잡고 강간범을 때려 잡는 자경단으로 나선다는 마지막 결말은 더 가관입니다. 분노에서 비롯된 공권력에 대한 작은 반항, 그리고 이에 따르는 갈등을 다루다가 갑자기 사랑과 정의를 이야기하는 히어로물로 변질되어 버린 셈이잖아요?
이러느니 차라리 저능 경찰 딕슨의 활약으로 범인을 체포하는 헐리우드식 엔딩이 더 낫지 않았을까 싶었습니다. 여전히 꿈도 희망도 없는 현재에 주인공들이 과거에 대한 죄책감과 분노에 사로잡혀 폭주해 버린다는 결말보다는 그래도 분노가 해소된다던가 하는 식으로 이야기는 정리될 수 있었을테니까요. 아니면 아예 맘먹고 블랙 코미디처럼 막 가거나, 아예 꿈도 희망도 없이 무너져 버리게 하던가 하는 극단적인 선택이 필요했을 것 같아요.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점. 연기도 좋고 여러모로 인상적인 부분이 없지는 않지만 중반 이후의 전개와 결말 때문에 대폭 감점합니다. 추천드리기에는 여러모로 애매하다는 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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