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시간이 10시간을 넘어가니 영화 한두편 보는 건 일도 아니네요. 이 역시 지난 출장 중 감상한 영화입니다.
80~90년대만 해도 지금과는 다르게 몇몇 특정 종목은 국내에서 굉장히 인기가 많았습니다.해당 종목의 슈퍼스타는 우리나라 사람들도 잘 알고 있었고요. 대표적인 종목은 누가 뭐래도 권투였지만 테니스 역시 제법 비중있게 소개되곤 했지요.
이 영화 속 비요른 보리는 80년대 테니스의 제왕으로 당시 국내에도 널리 알려진 슈퍼스타였습니다. 코트위의 악동 죤 매켄로 역시 우승 횟수로는 보리의 상대가 되지 못하지만 독특한 캐릭터로 일세를 풍미했었고요.
이 영화는 이 두 명의 윔블던 결승전을 핵심으로 다루고 있는 스포츠 영화입니다. 당시 기억이 생생한 7080 세대이기에 감상하게 되었네요.
제목은 보리 대 매켄로이지만 영화 속 비중은 보리 쪽이 압도적입니다. 특히나 보리의 일대기를 일종의 성장기, 영웅담으로 그리고 있죠. 어린 시절 매켄로 못지 않은 야성을 지니고 시합하다가 코치의 도움으로 냉정함을 겸비한 기계같은 플레이어로 거듭난 후 최고가 되고 윔블던 5연패를 앞두게 된다, 허나 최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한 극도의 긴장감과 스트레스로 인해 부진을 겪고 주위 사람들을 다치게 하는 문제를 일으킨다. 하지만 우리의 영웅 보리는 결국 이를 극복하고 우승을 차지한다! 는 내용이거든요.
그러나 이에 반해 죤 매켄로의 비중은 크지 않습니다. 악동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몇몇 장면들 외에는 별다른 비중도 없고 캐릭터도 평면적이에요. 악동 이미지와는 별 상관도 없는 짤막한 과거사와 아버지 이야기는 왜 나오는지도 모르겠고요. 무엇보다도 비외른 보리 역을 맡은 스베리를 그뷔드나손에 비해, 전혀 운동을 잘 할 것처럼 보이지 않는 샤이아 라보프의 연기가 가장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이는 예전 <<퍼펙트 게임>> 에서 말씀드렸듯 최동원에 비해 선동열의 캐릭터와 역할이 많이 아쉬웠던 것과 비슷한데, 이럴 바에는 "보리 대 매켄로"가 아니라 "비요른 보리" 라는 영화를 만드는게 훨씬 나았을 겁니다. 매켄로의 캐릭터는 떠오르는 천재 선수지만 싸가지가 없다 정도로만 묘사해도 충분했을 거에요.
그래도 매켄로의 캐릭터는 조금 아쉽다 정도이지 큰 문제가 있는 건 아닙니다. 이 영화의 가장 큰 문제는 "테니스 경기 장면이 재미없다" 는 것이에요. 테니스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테니스 시합 장면의 긴장감은 그다지 잘 살리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실제 실황 중계 화면같은 느낌의 촬영인데 속도감도 느껴지지 않고, 시합을 하는 두 배우도 그다지 테니스를 잘 치는 것 처럼 보이지 않아 여러모로 실망스러웠어요.
때문에 좋은 점수를 주기는 힘듭니다. 비요른 보리 선수에 대한 묘사는 확실히 출중하고 촬영과 디테일 모두 만족스러웠지만 사람들이 이 영화에서 기대하는 건 캐릭터가 아니라 시합 장면이지 않을까요? 별점은 1.5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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