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주신 분들께 안내드립니다.

2018/07/22

가제가오카 50엔 동전 축제의 미스터리 - 아오사키 유고 / 이연승 : 별점 2점

가제가오카 50엔 동전 축제의 미스터리 - 4점
아오사키 유고 지음, 이연승 옮김/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헤이세이의 엘러리 퀸이라는 별명의 일본 작가 아오사키 유고의 단편집. 이전 장편들이 "~관" 시리즈였던 것에 반해 단편들 제목은 상당히 소박하네요. 표제작은 나름 엘러리 퀸의 패러디라고는 하지만요.

하여튼, 작가의 이전 작품들은 트릭과 추리의 과정만큼은 괜찮았던 정통 본격물임에는 분명했었습니다. 별명이 허언은 아닌 셈이었죠. 하지만 동기, 전개 등 전체적인 완성도 측면에서는 미흡한 부분이 없잖아 있어서 이야기를 충실하게 만들어가야 하는 장편보다는 트릭이 중심이 되는 단편이 더 어울리지 않을까 생각해 왔었는데 아니나다를까, 단편집이 발표되었네요. 작품 해설을 보니 이 단편집으로 가제가오카의 우라조메 탐정 시리즈 1기가 마무리된다고도 하고요. 

하지만 아쉽게도 단편들도 기대에 미치지는 못했습니다. 추리들 모두가 비약이 심해 설득력이 떨어지는 탓으로, 이는 장편에서 긴 호흡으로 쌓아올릴 수 있었던 논리가 단편 분량에서는 효과적으로 선보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읽으면서 차라리 만화였더라면 그나마 볼 만 했을텐데라는 생각만 들더군요. 빠른 호흡으로 시각적으로 정보를 전달해가며 전개할 수 있는 만화였더라면 그래도 설득력이 조금이나마 보완될 수 있었으리라 생각되거든요.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점. 전형적인 학원 무대 일상계 청춘물인데 경쟁작이라 할 수 있는 <<소시민>> 시리즈나 <<빙과>> 시리즈에 비하면 추리적으로나 캐릭터 측면으로나 모두 미치지 못하는 범작입니다. 시리즈의 팬이시라면 한번 쯤 읽어볼만 하지만 그렇지 않으시다면 딱히 권해드리지는 않겠습니다.

수록 작품별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언제나처럼 스포일러 가득한 점 읽으시기 전 양해 부탁드립니다.

<<원플러스원 덮밥>>
학교 식당에서 금지된 식기 반출을 한 범인이 누군지 찾아낸다는 작품.

설정만큼은 학교를 무대로 한 일상계 추리물의 교과서 같은 느낌입니다. 정말 있음직하고 그럴듯한 이야기니까요. 우라조메 추리의 댓가가 식권 20장이라는 점도 역시나 일상계스럽고요.

하지만 추리적인 부분은 딱히 좋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전체적으로 추리라기 보다는 비약에 가깝기 때문이에요. 남겨진 트레이에 머리카락이 묻었다? 식판과 식기에 머리카락이 묻을 이유가 있을까요? 머리를 처박고 먹는 것도 아니고... 왼손잡이일 것이라는 추리도 말은 되지만 소스 개봉부를 얌전히 자주 쓰는 손 방향으로 놓아 두었다는 것은 비약이죠. 바람에 날려 떨어지거나 옮겨졌을 수도 있잖아요? 게다가 키에 대한 추리는 추리라고 하기도 어렵습니다. 180cm 이상, 아니면 160cm 이하 등 용의자 범위를 대폭 줄일 수 있는 숫자면 모를까, 180 m이하의 학생이라는 건 가제가오카. 재학생의 90% 이상을 차지할 거라 아무런 의미가 없는 숫자에요.
또 체육계 동아리라는 것 역시 지나친 비약입니다. 무엇보다도 식욕 때문에 운동계 동아리라고 추리한 건 정말이지 말도 안됩니다. 실제로 작은 체구의 사나에도 한그릇 뚝딱하는 덮밥이라고 묘사되었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점심 시간에 중요한 회의를 한 동아리를 찾는다는 것도 나쁘지는 않지만 개인적인 약속일 수도 있고, 정말 급하게 화장실을 가야만 했을 수도 있어서 이 역시 비약인건 마찬가지에요. 
마지막의 진상 - 여자친구가 돈가스 도시락을 주었는데 먹지 못하고 버린 후, 원플러스원으로 좋아하는 것 반, 돈가스 반을 시켜 젖가락만 지저분하게 해서 주었다는 것 - 도 전혀 뒤쳐지지 않는 비약이죠. 제가 저런 상황에 처했다면, 무슨 일이 있어도 다 먹었던가 아니면 돈가스는 빼고 다 먹었을 겁니다. 왜 도시락을 버리고 구태여 식사를 또 시켰는지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네요.

그래서 별점은 2점, 평범한 일상계 수준의 이야기이긴 한데 소설보다는 만화에 더욱 적합했을 이야기로 이렇게 비약이 심한 내용으로 빠르게 전개하는 것 보다는, 단서가 조금 더 적더라도 정교하게 이야기를 쌓아나가는게 좋았을 것 같네요.

<<가제가오카 50엔 동전 축제의 미스터리>>
표제작. 왜 신사 축제 노점에서 거스름돈을 50엔 짜리로만 주는지에 대한 수수께끼 풀이가 펼쳐집니다. 하지만 그냥 축제를 즐기는 내용이 이야기의 2/3 이상을 차지하는 작품으로 추리적인 부분은 그다지 눈에 뜨이지 않습니다. 잔돈 숫자를 증가시켜 사람들이 분실을 더 많이 하게 만드려는 의도였다는 진상 역시 설득력이 높다고 보기는 어려웠고요. 일본식 유타카 차림으로는 잔돈을 보관하기 어렵다는, 일본식 사고방식이 깔려있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납득하기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점. 이 작품 역시나 정보의 제공이 시각적이며 전개와 호흡이 빠른 만화가 더 어울렸을 이야기입니다. 만화나 애니메이션의 전형적인 클리셰라 할 수 있는 여름 축제가 무대라 더 그런 느낌이 강했을지도 모르겠네요.

<<하리미야 리에코의 서드 임팩트>>
전작의 등장인물 중 한 명이었던 하리미야 리에코가 등장하는 전형적인 일상계 청춘 미스터리. 그녀의 남자친구인 귀여운 후배 사오토메가 취주악부에서 왕따를 당하는 듯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우라조메에게 도와달라고 부탁하는 이야기입니다.

유노와 우라조메가 아니라 하리미야 시점의 이야기라는게 독특했던 작품으로 수록작 중에서 가장 그럴듯한 추리가 펼쳐지는 작품입니다. 더위와 싸우며 연습하는 상황에 대한 강조, 취주악부 연습실에 널부러진 다양한 쓰레기들, 연습하는 곡과 독주 파트에 대한 언급 등 독자에 대한 정보도 굉장히 공정하게 제공되고 있고요.
또 불량이라고 생각했지만 의외로 순진한 하리미야 리에코의 성장기 성격도 있고, 이 둘의 사랑을 응원하는 우라조메 덴마의 모습도 상당히 의외의 재미를 선사해 줍니다. 뭔가 애니메이션이나 라이트노벨 같은 커플이라고 느꼈던게 아닌가 싶지만요.

하지만 진상, 그리고 결말이 썩 개운치는 않습니다. 취주악부의 야마부키가 자신의 독주 연습을 위해서 사오토메를 일부로 쫓아내고 연습실로 쉽게 들이지 않은 상황은 일종의 왕따라고 해도 무방하잖아요, 협주 파트를 모두 함께 열심히 연습하고, 독주 파트는 시간을 정해 따로 연습하자고 하거나, 최소한 선풍기를 빌리려는 시도를 먼저 해 보는게 당연한데 말이죠. 이를 하리미야가 쉽게 납득하는 것도 잘 이해가 되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5점. 그래도 평균은 되는 작품이었습니다.

<<천사들의 늦더위 인사>>
5년전 졸업한 시시도 선배의 노트에 적혀있던 두 소녀 소실 사건의 진상을 밝혀내는 이야기.

서두에 유노와 사나에에게 노트에 묘사된, 일종의 백합 연애물같은 포즈를 취하게 하는 개그 외에는 딱히 눈여겨 볼 부분이 없는 태작입니다. 이유는 당연히 너무 작위적이기 때문이에요..
우선 아무리 학교 일에 관심이 없어도 모두가 대피 훈련을 하는 상황을 몰랐다는 것 부터가 말이 안됩니다. 우라조메의 추리도 두 소녀의 연극과는 무관하게 9월 1일이라는 날짜에 기인한 것인데, 날짜까지 적은 일기 같은 글에서 정말로 진상을 깨우치지 못한 건 이해할 수 없었어요. 예전에 매월 15일마다 실시했던 우리나라 민방위 훈련같은 거니까요.
소녀들의 소실은 사다리차를 이용한 탈출 훈련 때문이었다는 진상도 그럴 수 있었겠다 싶기는 하지만 장비에 준비가 필요하고, 탈출 순간의 환성도 있었을텐데 외부 상황을 몰랐다는 건 설득력이 너무 떨어지죠.

두 소녀가 껴안는 연극에 대한 유노의 반응은 여러모로 재미있고, 우라조메가 가오리 외에도 연극부 부장 가지와라 같은 지인이 있고 나름 학교 생활을 잘 한다는 묘사도 팬이라면 볼 만 하지만 추리적으로는 별로 건질게 없기에 별점은 2점입니다.

<<그 꽃병에는 주의를>>
가제가오카가 아닌, 사립 히텐 학원 중등부를 무대로 우라조메의 동생 교카가 탐정으로 활약하는 일상계 소품. 복도에 놓인 꽃병을 깬 범인을 찾는 이야기입니다.

나름 정교한 무대 설정으로 범인을 특정하고, 왜 범인이 꽃병을 가져왔는지 추리하여 동기를 밝혀내고, 그 결과 무엇을 어떻게 했는지를 차분하게 설명해 주는 괜찮은 작품입니다. 특히 "물"의 사용법에 대한 추리 두가지가 아주 그럴듯했습니다. 구태여 생수를 구입한 건 화분이 깨진 장소를 위장하기 위해서!라는 추리에서 그게 아니라 처음에는 화병의 물이 필요했던 것! 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설득력이 높았기 때문입니다.
또 그다지 비중이 크지 않았던 교카의 학교 생활, 교우 관계 및 범인 야가라스의 논리적인 반박, 비야냥에 분노하는 모습에서 드러나는 성격 등의 디테일도 좋았고요.

문제는 야가라스의 말대로 나카자와와 소프트볼 부 아이들의 증언을 믿을 이유도 없고, 2층 교실에 사람이 있었을 가능성이 있었다는 점입니다. 또 이렇게 한 방 먹은 다음에 재차 휴지통을 뒤져 폭죽을 찾아내는 것은 어설퍼 보였고, 왠지 극적인 드라마를 만들기 위한 억지스러운 설정에 불과하다 생각되었습니다.
또 교카의 캐릭터 설정 자체가 굉장히 만화적이라는 것도 문제입니다. 백합계 쿨데레? 친구 센도 히메마리도 만화 등에 등장하는 전형적인 학생회 캐릭터라 너무 뻔했어요. 묘사를 디테일하게 하더라도 이렇게 뻔하면 딱히 깊이가 느껴지지는 않네요.

그래서 별점은 2점, 정말로 학교에서 일어날 수 있음직한 사건을 다룬 일상계라는 점, 교카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한 외전 형식의 성격은 마음에 들었지만 중반부 전개와 앞서 말씀드린 전형적인 캐릭터 묘사로 감점합니다. 이 작품도 마찬가지로 만화였다면 훨씬 좋았을 것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실린 짤막한 부록은 우라조메와 그의 아버지가 우연하게 사우나에서 마주친 순간을 그리고 있습니다. 우라조메 남매의 추리력은 아버지로부터의 유전임을 드러내는 이야기인데 추리에 있어 비약이 심한건 마찬가지며 워낙에 짧아 점수를 줄 만 한 부분도 없습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