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탐정 용담 - 이문영 지음/웃는돌고래 |
통일 신라를 무대로 황룡사의 사미승 용담이 탐정으로 활약하는 역사 추리물. 블로그 지인인 초록불님의 저서로 초록불님의 도움으로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아주 오래 전 선물받았는데 리뷰가 많이 늦었네요. 이 자리를 빌어 사과와 감사의 말 전해드립니다.
총 3편의 (앞서 용담의 캐릭터를 드러내는 인트로격 짤막한 이야기 한편이 있긴 합니다만)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으며 주인공인 탐정역 용담 외에도 많은 인물이 등장하는데 그 중 용담과 컴비를 이루는 또다른 주인공 격 인물은 고구려계 화랑인 연문덕입니다. 등장하는 모든 사건에 주요 인물로 휩쓸리는 사건 관계자로 추리적으로는 "증인 1" 정도의 비중이지만 고구려 계라는 특징으로 대부분 사건의 동기인 신라계와의 갈등을 효과적으로 드러내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죠.
이러한 효과적인 동기 외에도 역사학자이신 초록불님의 저서답게 역사에 충실한 디테일들이 많습니다. 예를 들자면 <<황룡사 살인사건>> 에서의 신라의 골품 제도를 비롯한 화랑들의 구분 및 오래전 소실된 황룡사 9층 목탑에 대한 상세한 소개, <<흑의장창말보당주 살인 사건>> 에서의 '흑의 장창 말보당주' 와 신라의 부대 운영 체제, <<발해 공주 실종 사건>> 에서는 당시 신라와 발해의 관계 및 전편에 이어지는 신라의 부대 운영 체제 등이 그러합니다.
또한 이러한 역사적 디테일이 배경 묘사에 그치지 않고 사건, 트릭, 동기에 잘 녹여져 있어서 재미를 더해줍니다. <<황룡사 살인사건>> 에서는 당대 신라의 다도 문화를 소개하면서 이를 독살의 핵심 트릭에 응용하고 있으며 <<흑의장창말보당주 살인 사건>> 에서는 고구려의 신기인 동명성왕의 활이 동기이고, <<발해 공주 실종 사건>> 에서는 당대 쇠뇌 구조를 소개하며 이를 원격 조종하는 트릭이 등장하는 식이거든요.
하지만 아쉽게도 추리물로서는 기대에 미치지 못합니다. 하긴 역사 추리물을 표방한 대부분의 작품들이 추리적인 부분에서는 정통 추리물에 비해 많이 떨어지는게 사실이죠. 이는 거장 존 딕슨 카조차 어쩔 수 없었던 점이고요. 아무래도 사건과 추리에 분량을 할애해도 모자랄 상황에서 역사적인 설명과 소재 묘사에 많은 비중을 할애하는 탓입니다.
그래도 장편이라면 이런 배경 묘사가 가능할 수 있지만 이 책에 수록된 이야기들은 모두 단편이라 이러한 단점이 더욱 도드라집니다. 세가지 이야기 모두 독자도 범인을 쉽게 추리할 수 있을만큼 범인과 트릭이 빨리 드러나 추리의 여지가 많지 않고, 해결 과정도 급작스럽다는 점 역시 단편이었기 때문에 보인 한계였다고 생각되고요.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5점. 앞서 말씀드린대로 추리적으로는 점수를 줄 만한 부분이 많지 않아서 감점합니다. 제가 읽기에는 지나치게 "젊은" 작품이기도 했고요. 허나 국내에서는 보기 드문 통일 신라 무대의 '역사 추리물' 이라는 점에서, 그리고 최소한 '역사' 부분 만큼은 잘 설명되어 있는 작품인 만큼 조금 어린 학생들이 읽으면 좋을 듯 싶습니다.
덧붙이자면, <<황룡사 살인 사건>> 에서 다도를 이용한 트릭, <<발해 공주 실종 사건>> 에서 등장한 쉽지만 맹점을 찌른 인간 소실 트릭은 괜찮았던 만큼 차라리 <<황룡사 살인 사건>> 만 보다 충실하게 추리적인 서사를 덧붙여 보다 성인 취향의 장편 분량으로 발표했더라면 훨씬 좋았을 것 같네요.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