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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29

대구 - 마크 쿨란스키 / 박중서 : 별점 3점

대구 - 6점
마크 쿨란스키 지음, 박중서 옮김/알에이치코리아(RHK)

이런저런 음식 관련 저서로 잘 알려진 마크 쿨란스키의 또 다른 역작.

"세계의 역사와 지도를 바꾼 물고기의 일대기" 라는 부제 그대로 대구라는 물고기가 인류 역사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쳤는지를 상세하게 알려주는 일종의 미시사 서적으로, 바이킹의 장기간 해외 원정이 가능했던 이유는 풍부했던 대구의 장기 보존 방법을 깨우쳤기 때문이라는 이야기에서 시작하여 이후 대구를 소금에 절이는 방법을 알아낸 바스크인들이 대구 무역 시장을 세계적으로 확장시켰고, 영국 뉴펀들랜드의 대구 어업이 시작된 후 신대륙 대구 어장을 둘러싼 강대국의 세력 다툼 속에서 거대한 어항, 도시가 생겨나고, 현대에 접어들어 국가별 배타적 수역 설정과 대구 남획으로 인하여 이 도시들이 쇠퇴하는 과정을 상세하게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또 단순히 역사적인 사실의 나열에 그치지 않고 대구를 잡아서 처리하는 방법이 어떻게 진화하여 남획에 의한 고갈 사태에 이르렀는지, 세계 각지의 대구를 이용한 요리들은 어떤지 그 레시피까지 50여 페이지에 걸쳐 소개하는 등 그야말로 대구에 대해서는 총 망라되어 있어서 대구 백과사전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게다가 이러한 내용을 재미있게 만드는 마크 쿨란스키의 글 솜씨가 정말 탁월하네요. 도무지 재미가 없을 것 같은 내용인데 한번 손에 잡으면 내려놓기가 쉽지 않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대구 때문에 북아메리카에 식민지가 생겨난 건 아닐테고, 보스턴도 유럽과 유럽의 식민지가 열렬히 원하던 뉴펀들랜드의 대구를 중계하는 무역에서 비롯되었다던가 대구가 가난한 식민지 뉴잉글랜드를 국제적 상업 세력으로 격상시켰다는 것은 조금은 지나친 비약으로 느껴지긴 했습니다. 물론 그만큼 상세한 근거를 제시해 주고 있기는 합니다만 글쎄요... 미국 독립 전쟁까지 엮는건 비약 아닐까요? 사탕수수에서 설탕을 생산하는 노동 집약적 노예 무역이 저렴한 식량인 대구의 보급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주장도 마찬가지고요.
또 당연한 현실인 남획으로 인한 어장 고갈 이후의 이야기가 지나치게 긴 것도 조금 지루했습니다. 가장 공들여 취재가 이루어진 부분인건 맞지만 결론은 신세 한탄 외의 대안이나 미래를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에 분량을 이렇게까지 할애할 필요가 있었을지 의문이었거든요. 마지막으로 도판이 부실한 것도 옥의 티입니다.

그래도 단점은 사소하며 가치와 재미가 어디 갈 정도는 아닙니다. 별점은 3점. 이런 류의 미시사, 인문학 서적을 좋아하신다면 꼭 한 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관심이 없으시더라도 마크 쿨란스키의 마법과 같은 글솜씨를 보기 위해서라도 한 번 읽어볼 가치는 충분합니다. 그나저나 읽다보니 대구 요리가 먹고 싶어지는데 조만간 대구 지리나 한 번 먹으러 가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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