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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28

C.M.B. 박물관 사건목록(씨엠비) 45 (완결) - 카토우 모토히로 : 별점 2점

 

[고화질] C.M.B. 박물관 사건목록(씨엠비) 45 (완결) - 4점
카토우 모토히로 지음/학산문화사

드디어! Q.E.D의 스핀오프 C.M.B가 완결되었습니다. 제가 첫 리뷰를 올렸던게 2006년 12월이니, 무려 16여년의 세월을 함께 한 셈입니다.

수록된 작품은 두 편입니다. <<대단원>>은 이전 권에서 이어지는 이야기로, 대영박물관의 케이티 이사의 사악한(?) 음모를 분쇄한다는 내용입니다. 전편의 범인이었던 올드리치가 살아있었고, 신라가 살고 있는 곳을 알아내어 죽이려고 했지만 이는 신라의 함정이었지요. 신라가 살고 있던 곳은 케이티로부터 정보를 입수했기 때문에, 케이티도 살인 방조 혐의로 경력이 끝장나고 말고요.
나름 통쾌하기는 하지만 추리적으로 대단한건 없었습니다. 잘 짜여진 이야기라고 하기도 어렵습니다. 화재로 어떻게 될 지 모르는 박물관에서 극적으로 죽은척했지만 살아남는다는 올드리치의 계획부터가 억지스러웠으니까요. 이 계획은 올드리치가 범인임이 확정된 후, 여러 목격자들에게 박물관에서 죽음을 맞는다는걸 보여줘야 의미가 있었습니다. 이전 이야기처럼 혼자 신라를 죽이고 반지를 빼앗으려 했다면 불필요한 계획이었어요.

<<로마노프 왕조의 보물>>은 제목 그대로 타츠키가 로마노프 왕조의 보물을 찾아나서는 이야기입니다. 23살이 되어 문화재 복원가가 된 타츠키가 로마노프 왕조의 보물이 숨겨진 곳이 기록되었다는 오래된 일기의 복원 의뢰를 받은 뒤, 여차저차해서 일기를 썼던 일본인 타츠노스케의 발자취를 쫓아 러시아를 횡단해 나간다는 내용이지요.
역시나 추리적으로는 기대 이하였습니다. 의뢰인 미츠토시가 범인으로 타츠키 일행을 미행했다는 결말도 당황스러웠고, 중간에 등장하는 시체 소실 트릭도 억지스럽기 짝이 없었기 때문이에요. 시체를 두꺼운 기차 의자 시트 뒤에 감췄다가, 차장으로 변장해서 꺼냈다는 트릭인데 시체가 시트 뒤에 이렇게까지 숨겨질 정도로 시트가 두껍고 푹신할리가 없지요. 그림으로 그린 결과물도 억지스러웠으니 더 말해 무엇하겠습니까.
이 에피소드의 유일한 가치는, 일종의 '도라에몽' 시공이라서 16년간 고등학생이었던 신라와 타츠키도 결국 성인이 되어 다시 만난 뒤 함께 '박물관'이라는 길을 걸어갈 것이라는걸 알려주는 에필로그밖에는 없습니다.

무려 16년의 세월을 함께 한 작품의 마무리치고는 너무 별로라 아쉽지만, 그래도 완결되었다는데 큰 의미를 두고 별점은 2점 주겠습니다. 이제 Q.E.D에 보다 집중해 주면 좋겠네요.

마지막으로, 완결을 기념하여, 그동안 CMB에 등장했던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을 꼽으며 리뷰를 마칩니다. 이 목록만 보아도 20권 중반~30권 후반까지가 재미면에서 최전성기 구간이었던게 확인되네요.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목록 43>> : <<치과>>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목록 39>> : <<상상 속 살인>>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목록 37>> : <<광구>>, <<고양이 꼬리>>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 목록 36>> : <<산의 의사>>, <<카스미장 사건>>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목록 35>> : <<도토리와 솔방울>>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목록 34>> : <<낡은 집>>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목록 32>> : <<혼선>>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목록 31>> : <<지옥혈>>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목록 30>> : <<소우야 군의 실종>>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목록 25>> : <<백 스토리>>, <<향목>>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목록 24>> : <<다이아몬드 도둑>>, <<옷장 속의 유령>>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목록 23>> : <<네 번째 코테에>>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목록 22>> : <<여름 보충 수업>>, <<유리의 낙원>>, <<나선 골동품점>>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목록 14>> : <<주사위게임>>, <<꽃집 아가씨>>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목록 12>> : <<노파와 원숭이>>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목록 11>> : <<마루지메네코>>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목록 3>> : <<도시전설>>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목록 2>> : <<파란 빌딩>>, <<저주의 가면>>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목록 1>> : <<의태>>

2022/05/06

C.M.B. 박물관 사건목록(씨엠비) 44 - 카토우 모토히로 : 별점 1.5점

[고화질] C.M.B. 박물관 사건목록(씨엠비) 44 - 4점
카토우 모토히로 지음/학산문화사

NBA와 프로야구를 챙겨보는 바람에 책을 읽을 짬이 도통 나지 않는 요즈음입니다. 그래서 가볍게 읽을 수 있는 만화를 주로 읽게 되네요. 잊고 지내다가 Q.E.D 신작이 나와서 리뷰를 올렸었는데, C.M.B는 아예 완결까지 되었더라고요. 그래서 바로 찾아서 읽어보았습니다.
그동안 C.M.B는 한 권에 단편 3~4편으로 이루어진 구성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권은 <<C.M.B. 살인사건>>이라는 이야기 단 한편으로만 이루어져 있다는게 특이하더군요. 마지막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라 생각되네요. 상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언제나처럼 스포일러 가득한 점, 읽으시기 전 참고 부탁드립니다.

대영박물관에서 3개의 C.M.B 반지가 신라 한 명에게 주어져있다는걸 못마땅하게 여긴 것에서 사건은 시작됩니다. 연구 비용을 원하는 학자들의 불만도 폭주했고요. 그래서 박물관은 신라가 가지고 있는 3개의 반지 중 2개를 박물관이 선정한 학자 5명 중 누군가에게 넘겨줄 것, 그리고 신라가 켐브리지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딴 뒤 교수로 일할 것을 요청합니다. 이 협상을 위해서 신라는 타츠키와 함께 영국 런던을 찾습니다.
그러나 5인의 학자 후보 중 한 명인 메이슨이 밀실에서 살해되었고, 당연히 신라가 유력한 용의자로 몰립니다. 신라는 알리바이를 증명해서 풀려나지만, 그 뒤 일본을 찾아왔던 3명의 학자들도 차례로 공격받아서 테렌스 행크는 죽고 베르다는 중상을 입습니다. 마지막에 신라의 박물관을 범인이 찾아와 신라와 대결을 펼치게 되지요.

이렇게 긴 이야기를 통해 C.M.B 반지를 버리기로 신라가 결심하는 등 시리즈 전체로 놓고 보면 중요한 전개가 이루어지는데, 추리적으로는 영 아니었습니다. 메이슨 밀실 살인 사건은 MRI의 강력한 자력을 이용하여 묶여있던 메이슨이 칼에 찔리게 만들었다는 트릭이고, 이미 죽은 테렌스 행크가 신라를 습격한 일본에서의 사건도 범인 올드리치가 행크의 시체를 등에 짊어지고 있다가 내던졌다는 트릭이 사용되고 있는데 두 가지 모두 납득하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만화니까 그런대로 볼만했달까, 설득력을 느끼기는 힘들었어요. 마지막에 올드리치가 신라의 박물관에서 신라와 일기토를 벌이는 장면도 지나치게 작위적이었고요. 불타는 박물관 공룡 화석 위에서 액션을 펼치는건 아동용 모험 만화와 다름 없었습니다.
메이슨 사건은 미이라가 관련되어 있기에 '몰약', 테렌스 행크 사건은 피해자가 황금 가면을 쓰고 있어서 '황금', 박물관에 불을 지른건 '유향'이 관련되어 있고 이 세 가지 키워드는 C.M.B의 뜻인 동방박사 3인과 연결된다는 장치도 정작 사건과는 별 관계가 없어서 실망스러웠습니다. 그냥 현학적인 분위기를 불러일으키는 장치로만 사용되었는데, 최소한 올드리치하고는 연결이 되었어야 했었습니다. 

물론 올드리치가 베르다를 태우고 운전할 때, 베르다가 네비게이션을 보는 틈을 노려서 일부러 차를 트럭에 부딪히게 만들고 누군가 공격했다고 주장했던 사건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오랫동안 추리 만화를 그려온 작가의 내공이 어느정도 엿보였달까요? 신라가 반지를 버리고 스스로의 길을 걸어가겠다고 결심하는 장면도 시리즈의 오랜 팬으로서는 납득할만한 괜찮은 마무리였다 생각되고요.

그러나 장점은 크지 않습니다. 오히려 시리즈 대미를 장식하는 이야기치고는 너무 별로라는 점에서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드네요. 별점은 1.5점입니다. 빨리 다음 권을 읽고 시리즈에서 손을 떼는게 낫겠어요. 직전에 읽었던 Q.E.D도 실망스러웠지만 이에 비하면 선녀였다는게 더 놀랍습니다...

2014/11/25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목록 26 - 카토우 모토히로 : 별점 2.5점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목록 26 - 6점
카토우 모토히로 지음/학산문화사(만화)

"CMB 박물관 사건목록 25" - 카토우 모토히로 : 별점 2.5점

첫 번째 이야기는 "곤돌라"입니다. 잘나가는 요리연구가가 금전을 요구하며 협박한 처남을 살해하는 사건으로, 범인의 시점에서 범행 과정이 먼저 그려지는 도서 추리물입니다. 

사고사로 위장하는 전개에서 일종의 순간이동 트릭이 사용되는데, 추리적으로는 큰 인상을 주지 못합니다. 피해자가 억울하게 죽었다는 느낌이 없어서 감정 이입이 어려웠고, 피해자가 죽지 않은 경우에 대한 대처도 준비되어 있지 않아 전체 트릭의 설득력이 떨어지는 탓입니다.
곤돌라를 바꿔치기하는 트릭은 현실성이 부족합니다. 경찰들이 이 정도도 밝혀내지 못한다는건 말도 안됩니다. 스키를 신고 있었다는 증언을 뒤집는 장면도 억지스러웠습니다. 그냥 우겨도 뒤집을 수 있는 확증이 없는 상황이니까요.
아울러 Lionheart님 리뷰에서도 언급되었듯이, 타츠키가 보험 조사원으로 수사에 나서는 설정도 이상했어요. 범인이 어린 소녀 조사원들에게 자세한 이야기를 해준다는걸 납득하기도 어려웠고요.

그래도 타츠키가 범인의 증언 속 맹점을 짚어내는 장면, 그리고 정전 상황에서 피해자가 보이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장면은 꽤 괜찮았습니다. 마지막에 피해자가 반지를 삼켰다는 사실도 인상 깊었는데, 이는 결정적인 증거이자 피해자의 마지막 의지이기도 해서 강하게 와닿았습니다.

그래서 별점은 2.5점입니다. 다만 C.M.B의 특징인 박물학적 정보도 없고, 신라가 "경이의 방"으로 안내한 대가조차 없어서 "Q.E.D"에 더 어울렸을 에피소드입니다. 스핀오프 시리즈가 존재할 이유를 잘 모르겠네요.

두 번째 이야기는 "라이온 랜드"입니다. 케냐에서 사자에게 물려 죽은 마사이 전사 사건과 핵심 증인인 소년의 트라우마 치료를 위해, 기억을 지워 슬픔을 잊게 만드는 초원의 전통 의사를 찾아나서는 이야기입니다.

연구진들의 조사 방식과 사자 생태계에 대한 디테일한 설명이 C.M.B 특유의 분위기를 잘 살렸고, 슬픔을 지우는 약이 있다는 설정도 꽤 흥미로웠습니다. 비슷한 설정은 많지만 아프리카라는 특이한 무대 덕분에 신선하게 느껴졌고, 악어의 습격에서 벗어나는 장면 등 신라의 의외의 활약도 인상 깊었습니다.

추리적인 측면에서도 꽤 설득력이 있었습니다. 사자의 반복된 습격을 단서로 진범을 추리해내는 과정도 논리적이며, 소년 하가가 살아남고 전사 오딘가가 창을 이상하게 들고 있었던 이유, 하가가 밀렵을 도운 동기들도 모두 제대로 설명되기 때문입니다.

다만 단점이 있다면, 굳이 1, 2부로 나눌 만큼 긴 이야기는 아니었다는 겁니다. 1부 정도로 마무리했더라면 더 응집력 있는 이야기였을 것 같습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세 번째 이야기는 "징조"입니다. 신라가 우연히 구입한 목걸이를 계기로 펼쳐지는 문화대혁명 관련 이야기입니다. 추리 요소는 거의 없지만, 실제 당사자의 증언을 통해 문화대혁명을 알기 쉽게 풀어내는 학습만화적 구성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부모까지 폭행했던 집단 광기와, 당시 중국의 정치·사회 분위기에 대한 묘사가 아주 뛰어났어요. 

그러나 마지막에 등장하는 새옹지마 이야기는 흐름상 다소 뜬금없었고, 결말도 다소 뻔하게 느껴지는건 조금 아쉽네요. 목걸이에 상징성이라도 더했더라면 더 좋은 마무리가 되었을 것 같고요. 그래도 하지만 박물학적 지식을 전달하는 C.M.B다운 맛이 잘 살아있는 작품입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그래서 전체 평균 별점은 2.5점입니다. 전체적으로 이야기는 재미있었습니다. 첫 번째 편을 제외하면 C.M.B의 특성인 박물학적인 정보 전달도 잘 되는 편이고요. 이 정도면 다음 권도 기대해볼 만합니다. 다만, 추리적으로는 다소 아쉽긴 합니다. 

덧붙이자면, 이전 리뷰에서도 지적했지만 타츠키의 공기화는 이제 심각한 수준입니다. 첫 번째 에피소드에서는 트릭 증명에 한몫했고, 세 번째 에피소드에서는 협박자를 물리치는 활약을 하긴 했지만, 이 정도면 히로인이라기보다 보디가드 역할일 뿐입니다. 캐릭터 재정립이 정말로 필요해 보입니다.

2014/06/17

CMB 박물관 사건목록 25 - 카토우 모토히로 : 별점 2.5점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목록 25 - 6점
카토우 모토히로 지음/학산문화사(만화)

"CMB 박물관 사건목록 24 - 카토우 모토히로 : 별점 2.5점"

드디어 최신권까지 따라잡았습니다! 

이번 권에는 모두 4편의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는데 한 개를 빼고는 모두 일상계 드라마입니다. 그래서 약간 쉬어가는 느낌도 듭니다. 덕분에 편안한 맛도 나쁘지 않았고요. 반면 추리적인 정교함이나 짜임새는 부족했고, C.M.B에서 기대해봄직한 박물학적인 지식 공유는 부족한 편입니다.

그래도 충분히 볼만했습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덧붙이자면, 타츠키가 완벽하게 공기화되었다는게 눈에 뜨입니다. 타츠키가 "Q.E.D"의 토마에게 첫눈에 반해서 가나와 한판 대결을 펼친다는 식의 이야기가 전개되지 않는 한, 어떻게해도 구제하기도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에요. 신라와 정신연령 등 전체적인 수준에서는 마우가 훨씬 더 잘 어울리는 탓에 신라하고는 커플로 엮기도 어려우니까요. "Q.E.D"는 그래도 커플링이라는 것이 존재하고, 가끔 미묘한 감정의 흐름을 보여주는 에피소드도 등장하는데 "C.M.B"는 점점 꼬마 천재 추리극에 머무는 듯 하여 아쉽습니다.

에피소드별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뜻밖의 보물"

항상 뭔가 사건을 가져오곤 하는 동급생 친구(네코아리였나요?)의 부탁으로, 그의 사촌이 거금을 빌려가 짓고 있는 펜션에 숨어 있다는 보물을 찾는 이야기.

사촌이 펜션 사업을 시작하게 된 이유는 보물 때문이 아니라 좋아하던 아가씨가 그 시골 마을로 귀향했기 때문입니다. 보물의 존재보다는 이러한 사촌의 사업 동기를 밝혀내는걸 좀 더 추리적으로 꾸미는게 좋았을 겁니다. 보물은 그냥 핑계일 뿐, 없어도 바뀔 게 없으니까 말이죠.

또 보물이 무엇이고 어디에 있는지는 맥락상 부동산 아저씨는 알고 있는 것이 확실해 보이는데 왜 미리 알려주지 않았는지도 의문입니다. 어차피 목욕탕 물을 대기 위해서는 수맥을 끊어야 했을 테고, 그러면 언젠가 밝혀졌을 텐데 괜히 이야기만 복잡해졌어요.

때문에 결론적으로 별점은 2.5점. 잔잔하면서도 유쾌한 드라마이지만 추리적으로는 딱히 즐길 거리가 없으며 C.M.B 특유의 박물학적 지식 전달 역시 마지막 버섯 이야기가 잠깐 등장하는 것 말고는 없어서 감점합니다.

"백 스토리"

"활피가죽"으로 장인이 만든 가방을 두고 "생각하는 사람"이 무엇을 생각하는지를 맞추는 경쟁을 한다는 이야기.

온갖 지식에는 통달했지만, 사랑이라는 감정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는 신라가 패배한다는 드라마가 제법 괜찮은 소품입니다. 그동안 건방진 꼬마 아이라는 인상이었기에 이런 결말도 나쁘지 않네요. 애절한 사랑 이야기에서 어른들의 결말(가방 판매)로 이어지는 전개도 좋았고요. 가죽 무두질 방법과 단테의 신곡에 대한 정보 제공도 마음에 듭니다.

추리적으로는 눈여겨볼 부분이 전무하지만 깔끔한 완성도는 인상적으로, 이번 권의 베스트 단편입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그 아침, 8시 13분"

아침 출근길마다 실종된 것으로 알고 있는 여성이 똑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것을 목격한 사람의 이야기.

기묘한 상황 설정과 여성이 어떻게 사라졌는지에 대한 트릭은 나쁘지 않으나, 용의자가 명백한 실종 사건을 연극으로 꾸며서 진상을 밝혀낼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만화는 만화일 뿐이지만, 그래도 너무 비현실적인 설정이었어요. 게다가 신라에게 의지해서 작전을 꾸미다니 이래서야 경찰은 대체 뭘 하는지 모르겠네요. 실종된 여성의 이름으로 장난친 것도 공정해 보이지 않았고요. 

이번 권 최악의 작품입니다. 별점은 1점입니다.

"향목"

향도를 배우는 남성이 유령을 목격한 사건의 진상.

간단한 장난에 가까운 일상계 소품으로 두 개의 수수께끼가 등장합니다. 유령 목격담과 향목의 정체가 무엇인지에 대한 것이죠.
두 가지 모두 괜찮았습니다. 유령 목격담은 인간 심리를 잘 활용한 드라마인데, 최초 목격담은 거짓이었다는걸 제대로 설명해 주면서 두 번째 목격담의 진상으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향목의 정체도 C.M.B 특유의 박물학적 지식 전달과 함께 의외의 진상을 밝혀주어서 마음에 들었고요. 사실 이렇게 사용되는 것이 아까울 정도였습니다.

딱 한 가지, 두 번째 유령 목격담이 과연 잘 되었을까라는 의구심이 조금 들기는 하나, 별점 3점은 충분합니다. 즐길 거리가 많은 이야기였어요.

2019/12/30

2019 내 블로그 리뷰 총 결산

16차, 열 여섯번 째 블로그 리뷰 총 결산입니다. 이글루스 블로그도 어느덧 고등학생 레벨에 진입하였군요. 감개무량합니다.

리뷰에 대해 숫자로 정리해보면, 2019년 읽은 책 중 리뷰를 남긴 책은 추리 / 호러 장르문학 48 (40)권, 기타 장르문학 1 (3)권, 디자인 or 스터디 4 (0), 역사서 15 (9)권, Food 및 구루메 관련 도서 11 (18)권, 기타 도서 18 (21)권으로 모두 97 (91)권입니다(괄호는 작년). 작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이 정도면 취미가 독서라고해도 부끄럽지는 않아 보이네요. 올해에는 책 출간과 같은 개인사로 독서에 집중하기 어려웠던 시기도 있었으니까요. 내년은 올해보다도 많이 읽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럼 언제나처럼 각 항목별 베스트 - 워스트를 소개해드립니다. 아래와 같습니다. 언제나처럼, 올해 발표된 작품 기준이 아니라 제가 올 한해 보고 읽은 것들 기준입니다.

2019년 베스트 추리소설 : "블러디 프로젝트"

올해의 베스트는 바로 "블러디 프로젝트"입니다. 문체와 같은 작품 외적인 문제로 약간 감점해서 별점은 3.5점이지만 내용과 완성도 모두 빼어나며, 재미 뿐 아니라 생각해 볼만 한 메시지를 함께 전해주는 좋은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2019년 워스트 추리소설 : "살인 카드 게임" 

올해 읽었던 추리 소설들은 처참한 수준의 작품이 많았습니다. 47편의 작품 중 평균 이하를 의미하는 별점 2점 이하의 작품이 30작품이나 될 뿐만 아니라, 졸작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별점 1.5점 이하의 작품은 무려 15편이나 되거든요. 읽은 작품 중 졸작 비중이 31%나 되다니, 무척이나 가혹한 한 해였어요. 심지어 졸작 오브 더 졸작, 정말로 종이가 아깝고 나무에게 미안한 별점 1점의 작품도 "귀신나방""살인 카드 게임"의 두 편이나 됩니다.

두 작품 모두 엉망이지만 올해의 워스트로는 "살인 카드 게임"를 선정합니다. 작가의 이름값이나 출판사의 홍보 등을 미루어 보면 "귀신나방"은 그나마 찾아서 읽을 사람이 거의 없을 것 같은데, "살인 카드 게임"은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더 이상 피해자가 생기지 않기를 바랍니다.

2019년 베스트 / 워스트 기타 장르문학 : 

올해 기타 장르문학은 딱 1권을 읽었을 뿐이라 별도로 선정하지는 않겠습니다.

2019년 베스트 디자인 or Study : "편집자를 위한 북디자인" 

저는 디자인 전공자이기는 하지만 북 디자인에 대한 이해도는 무척 낮았습니다. 제가 학교를 다닐 때와는 여러가지로 상황이 많이 변하기도 했고요. 이 책은 저와 같은 북 디자인 초보자라던가, 제목 그대로 북디자인을 잘 알아야 하는 편집자, 혹은 관련 직업인에게 굉장히 유용한 책입니다. 참 많은걸 배웠던, 좋은 독서였어요.

2019년 워스트 디자인 or Study :

이 분야의 독서는 4권 밖에 되지 않고, 그 중에서도 가장 나쁜 별점이 2점이기에 올해는 별도 워스트 선정은 없습니다. 도판만 충실해도 기본은 해 주는 분야니까요.

2019년 베스트 역사 도서 : "소비의 역사" 

작년에도 "그랜드 투어"로 깊은 인상을 남겼던 설혜심 교수의 역작. 제목 그대로 소비라는 개념의 역사를 설명하고 있는데, 400 페이지 넘는 분량에도 불구하고 소재가 흥미롭고 내용의 재미가 대단해서 술술 읽히는 마법과도 같은 책입니다. 도판과 편집도 모두 완벽한 수준이고요. 미시사를 좋아하시는 모든 분들께 추천드리는 바입니다.

2019년 워스트 역사 도서 : 

올해 역사 도서는 가장 나쁜 별점이 2점이었습니다. 이 정도로 워스트로 꼽기에는 너무 가혹하기에, 올해는 별도로 선정하지 않겠습니다. 역사 도서는 대체로 선방한 분위기네요.

2019년 베스트 Food / 구루메 도서 : "맛의 천재" 

정말 오랫만에 등장한 별점 5점! 이탈리아 요리와 그 요리에 관련된 역사까지 상세하게 소개해주는, 요리와 미시사 양쪽 분야 모두에서 탁월한 놀라운 책입니다. 단점을 찾는 것 자체가 거의 불가능한 완벽함을 자랑하지요. 요리, 특히 이탈리아 요리를 사랑하신다면 꼭 한 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아, 이탈리아인들은 정말로 위대한 민족이에요. 요리와 예술 측면에서는 말이죠. 참고로, 이 역시 이 분야의 베스트로 꼽을 수도 있겠지만 추리 / 호러 분야와 마찬가지로 양심이 허락하지 않는군요.

2019년 워스트 Food / 구루메 도서 : 

역사 분야와 마찬가지로 별점 2점 이하의 작품이 없기에 올해는 이 분야의 워스트는 없습니다.

2019년 베스트 기타 도서 : "이웃집 살인마" 

기타 도서에는 작년에 이어서 별점 4점을 받은 트리오가 존재합니다. 바로 "이웃집 살인마""위작의 기술", 그리고 "위험한 저녁식사"의 3편입니다. 다 좋은 책이라 우열을 가리기 힘들긴 하지만 "위험한 저녁식사"는 지금 읽기에 조금 낡은 이야기가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위작의 기술"은 다른 책과 겹치는 내용이 있다는 점에서 아쉽지만 베스트에서 제외하였습니다. 물론 모두 좋은 책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은 없습니다.

2019년 워스트 기타 도서 : "일상 기술 연구소" 

평범한 생활 속 기술 중 유용한 '꿀팁'을 소개하는 그런 책이라 생각했는데, 제목에서 연상되는 '기술'은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큰 실망을 안겨다 준 책. 내용도 영 와닿지 않아서 제 주변인에게 절대로 권해주고 싶은 책은 아니었습니다.

2019년 Movie 리뷰 : 

영화는 제법 많이 보았지만 고작 4편의 리뷰만 올렸으니 베스트와 워스트를 꼽는게 무의미해보입니다. 올해는 선정 없이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2019년 베스트 Comic - 추리 or 호러 : 

2019년 추리 or 호러 만화는 전통의 시리즈인 Q.E.D와 C.M.B의 후속권을 읽었을 뿐입니다. 각 권의 수준도 고만고만하고요. 그래서 이번에는 베스트 권이 아닌 수록작 중 베스트 에피소드를 꼽도록 하겠습니다.

올해는 Q.E.D가 아니라 C.M.B 쪽이 볼만했다는게 특징입니다. 별점 3.5점짜리 에피소드가 무려 3편이나 등장했거든요. C.M.B 박물관 사건목록 (씨엠비) 34의 마지막 에피소드인 "낡은 집", C.M.B 박물관 사건목록 (씨엠비) 32의 두 번째 에피소드인 "혼선", C.M.B 박물관 사건목록 (씨엠비) 31의 첫 번째 에피소드인 "지옥혈"이 그 주인공입니다. 

다 좋은 작품이지만 여기서 한 작품을 꼽는다면 "혼선"을 꼽겠습니다. 평범해 보이는 아이의 장난이 강력 범죄와 엮이고, 이 범죄가 극적인 반전과 함께 비극적 결말을 맞이한다는 전개가 깔끔한 수작입니다.

2019년 워스트 Comic - 추리 or 호러 : 

베스트와 마찬가지로 워스트 에피소드를 꼽겠습니다. 별점 1.5점의 졸작 에피소드도 Q.E.D iff 3권의 첫 번째 에피소드인 "세 명의 자객", C.M.B 박물관 사건목록 (씨엠비) 33의 마지막 에피소드인 "보이지 않는 사수", C.M.B 박물관 사건목록 (씨엠비) 32의 세 번째 에피소드인 "사시 부적"의 세 편이니 됩니다.

뭐가 더 낫다고 말하기 애매하지만 한 편을 꼽는다면 "보이지 않는 사수"입니다. 다른 두 작품은 그래도 '추리'와 '트릭'이 등장하는 반면 이 작품은 너무 작위적이며, 추리의 여지가 거의 없기 때문이에요.

2019년 베스트 Comic - 기타 : 

2019년 기타 만화는 별점 2.5점을 넘는 작품이 없기에 베스트는 별도로 선정하지 않겠습니다.

2019년 워스트 Comic - 기타 : "2001+5 Space Fantasia Anthology" 

2019년의 워스트는 호시노 유키노부의 단편집입니다. 이 작품말고 다른 단편집인 "요녀전설 1"도 마찬가지로 별점이 1.5점이니 가히 올해의 워스트 작가라고 할 수 있겠네요. 타석이 두 번이었는데 두 번 모두 병살타를 친 셈입니다. 도저히 믿기지가 않는군요. 

참고로 똑같이 별점 1.5점짜리 졸작 중 "2001+5 Space Fantasia Anthology"를 선택한 이유는? 미완성으로 결말도 없는 작품을 버젓이 책으로 간행하여 팔아먹는 빌어먹을 행태 때문이에요. 이 정도면 병살타가 아니라 거의 게임 엔딩 수준의 실책이라 생각되어 용서가 안되네요.

결산평 : 

16년 째라니... 강산이 변해도 이제 한번 반넘게 변했네요. 올 한 해 우리 가족 모두가 무탈하게, 건강하게 보냈다는게 너무나 기쁩니다. 개인적인 가장 큰 목표였던, 제 책을 출간한다는 목표도 이루었으니 보람도 있었고요. 

제 블로그를 찾아주시는 분들께서는 올 한해 어떠셨나요? 좋은 일 많으셨었다면 좋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새해에는 원하시는 일 다들 이루시는 그런 한해 되시기를 바랍니다. 작년, 그리고 재작년에도 말씀드렸지만 제 블로그를 찾아주시는 분들이라면 남들이 관심갖지 않는 사소하고 디테일한 것들에도 관심을 가지시는, 정말로 세심한 분임이 분명할테니 내년에는 더욱 잘 되실거에요. 사랑합니다~!

2018 내 블로그 리뷰 총 결산

2021/10/22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목록 43 - 카토우 모토히로 / 학산문화사 : 별점 2.5점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목록 43 - 6점
카토우 모토히로 지음/학산문화사(만화)

전통의 시리즈 43권입니다. 이번 권에는 네 편의 에피소드가 수록되어 있으며 전체 평균 별점은 2.5점입니다. "투명어"와 "치과"는 평균 이상은 되는 괜찮은 작품이지만 그닥이었던 두 편이 점수를 깎아먹은 탓입니다. 다음 권은 C.M.B 반지와 관련된 긴 호흡의 이야기가 진행될 것 같은데 기대 반, 우려 반입니다.

에피소드별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언제나처럼 스포일러 가득한 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앙숙"

신라는 다힐 교수의 부탁으로 이라크 쿠르드 자치구의 아시리아 유적 발굴 현장을 찾았다. 그 곳에서 만난건 예전부터 신라에게 경쟁의식을 불태우던 앙숙 무라트였다. 그런데 발굴 현장 텐트에 숨어든 사람이 있었다. 원치 않은 결혼을 피하고자 노력 중인 사루마였다. 결혼을 하지 않으면, 체면이 손상될거라 생각했던 친척들이 그녀를 살해할 수도 있었다. 사루마는 프랑스 국적이 있었고, 신라 일행은 그녀의 프랑스로의 탈출을 도와주는데...

그닥이었던 첫 번째 이야기. 전개가 너무 뻔했습니다. 신라의 앙숙 무라트가 사루마 가족에게 그녀의 도주 계획을 털어 놓지만, 알고보니 거짓말로 사실은 사루마의 무사 탈출을 도왔다는건 누가 봐도 쉽게 눈치챌 수 있거든요. 눈에 잘 띄는 캐리어를 택시에 잘 보이게 싣고, 그 택시를 뒤쫓는다는게 대표적입니다. 명예 살인이라고 해 봤자 동네 아저씨 한 명이 단도를 들고 설치는 정도라서 위기감이 느껴지지도 않았고요. 실제로 타츠키 혼자 간단히 제압하지요. 

앙숙이라는 무라트도 일방적으로 신라에 대한 질투심을 품는 동네 꼬마일 뿐입니다. 신라가 지닌 지식과는 상대도 될 수 없기에 대단한 대결을 펼치지도 못하지요. 앙숙이라는 설정은 애초에 필요하지도 않았어요. 

CMB 특유의 현학적인 정보를 얻을 내용도 거의 없었습니다. 쿠르드 자치구, 아시리아 유적 발굴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습니다. '명예 살인'이 핵심 소재였으니까요.

그래서 별점은 1점입니다. 추리적으로나, 재미면으로나, 얻을 수 있는 지식 측면으로나 뭐 하나 건질게 없는 졸작입니다.

"투명어" 

뉴욕 미술관에서 지구 온난화 경고 미술전이 열렸다. 그러나 지구 온난화를 거짓이라 생각한 사람의 협박이 이어지다가, 결국 미술관 학예원 토마스가 누군가에게 습격당해 중상을 입고 말았다. 범인이 어떻게 침입했는지 알 수 없는 상황에 놓이자 미술관 오너 에리는 친구 토마에게 소개받은 신라에게 사건 해결을 부탁하는데...

범인이 외부에서 정문까지 딱 하나 있는 길을 환한 조명과 감시 카메라에 들키지 않고 통과한 뒤, 2개의 전시실을 3명의 경비원들에게 들키지 않고 돌파하여 사무실까지 침입했던 방법은 '거울을 이용'했던 겁니다. 조명 아래 길에서는 거울 뒤에 숨어 이동했고, 전시실에 들어가서는 거울 뒷면의 검은 판을 이용하여 일종의 사각을 만들었던 거지요. 마술에 쓰임직한 트릭인데, 1회성으로는 쓸 수 있었을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미술관과도 잘 어울렸고요. 실제로 이런 거울을 옮기는 사람이 목격되더라도, 작품을 옮기는 것으로 생각될 수 있었을거라고 설명되고 있으니까요. 

전시되고 있는 '투명어'를 이용한 작품을 통해, 물고기의 특징으로 트릭을 설명하는 장면도 좋았습니다. 투명어보다는 일반 물고기가 더 잘 숨는 셈이다. 하늘 위에서 바라보는 적들에게서 숨기 위해 짙은 바다색과 비슷한 짙푸른 빛의 등을, 바다 밑에서 바라보는 적들에게서 숨기 위해 눈부신 태양과 같은 은빛 배를 가지고 있는 덕분이다는건데, 트릭에 정말 딱 맞아 떨어지는 설명이었습니다.

표현의 자유에 대한 심도깊은 설명도 인상적입니다. 표현의 자유가 무엇이며, 왜 중요하고 어떻게 표현되어야 하는지를 쉽게 알려주고 있는 덕분입니다. 특히 표현의 자유에는 적절한 프로토콜이 필요하며, 이런 역할을 미술관, 박물관 등이 수행한다는 이야기가 와 닿더군요. 그동안 생각해보지 못했던 부분이기도 했고요. 이 부분만 따로 떼어서 널리 소개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Q.E.D의 토마의 친구 '재난의 사나이' 알렌의 아내 에리가 등장하는건 오랜 팬으로서 반가웠던 부분이고요.

그러나 유력한 용의자를 체포하여, 그의 족적을 확보하기까지 한 상황이었다면 신라의 도움이 필요했을지는 의문입니다. '거울을 현장에서 깼다'는 걸로 피해자 몸에 묻었을 거울 조각과 현장의 거울 조각, 그리고 용의자 신발에서 그 거울 조각을 채취하면 그가 범인이라는게 드러날 거라고 신라는 말하는데, 이건 트릭을 파헤치지 않아도 경찰 수사로 밝혀낼 수 있는 부분이잖아요? 수사를 통해 현장에 있었던 거울 조각을 알아낸 뒤, 여기서 트릭을 유추하는게 더 말이 되지요. 또 사람이 한 명 숨을 큰 거울을 현장에서 쉽게, 조용히 처리할 수 있었을까요? 작품 하나를 태운 정도로? 어림도 없어요. 이 부분은 아무리 생각해도 억지스럽네요.

이렇게 문제가 없지는 않아 감점합니다. 그래도 얻을 수 있었던 지식의 가치가 높기에 별점은 2.5점입니다.

"치과" 

코즈에는 치과 진료를 받은 후, 병원을 나서다가 안개에 휩싸인 뒤, 진료받기 전 치과에 앉아있던 상태로 되돌아오게 되었다. 타임 리프에 빠진걸 알아챈 그는 루프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다른 대기 손님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다가 경찰에 체포되고, 안개에 휩싸이는걸 반복한 끝에 마지막 손님 신라에게 도움을 받게 되었다. 주변 환경에 단서가 있다는 신라의 말을 들은 뒤 코즈에는 차분히 주위를 관찰하여, 손님 중 한명인 여고생의 전화 착신음, 또 다른 손님인 꼬마 여자 아이 얼굴의 점, 치과 접수원의 이름, 치과에 놓인 곰 인형 등 모든게 전 여자친구와 관련이 있다는걸 깨닫는다.

전 여자 친구와 가슴 아프게 헤어졌던걸 뉘우치고, 다시 만나는게 루프에서 빠져나오는 열쇠였고, 방법은 예약 날짜를 바꾸는 것이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원래 예약 날짜는 그녀의 생일이었기 때문이지요. 이 결론에 이르기까지의 이런 저런 사소한 단서를 전 여자 친구와 관련이 있다며 드러내는 장면은 일상계 추리물 느낌이라 재미있었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이렇게 풀어낼 수도 있다는데 감탄했어요. '일상계 SF 로맨스'인 셈입니다. 점이 있던 꼬마 아이가 미래에서 온 코즈에와 여자 친구의 딸이었다는 에필로그도 사족 느낌이 들지 않게 잘 처리했고요.

그런데 이게 C.M.B일 필요는 없다는 생각은 들었습니다. 신라가 힌트를 주기는 하지만, 결국 코즈에가 혼자서 깊이 생각해도 알아낼 수 있는 단서들이었으니까요. 신라가 곰팡이 관련 책을 읽으면서, 이런저런 정보를 주는 건 재미는 있었습니다만, 딱히 이야기와는 관계가 있어보이지는 않더군요. 오히려 C.M.B 시리즈에 억지로 집어 넣은 부분이 감점 요소가 아닐까 싶어요.

그래도 독특함과 재미, 신선함 모두 기대 이상이었던 좋은 작품이었습니다. 별점은 3.5점입니다. 이번 권의 베스트 에피소드로 꼽겠습니다.

"카메오 글라스" 

마우가 고대 로마 유물인 카메오 글라스를 사려다가 사기를 당했는데, 이를 도와주는 이야기로 카메오 글라스 케이스를 이용한 바꿔치기 트릭이 등장하는데, 현실성 높은 나쁘지 않은 트릭이에요. 뒤집힌 카메오 글라스 형태에서 착안했다는 이야기도 설득력 높고요.

하지만 마우 등장 이야기가 대부분 그렇듯, 그 외의 설정에서는 현실성을 찾기 어려서워서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드네요. C.M.B 반지를 회수하려고 한다는 이야기를 신라에게 전해 주기 위한 목적이 더 컸던 에피소드였다 생각됩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2019/11/18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목록 31 - 카토우 모토히로 : 별점 2.5점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목록 31 - 6점
카토우 모토히로 지음/학산문화사(만화)

카토우 모토히로의 시리즈 만화입니다. 지난 몇 년간 출간 자체를 잊고 살다가 찾아보니 꽤 많이 출간되어 있더군요. 주말에 몰아서 읽었는데, 리뷰는 천천히 한 권 씩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C.M.B와 Q.E.D는 서로 쌍둥이처럼 닮았지만 명백한 큰 차이를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특히 구성 면에서 그러합니다. 거의 예외 없이 1권에 2편의 이야기라는 구성을 선보이는 Q.E.D와는 다르게, 보통 3~4편의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짧기에 읽기 쉽다는건 장점이지만, 부족한 설명과 억지스러운 전개 때문에 완성도 면에서는 조금 부족할 수 있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또 추리적으로는 여러모로 Q.E.D 보다는 부족한 작품들이 많은 것도 분명하고요. 이번 권도 장, 단점은 그대로입니다.

그래도 오랫만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오래된 시리즈로 캐릭터는 식상하고 내용도 타성에 젖어있지만, 조금이나마 신선하고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재미는 나쁘지 않은 편이니까요. 추리적으로 완성도 높은 이야기도 있고요. 제 별점은 2.5점입니다. 

수록 작품별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언제나처럼 스포일러 가득한 점 참고하세요.

"지옥혈"

도쿄 근교 시골 마을에서 산사태 발생 후 '지옥혈'이라고 불리우는 동굴이 모습을 드러낸다. 지옥혈은 일본 전 지역에 널리 퍼져있는 '사후 세계와 통하는 장소' 중 하나로, 그냥 전통적인 민속 풍습이지만 마을 사람들이 6명이나 사라지자 방송국까지 출동하여 취재를 벌이는데...

산사태로 관광객이 줄었는데 마을에 갑자기 돈이 넘쳐난다는 설정만 보아도 무언가 수상하다는 건 충분히 알 수 있습니다. 특히 억지로 마을 사람들을 모두 모이게 하는 행사가 진행된다는건, 이 행사에 맞추어 사건이 일어날거라는 것도 뻔하고요.

그러나 이를 '불법 산업 폐기물 투기'와 연결시키는 아이디어는 돋보입니다. 도쿄와 가까우며, 곧 메울 구멍이라는 점에서 충분히 설득력도 높고요. 무엇보다도 지옥혈과 관련된 일본 전설을 복선처럼 깔고, '그쪽 세계의 음식' 이라는 소재로 사건을 저지른 사람들의 심리를 풀어내는 마지막 장면이 아주 인상적입니다. 수학과 과학보다 민속과 풍습, 전설 등을 이야기의 밑바탕에 깔고가는 C.M.B에 아주 잘 어울리기도 했고요.

C.M.B의 그간 부진을 충분히 만회할 만한 멋진 이야기였어요. 별점은 3.5점입니다.

"고스트 카"

캠핌장 외길에 반년 전에 죽은 화가 이누야나가의 알파 로메오가 나타난 뒤 사라져 버리고, 다음날 캠핑장에 찾아온 신라와 친구들은 근처 숲에서 기묘한 상황에 놓인 알파 로메오를 발견한다. 겸사겸사 사건에 휘말린 신라 일행은 이윽고 이누야나기 씨의 복잡한 집안 사정과 유산 상속 등에 관련된 문제를 듣게 된다. 가장 큰 문제는 유산 중에서도 핵심인 300호짜리 그림이 깜쪽같이 사라진 것. 아들 토라오와 요이치는 백부 네코지로를 의심하고, 네코지로는 토라오가 범인이라 확신하는데...

차가 숲 속에 떨어진 이유와 300호 그림이 사라진 사건을 엮은 진상은 괜찮습니다. 두 사건이 전혀 관계없는 것 처럼 전개하다가 마지막에 하나가 되는 과정이 꽤 그럴듯하거든요. 네코지로의 횡령은 사실로, 이누야나기씨가 이런걸 다 알고 유산 배분을 했다는 결말 - 네코지로에게 물려준 아틀리에는 거액을 들여 축대를 수리해야 하는 상황이라 - 도 나쁘지 않아요. 나름 완벽한 해피엔딩이기도 하고요.

그러나 전개 외에는 모든게 함량 미달입니다. 초반부의 알파 로메오의 등장도 제대로 설명되지 않을 뿐더러, 차고가 움직인게 전혀 티가 나지 않았다는 것도 설득력이 낮습니다. 범인인 백부 네코지로의 계획대로 잘 되었을 거라는 생각도 들지 않네요. 뭐 그래도 이전에 워낙 지뢰들이 많아서 이 정도만 되어도 고맙게 볼 수 있는 수준이라 생각됩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돌아다니는 시체"

4인이 함께 사는 다세대 주택에서 주민 중 1명인 코노가 살해된다. 사체를 자신의 집에서 발견한 회사원 도이는 패닉 상태에서 유력한 용의자인 나카니시의 집으로 시체를 몰래 옮겨 놓는다. 나카니시도 또 다른 용의자인 츠다의 집으로 시체를 옮기고 츠다는 다시 도이의 집에 시체를 가져다 놓는다. 결국 이들은 모든 사건을 해결해준다는 소문을 믿고 신라에게 시체와 함께 찾아온다.

사건 관계자들의 증언이 이어지고, 이 중에서 중요한 단서를 뽑아내어 진상을 밝혀낸다는 전형적인 Q.E,D 스타일의 작품. 이게 왜 C.M.B 에피소드로 등장했는지 잘 모르겠어요.C.M.B 특유의 박물학적인 이론도 전혀 등장하지 않으며, 신라도 어린아이와 같은 캐릭터성 없이 평범한 탐정 역할만 수행하여 전혀 차별화되는 부분이 없습니다.

게다가 아무리 다세대 주택 주민들 모두가 코노와 원한 관계가 있었다고 해도, 범인이 시체를 그 안에 숨겨놓는 것 정도로 죄를 뒤집어 씌울 수 있다고 생각한건 말도 안되죠. 코노의 방에 시체를 돌려 놓는게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잖아요? 일본 경찰이 아무리 무능하더라도 싸움을 한 것도 아니고, 말린 정도로 혐의를 씌워 체포할거라고 생각할 수는 없지요.

결론적으로, 시리즈 특유의 매력도 없고 추리적으로 억지스러운 평균 이하 졸작입니다. 별점은 1.5점입니다.

"제 27회 탐정 추리 회의"

잡지사에서 상금 100만엔인 추리 게임 대회를 열었다. 사회자가 문제를 내면, 진상을 추리하여 정답자에게 상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7년전에 실제로 일어났지만 미궁에 빠진 사건이 문제로 등장했다. 경찰도 해결하지 못한 정답없는 사건이지만, 모든 수수께끼를 남김없이 밝힐 수 있는 해답이라면 정답을 인정한다는 조건이었다.
문제인 사건은 마술사 야마다 요시후미가 수조 탈출 마술을 펼치다 사망한 사건으로, 2명의 제자가 유력한 용의자였다. 둘 중 한 명은 후계자에서 탈락하여 앙심을 품었기 때문이었다.

수수께끼는 모두 세가지, 왜 요시후미는 예정대로 공연 직전에 후계자를 밝히지 않았는지? 누군가 마술 장치에 손을 댔다면 어떻게 감시를 피할 수 있었는지? 왜 무대 위에서 살해되었는지? 누전은 어떻게 일으켰는지? 신라는 사건의 진상을 풀 '경이의 방'으로 모두를 안내한다.

추리 게임 대회라는 형식을 빈 정통 추리물입니다. 진상은 공연 전 범인은 이미 요시후미를 살해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요시후미는 공연 전에 밝히기로 했던 후계자의 이름을 말할 수 없었고, 범인도 차분히 마술 장치에 손을 댈 수 있었던 겁니다. 수조에 전기를 흐르게 한 건 이미 죽은 사체가 움직이게 만들어 사망 시간을 위장한 뒤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함이었고요.

트릭만 놓고 보면 충분히 수긍할만해서 추리적인 완성도는 높습니다. 그러나 정작 문제는 추리 게임 대회라는 설정과 전개 방식입니다. 추리 게임 대회는 요시후미의 딸이 범인을 밝혀내기 위한 일종의 추리쇼였다는건데 솔직히 말도 안되거든요. 무엇보다도 유력한 용의자인 야마사키 토모히데, 즉 쿠로츠 유우키가 본인이 범인인 사건이 문제로 출제된 상황에서 평정심을 유지하면서 평상시와 같은 논리로 의견을 주장한다는건 아무리 보아도 현실적이지 않았습니다.
그 외에도 경찰이 수조에서 죽은 건지, 외부에서 살해당한 뒤 수조에 넣어진 것인지를 알아내지 못했다는 등의 디테일도 눈에 거슬렸고요. 이렇게 억지스러운 게임 대회를 만드는 것 보다는, 마술 공연을 보던 신라와 타츠키가 현장에서 사건의 진상을 추리하는 내용이었다면 훨씬 좋았을 거에요. 그랬다면 별점 4점도 충분했을텐데 말이죠. 별점은 2.5점입니다.

2014/03/17

CMB 박물관 사건목록 21, 22 - 카토우 모토히로 : 별점 2점과 3점

CMB 박물관 사건목록 21 - 4점
카토우 모토히로 지음/학산문화사(만화)
CMB 박물관 사건목록 22 - 6점
카토우 모토히로 지음/학산문화사(만화)

그간 격조했습니다. 이번에 읽은 것은 전통의 강자 중 하나인 CMB의 21, 22권입니다. 24권까지 나와 있기는 하지만...

21권부터 살펴보죠.

"후유키씨의 하루"

동네에서 살고 있던 후유키씨라는 노인의 일상 속 숨겨진 비밀이 무엇이냐는 내용. 잔잔한 전개와 노인이 "선택한 것"이라는 진상은 마음에 들지만 일상계라고 부르기도 민망할 정도로 사건성이 있지는 않은 소품으로 별점은 2.5점입니다.

"호수 밑바닥"

과거 벌어졌던 호수에서의 사고사는 알고보니 물 속에 장치해 놓았던 풍선을 터트린 살인이었다는 이야기. 실제로 이렇게나 잘 되었을까 하는 의문이 들고, 이만한 풍선을 장치하는데 고용한 사람들 입막음은 어떻게 했을지, 왜 찌꺼기는 치우지 않았는지 등 소소한 의문도 생기지만 전개도 깔끔하고 결말도 괜찮았습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엘프의 문"

마우가 등장하는 작품으로 신라를 끌어들여 어렸을 적 부모님을 속였던 사기꾼을 처단한다는 내용. 신라가 마우에게 속아 넘어간다는 점 이외에는 특기할만한 내용 없는 소품입니다. 별점은 2점.

"발렛트의 촛대"

몰타 공화국의 구 기사단장 발레트의 촛대를 둘러싼 이야기. 오래간만에 C.M.B스러운 박물학적 지식 가득한 작품입니다만, 내용이 현실성 없고 동기도 솔직히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사츠키가 기사단장 갑옷을 입고 펼치는 결말도 영 아니었고요. 점수를 줄만한 부분이 없네요. 별점은 2점입니다.

결론적으로 평균 별점은 2점 정도... 추리적으로도, 박물학적으로도 그냥저냥인 평균 이하의 작품이었습니다.

22권은

"여름 보충 수업"

태양열 자동차를 파손한 범인을 찾는다는 학교 내 일상계 소품. 

항상 어린아이 같은 신라가 학교 선생님에게 던진 이과계를 위한 명제 — "정답이 하나밖에 없는 공부는 인생에 별 쓸모가 없는 게 아니라 자신이 틀렸다는 걸 알기 위해서" — 가 굉장히 인상적이었던 작품입니다. 내용 면에서도 일상계스러운 설득력 가득하고 즐거운 청춘들의 여름 한나절을 다룬 것도 마음에 들었고요. 별점은 3점입니다.

"유리의 낙원"

갈라파고스섬에서 벌어진, 밀어를 하던 어부가 다친 채 발견되는데 그를 쫓던 과학자를 범인으로 지목한다는 기이한 사건을 둘러싼 이야기입니다. 과거 갈라파고스를 방문해 조사하던 다윈에게 벌어진 사건과의 교차 편집이 아주 좋았습니다. 현대의 사건은 일상계에 가까워서 말실수를 통해 간단하게 진상이 밝혀지지만, 과거 다윈 사건은 퓨마의 생태라는 나름 박물학적 설정이 들어갔다는 점도 마음에 들고요. 그리고 결국 두 개의 이야기가 하나로 이어지는 결말도 괜찮았어요. 별점은 3점입니다.

"나선 골동품점"

나선 골동품점에서 벌어진 살인사건. 나선 골동품점의 교묘한 내부 구조를 이용한 트릭이 좋습니다. 사건의 진상을 밝히기 위한 여러 가지 정보(암모나이트 화석, 피해자의 사진, 관계자의 증언 등)도 공정하게 제공되는 편이고요. 별점은 3점입니다. 다만 Q.E.D였어도 괜찮았을 트릭과 내용인데, 구태여 스핀오프로 전개할 필요가 있었을지는 의문이긴 합니다.  

그래서 평균 별점은 3점. 21권은 평균 이하였는데, 22권은 평균보다는 높은, 기대에 걸맞는 수준을 보여주어서 아주 만족스러웠습니다. 작품별 편차가 되도록 없이 고르게 수준을 유지해 주었으면 하지만, 이 정도면 후속권도 기대가 되네요.

2011/06/11

CMB 박물관 사건목록 10 - 카토우 모토히로 : 별점 2점

 

CMB 박물관 사건목록 10 - 4점
카토우 모토히로 지음/학산문화사(만화)

<아래 리뷰에는 약간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Q.E.D"의 스핀오프 시리즈. 최신권까지 전부 다 읽은 줄 알았는데 찾아보니 10권을 아직 안 읽었더군요. 무려 1년도 더 전에 직장인님이 글 을 남겨주시기도 했는데 왜 깜빡했을까... 늦게나마 구해서 읽었기에 포스팅합니다.

10권에는 모두 네 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습니다. 전체 평균한 별점은 2점으로 그닥 인상적이지도 않고 완성도도 낮은 편입니다. 후속권들에서 만회하고는 있지만, 앞으로도 전체적인 평균이 적절한 수준에서 맞춰졌으면 합니다.

수록작별 소개는 아래와 같습니다.

"그 차이 6천만 년"

고생물학자 헤라와 조이스 남매의 초청으로 고비 사막으로 간 신라와 타츠키가 공룡과 인간의 화석이 6천만 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같은 지층에서 발견된 이유를 밝혀낸다.

설정은 흥미진진하고, 베링거의 화석이라는 화석 관련 토막 상식을 적절히 삽입하여 전개하는 것도 마음에 듭니다. "C.M.B" 특유의 박물학적인 느낌이 잘 살아있거든요.

하지만 사건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고, 무엇보다도 "빙하에 의한 지층의 결합"이라는 진상을 고생물학자라는 인간들이 밝혀내지 못했다는 것이 전혀 납득되지 않네요. 청소년용 지질 학습 만화 수준의 이야기였다 생각됩니다. 별점은 2점.

"못"

신라와 타츠키의 시끄러운 학급 친구 요코아리에게 저주의 메일이 전달되었다. 친구들과 저주의 메일에 첨부된 사진 속 장소로 간 타츠키와 신라는 메일이 근처에서 발생한 뺑소니 교통사고와 관련되어 있다는걸 알게 되었니다. 저주의 메일은 뺑소니 교통사고로 사망한 줄 알았던 피해자가 사실은 누군가가 차 앞으로 떠밀어 죽은 것이라는 운전자의 증언을 뒷받침하는 증거일 수 있었다... 

박물학적인 에피소드와 함께 "C.M.B"의 또 다른 한 축인 일상계 이야기입니다. 있음직한 이야기, 현실적인 소재와 계획 등 일상계라는 장르에 정확히 부합하는 전개는 좋았어요.

그러나 그닥 대단한 사건도 없고, 솔직히 범인이 이러한 짓을 꾸미는 이유가 불분명하다는 점에서 감점 요소가 있습니다(재판에서 딱히 유리하게 쓰일 것 같지도 않으니까요.). 처음부터 친구들에게 이야기해 주면 아무 일도 없었을 텐데, 뭐든지 거래하려 하는 신라의 영악한 모습만 부각되는 것도 별로였고요.

나무의 성장이라는 아주 간단한 사실을 효과적으로 사용한 것은 꽤 괜찮았지만, 감점 요소가 많기에 별점은 2점입니다.

"지구 최후의 여름방학"

여름방학의 막바지에 타츠키와 신라는 요코아리 등의 친구들과 함께 바닷가 여행을 떠났다. 일행은 바닷가 집의 여주인에게서 기묘한 동굴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

일상계 소품. 하지만 사건이 아닌 장난에 불과한 에피소드라 추리적으로 평가할 가치는 거의 없습니다. 진상도 예상 가능했고요.

"옳고 그른지를 판단하지 말고 일단 선택해라. 그리고 앞으로 나아가라."라는 청춘 만화 같은 대사는 나쁘지 않았으나, 타츠키 - 신라 조합에게는 어울리지 않았다 생각됩니다. 이러한 대사 뒤에 이어지는 감정의 울림 같은 것을 느끼기는 힘들었거든요. 토마 - 가나 조합이라면 조금 더 나았을 텐데... 별점은 1.5점입니다.

"히드라울리스"

암거래상 마우 스가루가 신라에게 북 이탈리아 마을 음악당 안에 있는, 사람을 저주로 죽음에 이르게 하는 오르간의 정체가 무엇인지를 의뢰했다.

"C.M.B"의 특징인 스케일 큰, 역사와 박물학적인 지식을 결합한 전개는 괜찮았고, 수력 오르간에 대한 설명도 충실하다는 점에서는 마음에 들었습니다. 하지만 추리적 완성도는 아쉽게도 그닥이었습니다. 진상이 너무 뻔했고, 이러한 비밀을 몇 세기 동안이나 풀지 못했다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었어요. 장치적인 트릭이니만큼, 2중 파이프를 쓴다던가 하는 식으로 조금만 더 교묘하게 전개했더라면 훨씬 좋지 않았을까요? 별점은 2.5점입니다.

2015/07/31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목록 28 - 카토우 모토히로 : 별점 2점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목록 27 - 카토우 모토히로 : 별점 2점

전통의 시리즈. 세 편의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Q.E.D 50"처럼 원서로 미리 읽고 리뷰 남깁니다.

키짐나

오키나와의 정령인 키짐나가 눈에 보인다는 남자의 이야기입니다. 그는 어린 시절 키짐나가 사람을 목졸라 죽이고 잡아먹은 것을 목격한 뒤, 키짐나가 항상 보이게 되었지요. 그래서 나쁜 짓을 할 수 없는 바른 생활 인생을 보내는데, 오키나와에서 휴가를 보내던 중 곤충 채집을 나온 신라 일행을 만나 어린 시절 목격한 내용의 진상을 깨우친다는 내용입니다.

과거 목격한 것이 실제로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는 주제는 "Q.E.D 25"에 수록된 "여름의 타임캡슐"과 비슷합니다.

그러나 왜곡된 기억으로 성인이 된 뒤까지 영향을 받을 정도의 나이로 보이지 않았다는 점, 그리고 노숙자의 변사가 정령 키짐나가 교살된 시체를 먹는 것으로 기억이 왜곡되는 과정의 설득력이 떨어져 좋은 점수를 주기는 어렵습니다. 시리즈 특징이기도 한 박물학적 지식 전달 측면에서도 특별한 것이 없고요. 별점은 1.5점입니다.

빈 집

신라에게 수집한 도검류를 팔려는 수집가, 그리고 근처 빈집에서 발견된 노숙인의 죽음을 연결하는 작품입니다.

개인화가 진행된 사회에서 누군가의 대역을 수행한다는 내용은 "Q.E.D 48"의 "대리인"과 일치합니다. 때문에 신선하지 않으며, 수집가 우치다가 실제로는 노숙자 키지마였음을 밝히는 부분은 비약이 심합니다. 애초에 우치다로 가장한 키지마가 사망한 노숙인이 누구인지를 현장에서 밝히는 장면도 설득력이 부족하고요.

소도(小刀) 와키자시를 지갑 대신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설정은 좋았는데, 이런 이야기에서 소모되기 아깝네요. 이 설정 하나 플러스하여 별점은 2점입니다만, 여전히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습니다.

홀리데이

아프리카 쟌가 공화국 외무차관 질 사이먼은 내전을 종식시키기 위해 UX 안전보장이사회에 정전 명령을 안건으로 내밀고, 상임 이사회 국가를 설득하기 위해 이집트 벽화가 그려진 채 발견된 유적의 공동 조사를 떡밥으로 제시하는 등 여러 작전을 꾸민다...

상·하편으로 이루어진 비교적 긴 호흡의 이야기이지만 대단한 내용은 없습니다. 여러 작전에도 불구하고 핵심은 질 사이먼의 감동적인 연설이라 왜 이런 고생을 하나 싶더군요.

또 이런 위험하고 어려운 국제 외교에 신라를 등장시키는 것도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C.M.B 반지의 주인이라고는 하지만 그것 자체가 권위를 주는 것으로 묘사되지 않았을 뿐더러, 정작 하는 것도 없기 때문입니다. 유적에 플라티나 광맥이 있다는 것을 독자에게 알려주는 역할 외에는 실제 외교 작전에서 맡은 역할이 전무합니다.

그나마 신라가 자신이 이동한 층을 속이는 장치 트릭과 UN의 의사결정 과정, 플라티나에 대한 약간의 정보를 제공하는 것 정도가 건질만했습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전체 평균 별점은 반올림해도 2점입니다.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왜 C.M.B여야 하는지 의문이 남는 작품들이었습니다. 시리즈를 나누어 연재하는 것이 한계에 부딪힌 느낌인데 다음 권은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지켜보겠습니다.

2019/11/20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목록 32 - 카토우 모토히로 : 별점 2.5점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목록 32 - 6점
카토우 모토히로 지음/학산문화사(만화)

카토우 모토히로의 시리즈 만화로 엊그제 리뷰를 올렸던 31권에 이은 감상글입니다. 4편의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는데, 이 중 "혼선"은 굉장한 수작입니다! 그러나 상세 리뷰에서도 언급하겠지만 "혼선"은 C.M.B 보다는 Q.E.D에 훨씬 어울리는 이야기이기는 했어요. 신라의 매력도, 타츠키의 존재감도 너무 흐릿합니다. 다른 이야기들은 C.M.B 다운, 박물학적 정보를 전해주기는 하지만 "혼선"에 미치는 완성도를 갖추지는 못했고요.

그래서 전체 평균 별점은 2.5점입니다. Q.E.D에 집중하는게 더 낫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또 다시 들게 만드네요.

이야기별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언제나처럼 스포일러 가득한 점 참고하세요.

"등불"

영국인 베리 로웰 박사는 이란에서 중요한 화석을 발굴했지만, 이란 정부는 화석의 반출을 금지했다. 그러나 금고에 보관해 놓은 화석이 사라지는데... 

화석 도난 사건을 메인으로 호모 사피엔스, 네안네르탈인, 데니소바인의 멸종과 교배, 생존에 대한 이론이 곁가지로 진행됩니다. 

사건의 범인이 베리 박사라는건 너무 뻔합니다. 그래서 어떻게 훔쳤으며, 어떻게 반출했는지가 핵심인데, 훔치는 트릭은 트릭이라고 부르기 민망한 수준이라 실망스럽습니다. 철제 봉으로 덩쿨 모양으로 만든 금고라서 쉽게 벌릴 수 있었다는게 전부거든요. 설령 그게 가능했더라도, 원래대로 말끔하게 돌아갔을지도 의문이에요.
반출도 유목민들을 통해 육로로 보냈을거다라는 추측이 전부라는데, 설득력이 약하고요. 무엇보다도 애초에 화석의 두개골만 상자에 넣어 금고에 넣은 이유도 설명되지 않습니다. 누가 화석을 전부도 아니고 머리 부분만 대충 떼어서 보관한답니까?

그래도 초기 인류에 대한 박물학적 정보와 더불어 발견된 화석은 무언가를 지키려는 자세였고, 나중에 조사해보니 아이의 화석이 아래 깔려 있었다는 반전, 그 사실을 알게 된 베리 로웰 박사가 연구자로서 더 심도깊은 연구를 위해 훔친 화석을 반납하고 이란으로 돌아갈 것을 결심하는 결말은 괜찮았습니다. 최악은 아닌지라, 별점은 2점입니다.

"혼선"

초등학생 요시히로는 크리스마스 선물로 무전기를 받았다. 그런데 지나가던 신라는 그 무전기가 불법 무전기라는걸 알아챘다. 무전기는 외국산으로 일본 국내와는 다른 주파수가 할당되어 다른 통신을 방해하거나, 개입할 수도 있는 물건이었다. 이후 무전기를 가지고 놀던 요시히로는 우연히 이상한 형과 무전기로 소통하며 친해지지만, 다카오라는 형이 통신을 들켜 위험에 처하자 신라에게 도움을 요청하는데...

무선기의 기술적 특징을 이용해 마약 밀매 일당의 위치를 잡아내는 신라의 활약이 눈부십니다. 우선 혼선이 일어난 곳을 중심으로 파노라마 사진을 찍어 모든 곳에 등장하는 건물을 알아냅니다. 그 뒤 건물에서 일당이 어디 숨었는지는 휴대폰의 전파가 닿지 않지만 무전기는 쓸 수 있는 철로 차단된 큰 공간, 그리고 옥상까지 뚫린 곳이라는 정보를 토대로 '엘리베이터 통로' 안이라는걸 추리해내고요.
물론 일당이 숨은 곳은 경찰도 샅샅이 조사하면 결국은 발견해 냈겠지만, '다카오'가 위기에 처한 상황이라 나름의 시간 제한이 있다는 점에서도 괜찮은 전개였습니다. 

마지막 반전도 기가 막힙니다. 홀로 뒤쪽 주차장에 부상당한채 쓰러져있던 "다카오"를 구해서 병원으로 이송하지만, 그는 요시히로와 무전기로 이야기하던 스트로베리즈라는 팀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는 다카오가 아니라 일당의 두목인 '형님' 이었던 것이지요. 자해를 하여 상처를 낸 뒤 다카오로 가장하여 도주하려 한 것입니다. '형'은 아마 사망했을 거라는 씁쓸한 결말이기도 하고요.

좋은 작품이기는 하나 슬픈 결말은 신라. 그리고 C.M.B와는 어울리지 않아 보입니다. 신라가 별다른 댓가없이 사건을 해결한다는 전개도 마찬가지라 차라리 Q.E.D였다면 더 낫지 않았을까 싶네요. 그래도 수록작 중에는 베스트에요. 별점은 3.5점입니다.

"사시 부적"

양품점에서 기묘한 밀실 살인이 일어났다. 손님없는 개점 전 양품점의 안쪽 오토 록이 걸린 사무실에서 점장 요네다가 칼에 찔린 시체로 발견된 것. 문제는 9시부터 시체가 발견된 10시 사이에는 아무도 사무실에 들어가지 않았으며, 현금도 사라지지 않은 사무실에서 유일하게 사라진건 요네다가 항상 목에 걸고 다녔던 사시 부적 뿐이었다. 신라는 유력한 용의자인 아르바이트생 3명의 증언을 듣고 진범을 추리해낸다. 

Q.E.D에 많이 나오는, 그리고 C.M.B에서도 그에 못지 않게 등장하는 여러 관계자의 증언을 모아 진상을 밝혀낸다는 설정의 작품입니다.

그런데 추리를 떠나서 세 명의 아르바이트 생 중 한 명이 범인이라고 하면, 답이 너무 뻔했습니다. 아와시마는 능력을 인정받아 자신만의 영역 - 디스플레이 - 이 있고 특별히 트러블도 없는 사람, 무기하라는 점장에게 대들며 언제 짤려도 괜찮다는 식으로 일하는 사람, 마메다는 너무 착해서 시키는건 다 하는 사람... 이라면 범인은 과연 누굴까요?
또 아와시마의 증언에 따르면 점장은 9시 30분에 알몸으로 사무실 밖으로 뛰쳐 나갔습니다. 그런데 10시에 사무실 안에서 죽어있던게 발견되었고요. 이 말을 토대로 생각해보면, 9시 30분에 뒷모습만으로 뛰쳐나간 인물은 점장이 아니며 때문에 9시 30분 뒤에 나타난 마메다와 무기하라 모두 알리바이는 없는 셈입니다. 살해한 뒤 점장으로 가장하여 밖으로 뛰쳐나간 뒤, 옷을 갈아입고 돌아오면 되니까요.

그리고 신라의 추리의 핵심은 '범인이 무엇을 하고 싶었냐'입니다. 신라는 아르바이트생들이 범인이라면 하고 싶었던 행동이 무엇인지를 가정하여 누가 진범인지를 밝혀냅니다. 그래서 아와시마가 범인으로 거짓말을 했다면, 시체가 사무실에 있는건 이상하니 그녀는 범인이 아니라며 그녀를 용의자에서 배제하지요. 그런데 그 뒤에는 일직선으로 마메다가 범인이라며 추리를 마무리합니다. 무기하라도 동일한 방법으로 범행을 저지를 수 있는데 왜 설명하지 않는지 의문이에요. 마메다가 한 유일한 실수인 사시 부적이 목걸이라는걸 바로 알아본 걸 가지고 진범이라고 주장하는건 무리지요. 동기도 석연치 않고요.

한마디로 추리적으로도, 이야기적으로 모두 수긍하기 어렵습니다. 별점은 1.5점입니다.

"마도의 서"

마우가 마도서를 찾는 일에 신라의 협조를 요청했다. 그러나 마도서가 있을 것으로 생각되었던 워터 타운리 남작의 성은 1894년에 일어난 화재로 이미 장서는 모두 재가 된 상태였다. 범죄집단의 협박 때문에 마도서를 찾아내야만 하는 마우는 고서점 주인 토머스 북의 도움을 받아 타츠키와 함께 폐허가 된 워터 타운리 성을 찾는다. 마도서는 양피지에 썼을 터라 다 타지 않았을 거라는 희망을 가지고.
창문의 숫자 등을 조사해 폐허 속에서 비밀 장소를 찾아내지만 마도서는 이미 읽을 수 없는 상태. 그러나 신라는 워터의 책은 사본이며, 원본을 베낀 것이라 추리하고 원본을 찾아낸다. 

19세기 후반, 독서인의 생활과 관련된 가구 들을 토대로 책을 찾아내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이런 부분은 C.M.B 특유의 박물학적 지식 공유 취지에 딱 어울리는 이야기라 생각됩니다. 마도서라는 소재도 역시 나쁘지 않았고요. 마도서에 대해 좀 더 심도깊게 풀었더라면, 현학적인 재미 충족도 더 많았을텐데 그건 좀 아쉽네요.

이렇게 마도서를 찾는 이야기도 재미있었지만 워터 타운리 남작의 성에 화재가 난 이유, 그리고 타다 남은 마도서 사본에 '가짜'라는 흔적이 남은 이유에 대한 추리도 인상적입니다. 남작은 홀로 악마를 불러내기 위해 고용인들도 모두 내보냈었는데, 악마를 소환하려다 화재를 일으켰던 것이죠. 불길 속에서 악마를 애타게 찾았지만 악마가 결국 나타나지 않자 마도서에 '가짜'라는 흔적을 남기고 사망했다는 이야기입니다. 꽤 그럴듯하죠?

추리적으로, 박물학적으로 꽤 재미있기는 한데, 문제는 마우가 등장한다는 점입니다. 마우가 등장하는 다른 모든 이야기들과 마찬가지로 지나치게 현실성이 부족하거든요. 게다가 이 이야기에서는 범죄 조직이 암투를 벌이는데다가, 마지막에는 애들 장난 때문에 도망까지 치기 때문에 더 만화적이고 황당하다는 느낌이 강합니다. 

그래서 별점은 2.5점입니다. 마우의 등장 없이 좀 더 묵직하게 전개했더라면 훨씬 좋았을텐데, 여러모로 아쉽습니다.

2014/06/10

CMB 박물관 사건목록 24 - 카토우 모토히로 : 별점 2.5점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목록 24 - 6점
카토우 모토히로 지음/학산문화사(만화)

CMB 박물관 사건목록 23 - 카토우 모토히로 : 별점 2.5점

24권 리뷰입니다. 최신권이라 생각했는데... 어느새 25권이 나와있네요.

여튼, 24권에는 4편의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잔잔한 일상계 없이 네편 모두 사람이 죽는 등 심각한 사건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 점은 동시기 발표된 "Q.E.D 45"와 같군요. 작업 당시 작가에게 뭔가 안좋은 일이 있었나 봅니다. 그러고보니 수록작 2편의 "Q.E.D", 3~4편의 "C.M.B"로 목차도 굳어져가는 느낌이네요.

전체 별점은 반올림해서 2.5점. 두편은 괜찮고 두편은 평범했습니다.

상세한 에피소드별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니쇼테이"

"니쇼테이"라는 실존했던 기묘한 건축물을 재현하는 괴짜에 대한 이야기. 진상은 과거 있었던 살인사건의 범인이 누구였는지를 밝히기 위한 의도였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니쇼테이를 재건하는 것이 큰 의미로 다가오지 않아서 본 줄거리와 그렇게 잘 연결된다고 볼 수 없고 내용도 작위적인 부분이 한가득이라 좋은 점수를 주기 어렵네요. 니쇼테이 재건은 단지 "돈을 물쓰듯 쓰는" 행동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이라도 상관없는 것이니 별 관계도 없고, 진범이라는 이모부부가 구태여 그 건축물안에서 여보란듯이 범행을 저지를 이유도 당쵀 없으니까요.
아무래도 니쇼테이라는 건축물에 대해 접한 작가가 기묘한 부분이 좋아 작업을 시작했지만, 이야기를 잘 마무리 짓지 못한 느낌입니다. 이런 점에서는 이상의 독특한 시를 주제로 추리소설을 써야지!"라는 생각까지는 좋았으나 그 결과물은 실제 시와는 유기적으로, 논리적으로 전혀 연결되어 있지 않았던 희대의 졸작 "건축무한육면각체의 비밀"이 떠오릅니다.

그래도 아예 건질게 없는건 아니에요. 니쇼테이는 지금은 사람이 거주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영화 세트"로 허가를 받았다는 것을 추리해내어 곁가지 진상이 드러나는 마지막 장면 하나만큼은 괜찮았고 특유의 박물학적 지식의 전달 측면에서도 니쇼테이라는 건축물을 알게 해 주었다는 점은 좋았으니까요. 관심이 생겨서 자료를 조금 찾아보았는데 확실히 신기하긴 하군요. "신기한 TV 서프라이즈"에 충분히 나올만한 이야기가 아닐까 싶어요. 여튼, 별점은 2점입니다.

"다이아몬드 도둑"

미술관에서 사라진 고가의 다이아몬드를 찾는 이야기. 도둑의 시점으로 진행되는 전개도 깔끔하고 진상도 그럴듯합니다. 마지막에 진범이 새롭게 드러나는 반전도 괜찮았고요.

그러나 신라가 진범을 깨닫게 되는 사소한 범인의 실수가 저는 그렇게 와닿지는 않더군요. 자포자기를 했을 수도 있고 다른 경로로 명확하게 진품이 아니라는 정보를 이미 입수한 상태일 수도 있는데 너무 지레짐작이 심했던 것 같거든요.

그래도 추리적으로는 확실히 깔끔해서 이번 권 수록작 중에서는 최고로 꼽을 만한 에피소드였습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레이스"

아버지와 삼촌의 죽음에 얽힌 진실이 무엇인지?에 대한 이야기로 내용만 놓고보면 추리물로 보기 어려운, 드라마에 가까운 작품입니다. 그런데 드라마가 딱히 재미가 없어요. 막장드라마의 제국 대한민국 국민에게 이 정도야 뭐 장난 수준이니까요. 총을 쏘았던 경비원의 증언만으로 모든 것이 해결된다는 너무나도 쉬운 전개라는 것도 불만이고요, 반전도 나쁘지는 않았지만 딱히 설득력있게 다가오지 않습니다. 한마디로 평균 이하의 졸작입니다. 별점은 1.5점입니다.

"옷장 속의 유령"

C.M.B가 아닌 M.A.U로 제목이 달려있는, '암시장의 마녀' 마우가 주인공인 사건목록 번외편입니다. 마우가 참석한 수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강령회 도중 쇠사슬로 묶인 옷장 안에서 영매가 살해된 시체로 발견된 사건을 해결한다는 이야기지요. 

조작된 랩소리라던가 강령회에서 들려왔던 유령의 목소리, 어떻게 밀실과 같은 옷장 문을 열었는지 등 트릭만큼은 풍성합니다. 대저택, 강령회, 밀실 등의 고전적인 설정과도 잘 맞물려 있어서 고전 본격물을 즐기는 기분이 들 정도로 추리적으로는 괜찮았어요. 구태여 이런 상황에서 살인을 저지를 이유가 전혀 없다는 설정상의 헛점과 랩소리, 빗을 이용한 유령 목소리 등이 실제 가능했을지와 같은 장치 트릭의 문제점까지도 고전적이라 저는 즐겁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왜 마우를 주인공으로 또 스핀오프를 벌려놓느냐는 겁니다. 솔직히 마우라는 캐릭터는 너무 만화적이라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말이지요. 차라리 타츠키를 더욱 잘 활용하면 좋겠습니다. 이래서야 진히로인은 마우라고 해도 할말 없겠어요.
게다가 이 작품에서 마우의 활약은 나쁘지는 않지만 "고전적"이라는 설정에 잘 어울리는 캐릭터는 아니기에 여러모로 아쉽습니다. 토마가 주인공이었으면 훨씬 나았을 거에요. 별점은 3점입니다.

2020/07/31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목록 38 - 카토우 모토히로 : 별점 2점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목록 38 - 4점
카토우 모토히로 지음/학산문화사(만화)

시리즈 38권으로 이번 권은 기존 C.M.B와는 구성이 좀 다르다는게 특징입니다. Q.E.D처럼 조금 긴, 이야기 두 편만 수록되어 있거든요.

하지만 긴 호흡에도 불구하고 두 편 모두 설득력이 부족한 편입니다. 본 편 이야기와는 상관없는 고사, 역사 이야기 비중이 높은 반면, 본 편 쪽은 여러모로 설명도 부족하고 헛점도 많기 때문입니다. 이럴 바에야 언제나처럼 이야기의 양으로 승부하는게 더 낫지 않았을까 싶네요. 두 편 모두 별점은 2점입니다.

수록작별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언제나처럼 스포일러 가득합니다.

"목격증인"

하루미는 여자친구 마미를 칼로 찌른 죄로 4년 징역을 살고 풀려난 뒤, 자신의 무죄를 증명해줄 증인 이시바나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이 정보를 전해준 간다는 마미의 아버지 스미다에 의해 회사가 망했다는 이유로 하루미를 도와 주었다. 하루미는 간다의 지원으로 원양어선을 탄다는 이시바나의 행적을 3년 동안 뒤쫓는데...

이야기 속에서 등장하는 고사인 한단지몽, 그리고 소품으로 등장하는 환등기처럼 '환상'을 소재로 풀어나가는 이야기입니다. '환상'은 "현실적인 기초나 가능성이 없는 헛된 생각이나 공상"이라고 사전에서 풀이되는데, 이야기 속에서 하루미가 찾으려는 이시바나가 바로 환상이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이시바나 우게츠는 존재하지 않는, 환상의 인물이라는게 너무 뻔해서 좀 시시했어요. 이름부터 그렇잖아요. 돌에 핀 꽃, 빗 속의 달이라는 뜻이니까요. 그러나 이보다 더 큰 문제는 하루미가 범행을 저지른 진범인데도 불구하고, 스스로 범행을 저지른 사실을 잊어버린채 있지도 않은 증인을 찾아 나선다는 내용입니다. 하루미가 누군가 (간다)의 꼬임에 넘어가서 자신이 무죄라는걸 '날조할 수 있을' 증인을 찾아나서는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이야기에서처럼 하루미 스스로가 본인이 무죄라고 굳게 믿는다? 이건 말도 안됩니다. 기억상실이라도 걸리지 않는 한에는요. 환상이 그 비밀, 정체를 아는 사람에게도 환상으로 보여질 수는 없잖아요.

그래도 이시바나의 존재를 던져주어 하루미가 3년 동안 허송세월하게 만든 간다가 마미의 아버지 스미다가 변장한 것이라는 진상, 그리고 그 동기만큼은 괜찮았습니다. 하루미가 선고받은 7년 형이 판결에서 4년으로 감형되었기 때문에 모자라는 3년을 더 썩게 만들려는 의도였다는데 꽤 그럴듯했어요. 간다의 이름을 핵심 소재이기도한 고사 '한단지몽'에서 이름을 따 온 아이디어도 좋았고요. 물론 간다의 이름 트릭은 일본인이 아니면 알아차릴 수 없겠지만요.

하지만 이야기의 핵심을 납득할 수 없기에 별점은 2점입니다.

"빛의 거인"

성배나치라는, "인디애나 존스"로 친숙한 소재가 대거 등장합니다.

'아이슬란드'와 게르만 신화의 아버지 스노리라는 소재는 신선한데, 이야기는 어설픕니다. 게르만 신화의 원류가 "에다"의 고향 아이슬란드이기 때문에, 아이슬란드에 성배가 있다!는 추리부터 어설프지요. 설득력도 없고요. 아버지가 보내온 소포 속 물건인 방해석이 아이슬란드에 많이 난다는 단서는 나쁘지 않지만, 아이슬란드가 방해석의 유일한 산지는 아니라서 억지스럽기는 마찬가지에요. 현무암이었다면 무대가 제주도가 되었을까요?
애초에 료타의 아버지가 보낸 소포 암호도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누군가 찾아오기를 바랐다면 그냥 편지를 쓰면 되니까요. 어차피 미행당하고 있어서 위치가 드러나는건 숨길 수 없었기에, 알아채지 못할 수도 있는 암호를 보내는건 의미가 없습니다.
가장 중요한 단서인 "빛의 거인"도 형태는 그럴듯하지만 바로 직전 권 수록작인 "고양이 꼬리"의 자가 복제에 불과해서 아쉬웠고요.

마지막 클라이막스에 등장하는 성배가 있는 장소의 함정도 억지스럽습니다. 시랍화된 사체를 간헐천에 넣으면 폭발한다는걸 이용한 함정이라는 아이디어만큼은 괜찮아요. 그러나 이 함정은 1회성일 수 밖에 없습니다. 한 번 폭발하면 현장은 난장판이 될 테니까요. 그런데 800년 전에 설치한 함정이 그대로 남아있었고, 게다가 잘 동작했다? 토목 공사의 신이라도 불가능했을 일입니다.

그래도 함정 정도는 만화적인 상상력으로 넘어간다고 치면, 건질게 없지는 않습니다. 특히 스노리가 올슨의 병을 낫게 했다는 성배는 버드나무로 만든 잔을 물에 끓인 것으로, 이는 천연 아스피린 성분이었다는 이야기는 마음에 들었어요. 이런 이야기야 말로 C.M.B의 진수라고 할 수 있겠지요. 본 편 이야기와 함께 나란히 진행되는 스노리의 파란만장하면서도 호쾌한 생애도 역시나 C.M.B다운 현학적 재미를 가득 안겨다 주었고요.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점입니다. 아주 나쁘지도 않지만 납득이 가는 이야기도 아니었습니다.

* 한단지몽이란?

당나라 현종(玄宗) 때의 일이다. 도사 여옹은 한단(邯鄲)으로 가는 도중 주막에서 쉬다가 노생이라는 젊은이를 만났다. 그는 산동(山東)에 사는데, 아무리 애를 써봐도 가난을 면치 못하고 산다며 신세한탄을 하고는 졸기 시작했다. 여옹이 보따리 속에서 양쪽으로 구멍이 뚫린 도자기 베개를 꺼내 주자 노생은 그것을 베고 잠이 들었다. 노생이 꿈 속에서 점점 커지는 베개 구멍 속으로 들어가보니, 고래등 같은 집이 있었다. 노생은 최씨 명문가인 그집 딸과 결혼하고 과거에 급제한 뒤 벼슬길에 나아가 순조롭게 승진하여 마침내 재상이 되었다. 그 후 10년간 명재상으로 이름이 높았으나, 어느 날 갑자기 역적으로 몰려 잡혀가게 되었다. 노생은 포박당하며 "내 고향 산동에서 농사나 지으면서 살았으면 이런 억울한 누명은 쓰지 않았을 텐데, 무엇 때문에 벼슬길에 나갔던가. 그 옛날 누더기를 걸치고 한단의 거리를 거닐던 때가 그립구나"라고 말하며 자결하려 했으나, 아내와 아들의 만류로 이루지 못했다. 다행히 사형은 면하고 변방으로 유배되었다가 수년 후 모함이었음이 밝혀져 다시 재상의 자리에 오르게 되었다. 그후 노생은 모두 고관이 된 아들 다섯과 열 명의 손자를 거느리고 행복하게 살다가 80세의 나이로 세상을 마쳤다. 그런데 노생이 기지개를 켜며 깨어 보니 꿈이었다. 옆에는 노옹이 앉아 있었고, 주막집 주인이 메조밥을 짓고 있었는데, 아직 뜸이 들지 않았을 정도의 짧은 동안의 꿈이었다. 노생을 바라보고 있던 여옹은 "인생은 다 그런 것이라네"라고 웃으며 말했다. 노생은 한바탕 꿈으로 온갖 영욕과 부귀와 죽음까지도 다 겪게 해서 부질없는 욕망을 막아준 여옹의 가르침에 머리 숙여 감사하고 한단을 떠났다.

2012/08/13

CMB 박물관 사건목록 18 - 카토우 모토히로 : 별점 2점

CMB 박물관 사건목록 18 - 4점
카토우 모토히로 지음/학산문화사(만화)

"C.M.B"도 이제 20권을 향해 달리네요. 18권에는 모두 세 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용봉"이라는 큰 스케일의 국제 문제(?)를 다룬 에피소드와 소소한 일상계 두 편으로 구성되어 있죠.

그러나 추리적으로 눈여겨볼 만한 부분이 별로 없고, 여주인공 타츠키의 활약이 없다는 것, "C.M.B"의 가장 큰 장점이라 할 수 있는 "박물학적 지식"을 제공하는 맛이 부족했다는 점 등 단점이 더 눈에 많이 뜨이네요. 전체 별점은 2점입니다. 다음 권에서는 신라가 토마와 진검 승부를 펼치는 모양인데 만회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아울러 점점 이야기가 진행되어 가면 갈수록 "박물관"이라는 소재가 들러리로 전락하는 느낌인데, 박물학적 지식에 더 충실하지 않으면 결국 "Q.E.D"와 다를 게 없는 자가 복제작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도 명심해주었으면 합니다.

수록작별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용봉"

홍콩 흑사회 암흑가 두목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신라가 사건의 핵심인 다잉 메시지를 풀어낸다는 내용.

"용봉"이라는 쌍둥이의 존재와 중국의 한 자녀 갖기 운동을 트릭에 엮어나간 과정은 좋으나, 애초부터 범인이 쌍둥이라는 것을 숨긴 이유가 설명되지 않는 등 허점투성이입니다. 다이잉 메시지도 이름을 말하면 될 것을 굳이 "쌍둥이" 어쩌고 하는 것도 이해하기 어려웠고요. 이래서야 트릭을 위한 트릭일 뿐이죠.

스케일만 클 뿐 알맹이는 없기에 별점은 1.5점입니다.

"A열차로 가자"

새로 전학 온 학생이 자기를 둘러싼 이상한 분위기, 일종의 이지메를 눈치챈 뒤 신라에게 해결을 부탁한다는 일상계. 전학생의 뒤죽박죽 기억이 "사고를 위장한 살인"으로 보이는 사건과 뒤섞여 있어서, 뭔가 심각한 문제가 뒤에 감추어진 게 아닌가 하는 식으로 전개되다가 모든 것은 친구들의 "배려"일 뿐이었다는 결말의 작품입니다.

"기억상실 치료"라는 진상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비약이 너무 심해요. 차라리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게 치료에는 더 낫지 않았을까요? 이래서야 머리를 다시 한 대 세게 때리면 기억이 돌아올지도 모른다는 슬랩스틱 코미디와 별 차이가 없어 보였습니다.

그래도 아이디어는 참신했고, 나름 분위기를 끌고 가는 전개도 괜찮았기에 별점은 2.5점입니다.

"유리박물관"

유리제품 수집가의 개인 박물관에서 벌어진 제품 파손 사고를 다룬 일상계 작품 (걸려 있는 돈이 커 보이니 일상계로 보기에는 어려울 수도 있겠네요.)

그런데 등장하는 장치 트릭은 현실성이 없어 보였습니다. 일반인이 접시를 쓰러질 때까지 돌릴 수 있는 한계는 과연 몇 분일까요? 저는 2~3분을 넘기기 어렵다고 봅니다. 내용에서처럼 알리바이를 만들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에요. 또 나중에 원래의 그릇을 몰래 가지고 빠져나가려고 한다는 안이한 설정도 불만스럽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안에서 깨는 것은 가능해도 , 가지고 나가는게 훨씬 힘든건 당연하잖아요?

특유의 일상계 분위기는 잘 살아있지만, 추리적인 허점이 많아서 높은 점수를 주기는 힘드네요. 별점은 2점입니다.

2011/11/01

CMB 박물관 사건목록 15 / 16 / 17 - 카토우 모토히로 : 별점 2점에서 1.5점

CMB 박물관 사건목록 15 - 4점
카토우 모토히로 지음/학산문화사(만화)
CMB 박물관 사건목록 16 - 4점
카토우 모토히로 지음/학산문화사(만화)
CMB 박물관 사건목록 17 - 4점
카토우 모토히로 지음/학산문화사(만화)

오랫만에 그동안 읽지 못했던 후속권을 몰아 읽었습니다. 세 권이나 더 나왔다니!

그런데... 추리적으로는 건질 게 단 한 편도 없다는 놀라운 사실에 직면했습니다. 각 권당 4편씩 이야기가 들어가 있어 내용은 풍성한데, 오로지 신라의 캐릭터와 다양한 박물학적 지식, 유물들에만 의지하고 있거든요. 가뭄에 콩 나듯 있는 비교적 괜찮은 설정이나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에피소드들도 작가가 전개하는데 실패했거나, 무리하게 박물학적인 설정을 녹여내려다 실패한 것만 눈에 뜨일 뿐입니다.

좋아하는 작품이고 시리즈인데 난감합니다. 이래서야 왜 "Q.E.D"하고 구분해서 전개하는지도 모르겠어요.

결론적으로 15, 16권은 별점 2점, 17권은 별점 1.5점입니다. 추리물로 접근하는 게 무리라면, 설정을 잘 살려 "갤러리 페이크"처럼 박물학적 지식 쪽에 보다 초점을 맞추는 게 낫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래서야 이도 저도 아닌 애매한, 돈만 아까운 결과물에 지나지 않으니까요.

그래도 그나마... 괜찮았던 에피소드를 꼽아보자면 아래와 같습니다.

15권

"낚시"는 신라가 학교 친구들과 낚시를 갔다가 우연찮게 마약 밀매 사건을 목격한 뒤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추리적으로는 억지가 심하고 어차피 경찰 수사로 밝혀졌으리라 생각되는 점이 많아 건질 건 없지만, 나름 코믹한 전개가 인상적이라 꼽아봅니다. 신라가 사건 해결을 위해 '경이의 방으로 안내'할 때 억지를 부리지 않고 상식적인 선에서 타협한다는 것도 인상적이었고요.

퀼트 한 조각을 가지고 옛 친구의 마지막 메시지를 풀어낸다는 "퀼트"도 괜찮았습니다. 솔직히 과정의 설득력은 거의 없어서 추리물로 보기 힘들고 잘 짜여졌다고 말할 수도 없지만, 마지막 장면 하나만큼은 멋있었거든요. 신라가 조금은 어른이 되었다고 할 수 있겠죠.

16권

"나스카의 지상화"는 고의성 없는 상황을 이용하는 트릭이 괜찮았습니다. 동기 부분에서 설명이 부족해서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것은 감점 요소지만, (과연 말 한마디로 살의를 느낄 수 있었을까요?) 추리적으로는 그런대로 점수를 줄 만합니다.

"레야크"에서 볼만한 것은 지역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전설을 전개에 결합하여 별볼일 없는 사건을 흥미진진하게 만드는 작가의 솜씨입니다. 물론 사건 자체가 뻔해서 별다른 추리의 과정이 없다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지만요.

17권

17권은 정말로 4편의 단편 모두가 함량 미달이라 꼽기가 힘듭니다만, 아주아주 평범한 일상계물로, 시골 노인의 장난으로 인해 신라와 타츠키 일행이 겪는 재난을 다룬 "카쿠레자토"가 그나마 괜찮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 외의 단편들은 단순한 오해와 억지에 불과한 내용들이라 다 별로였습니다.

2006/12/25

CMB 박물관 사건목록 1,2 - 카토우 모토히로

CMB 박물관 사건목록 2
카토우 모토히로 지음/학산문화사(만화)

제 블로그에 오시는 분들은 아마 잘 아시겠지만 저는 "추리" 애호가입니다. 차마 매니아라는 표현을 붙이기는 좀 뭐하지만요. 그래서 추리 관련 컨텐츠는 손에 닿는대로 접하려 노력하고 있고, 그 중 하나가 바로 만화입니다. 일본에서 특히 추리물이 강세인 탓에 추리 만화 역시 많은 편이라 모든 작품을 접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지만 그래도 노력하고 있죠. 그런데 다른 추리만화인 QED로 이쪽 바닥(?)에서는 나름의 입지를 굳히고 있는 작가 카토우 모토히로의 신작이 나왔다기에, 작가의 다른 작품인 로켓맨도 재미있게 보았기에 별다른 고민없이 구입하여 읽게 된 작품이 바로 이 CMB입니다.

그런데 설정은 사실 작가의 전작과 큰 차이가 없습니다. 특히 천재 소년과 근육 소녀라는 커플은 QED와 한치의 오차가 없어서 왜 구태여 다른 시리즈를 시작했을까 하는 의문이 생깁니다. 그다지 중요하지도 않은 듯한 박물관이라는 설정과 CMB라는 단어도 수수께끼였고요.

물론 읽다보니 작가의 심정이 이해가 되긴 하더군요. 수학과 컴퓨터쪽에 전문가로 설정한 QED의 토마 소라는 캐릭터는 너무 추리적 성향이 한쪽으로 치우쳐져 있는 것이 사실이었거든요. 외려 요새는 시리즈가 진행되면 될 수록 너무 수학적인 부분에 포커스를 맞추어 억지스러워지는 부분도 컸기에 작가가 자료조사나 자신의 관심분야를 조금 다른 곳으로 돌리고 싶어했으리라고 쉽게 상상이 갑니다. 때문에 스스로 QED의 약점을 보완하고자 진정한 천재이자 만물박사를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작품과 트릭의 범위를 한정짓지 않으려는 시도를 한 것이겠죠. 거기에 더해 토마의 냉정한 성격, 그야말로 천재형 명탐정의 일면을 보는 듯한 캐릭터를 뒤바꿔서 정신연령 자체는 초등학생 수준으로 낮춰서 작품의 대상 연령마저 같이 낮추기 위한 목적으로 이 작품의 주인공 사카키 신라가 탄생한 것이라 생각됩니다.

그러나 QED의 팬으로서 조금 정신연령이 낮고 막 사는 듯한 인상을 주는 로키나 IT재벌 알렌 브레이드를 주인공으로 등장시킨 스핀오프 시리즈가 더 좋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위에서 말한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 그리고 보다 저 연령층을 노리고 손을 댄 새로운 시리즈임에는 분명하지만 너무 설정과 전개가 QED의 판박이라 단지 아동향으로 수준만 조금 낮춘듯한 인상만 주거든요. 2권에서 QED의 히로인 가나의 아버지가 스쳐 지나가는 모습에서 두 작품이 같은 공간을 공유한다고 볼 때 외려 불필요한 외전격 시리즈가 아니었나 보여지네요.

하지만 다행히도 추리적인 부분이나 이야기의 얼개는 기대에 걸맞는 수준입니다. 추리 애호가로서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재미있는 작품임에는 분명해요. QED와 마찬가지로 살인같은 범죄가 꼭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것이 아닌, 조금 가벼운 경범죄도 이야기의 소재로 끌어들이는 전개도 좋았고요. 약간 트릭이 문제가 있는 편도 있지만 크게 이야기에 영향을 미치는 수준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역시 박물관이라는 공간이 그다지 사건이나 트릭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점은 2권에 걸쳐 해결되지 못하는 것은 아쉽더군요. 매력적인 공간이라 잘만 이용하면 요긴하게 써먹을 수 있었을텐데 단지 "설정"으로 끝나는 느낌이 강합니다.

한마디로, 결론 내리자면 절반의 성공만 거두는 듯 합니다. 외려 QED에 집중해 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보다 간절하네요. 이 작품에 쓰인 대부분의 트릭이 QED에서 이루어져도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이기에 더욱 그러합니다. 아무래도 사카키 신라보다는 토마 소 쪽이 보다 제 취향인 것 같네요. 뭐 20여권 넘으며 쌓인 정도 있으니까...

2010/05/17

CMB 박물관 사건목록 12 - 카토우 모토히로 : 별점 3점

CMB 박물관 사건목록 12 - 6점
카토우 모토히로 지음/학산문화사(만화)

일전에 13권을 리뷰했는데 알고보니 12권을 읽지 않았더군요. 마침 형이 12권을 구입했길래, 바로 빌려서 읽어 보았습니다. "봉니", "노파와 원숭이", "창의 유령"이 실려있네요.

뒷북이긴 하지만 한편씩 자세하게 소개해본다면,
"봉니"
메소포타미아의 진흙봉인을 둘러싼 짤막한 이야기.CMB특유의 박물학적 지식을 풀어놓는, 학습만화에 가까운 단편입니다. 진흙 봉인을 푸는 트릭이 핵심인데 썩 대단해 보이지 않았고, 신라의 양아버지 중 한명인 레이라는 인물이 등장하지만 이야기에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않는 등 이야기의 밀도도 그냥저냥한, 평작 수준의 이야기였어요. 별점은 2.5점입니다.

"노파와 원숭이"
밀실 트릭을 전면에 내세운 고전적인 스타일의 정통 추리물. 동기가 있는 인물들의 연이은 등장! 너무나도 완벽한 밀실에서 발견된 독살된 시체! 라는 전개 방법 자체가 아주 고전적이지요. 특히 독자에게 단서를 아주 공정하게 제공하고 있다는게 가장 마음에 들었습니다. 전 이런게 너무 좋아요!
범행이 우연(?)에 의한 결과물이었다는 약점은 있지만 트릭도 깔끔해서 높이 평가할 만 합니다. 별점은 4점!

"창의 유령"
홍콩을 무대로 펼쳐지는 약간 오컬트적인 느낌의 작품. 이야기가 억지스러운 부분이 많아서 아쉬웠습니다. 신라 일행이 사건에 엮이게 되는 이유에서부터 유령을 끌어들여 전개하는 이야기와 동기 등 모든 부분이 억지스러웠던 탓입니다. 살인이지만 자살로 위장하는 장치 트릭의 설득력도 부족해보였고요. 전체적인 완성도가 높은 편은 아니기에 별점은 2.5점입니다.

결론적으로 3작품 평균 별점은 3점 되겠습니다. "노파와 원숭이" 한편 만으로도 책의 가치가 확~ 올라가버리네요. 이 정도 수준의 단편이 꾸준히 발표된다는 점 하나만으로도 CMB는 제 생각보다도 연재가 오래갈 것 같기도 합니다.

2015/04/13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목록 27 - 카토우 모토히로 : 별점 2점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목록 27 - 4점
카토우 모토히로 지음/학산문화사(만화)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목록 26 - 카토우 모토히로 : 별점 2.5점

"아즈테카의 나이프"

컬렉션을 정리하여 자선활동 기금을 마련하려던 자산가가 살해당한 사건이 등장합니다. 유산 때문에 자선기금을 반대한 사업가의 후처가 범인인 것처럼 묘사되지만, 한없이 착해보였던 전처가 범인이라는 의외의 진상이 돋보였어요. 암요, 자기 자식을 위해서 나선 어머니가 가장 강한 법이기는 하겠죠.

하지만 나이프를 쳐다보는 자세에서 이어지는 살해방법이 트릭의 핵심인데 과연 그만큼 잘 되었을까?라는 의문이 듭니다. 녹음기 등을 이용한 범인의 공작 역시 유치하기 짝이 없어서 당황스러울 정도였어요. 경찰이 이 정도의 공작을 파악하지도 못한게 제일 큰 문제고요.

때문에, 추리적으로는 별볼일 없어서 별점은 2점입니다.

"폭파예고"

세계적 가전 메이커인 블루블루사 60주년 기념 전시회장이 폭파 예고를 받는다는 이야기로, 미국에 상장되었다는 블루블루사의 주식 특성을 이용한 범죄라는 점에서는 나름 기발했습니다. 거대한 공룡이 어떻게 걸었을까?라는 것에 대한 답을 전해주는 C.M.B 특유의 박물학적인 전개도 괜찮았고요.

그러나 이 에피소드 역시 진상은 경찰 조사를 통해 충분히 밝힐 수 있는 수준이라 생각됩니다. 공룡 화석 이야기도 내용과 잘 맞아 떨어진 것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그냥 저냥한 범작으로, 결론적으로 별점은 2.5점입니다.

"행운"

잘나가는 게임회사 사장이 경리부장을 살해했다는 누명을 쓴다는 내용으로, 그가 얼마나 속물이며 자기만 아는 인물인지를 알려주다가, 결말에서 그가 혹독하게 대했던 지인들의 실제 마음가짐을 알려주는 반전은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트릭이 너무나 별로라는겁니다. 닫힌 문 뒤에 살짝 숨어 있다는, 숨바꼭질 수준의 트릭인 탓입니다. 이런 정도의 범행도 밝혀내지 못한다니 대체 경찰은 뭐 하는지 모르겠어요. 이 정도면 무능력이 아니라 거의 직무 유기가 아닌가 싶을 정도인데 말이지요.

인간 드라마로서는 제법 볼만했지만 추리적으로는 너무나 별로이기 때문에 별점은 2점입니다.

이러한 수록작들의 전체 평균 별점은 약 2점입니다. 재미가 없지는 않은데 추리적으로는 영 기대 이하였습니다. 특히 이번 권에서는 경찰의 무능함이 너무 두드러졌네요. 특유의 박물학적인 정보가 딱히 제공되지 않는 것도 아쉬운 점이었고요. 이전 권 리뷰에서는 추리는 그냥저냥이었지만 박물학적인 정보 제공은 그래도 괜찮았었는데 말이죠.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는 없겠지만 한 마리라도 제대로 잡아주면 좋겠습니다. 다음 권에서의 분발을 기대해봅니다.

2020/05/05

C.M.B. 박물관 사건목록(씨엠비) 36 - 카토우 모토히로 : 별점 3.5점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목록 36 - 8점
카토우 모토히로 지음/학산문화사(만화)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산의 의사" 

티벳 불교 색채가 진하게 남아있는 인도 라다크 지방에 방문한 신라는, 전통 의료인 '아무치' 얀단의 부탁으로 보물 찾기에 나섰다. 서양 의학도 배우고 싶어하는 얀단을 돕기 위해 스승 챤단이 귀한 약재를 팔아 학비를 대 주기로 했지만, 급작스러운 사고로 죽은 탓에 약재가 어디에 있는지 찾아야 했기 때문이었다.

C.M.B 스러운 현학적인 즐거움이 가득했던 작품입니다. 등장인물의 직업인 티벳 전통 의료인과 이야기의 무대인 히말라야 산, 보물을 노리는 마을 사람들을 현혹하는 속임수로 쓰이는 산 산호 등에 대해서도 특유의 만화적이면서도 친절한 설명으로 쉽게 전해주는 덕분입니다. 특히 티벳 불교에 대한 여러가지 정보가 많은데, 만다라와 전통 사원의 스투파, 챠크라와 같은 해당 정보가 보물을 감춘 장소와 연결된다는 점이 아주 돋보어요. 만다라와 사원 바닥의 챠크라라는 단서를 눈치챈 뒤, 챠크라는 '문을 밖으로 여는 것' 인데 사원의 문은 안으로 밀어 열기 때문에, 밖으로 밀면 숨겨진 장소가 나온다는 추리가 꽤 그럴듯했거든요. 사원의 문을 밖으로 미는 장면은 가슴이 두근거릴만큼 멋졌고요.

딱히 범죄라는게 등장하지도 않고, 보물이 숨겨진 장소에 대해 여러가지 알아낼 방법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 일단 벽이 비 정상적으로 두껍잖아요? - 추리보다 지식 전달 측면에서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싶지만, 완성도는 충분합니다. 별점은 3.5점입니다.

"루바이야트 이야기"

오마르 하이얌의 4행 시집인 '루바이야트'를 둘러싼 살인극을 다룬 작품입니다. C.M.B로는 이례적으로 2화 분량을 사용해가며 조금 긴 호흡으로 그려내고 있습니다. 11세기 사마르칸트에서의 이스마일파 하산과 그의 친구 오마르의 이야기와, 현대에서 벌어진 살인과 루바이야트를 둘러싼 음모를 모두 다루기에는 어느 정도의 분량이 필요했기 때문이지요.

핵심 소재인 '루바이야트'라는 시집의 존재에 대한 정보는 기대에 값합니다. 상세할 뿐 아니라, 그 유래와 현재까지도 알기 쉽게 설명해 주고 있으니까요. 이를 이스마일파의 하산, 아사신, '산의 노인'과 연결시키는 과감한 아이디어 역시 돋보였고요. 

추리적으로도 나쁘지 않습니다. 트릭이 꽤 괜찮은 덕분입니다. 첫 번째 밀실 트릭, 즉 완벽하게 잠겨진 공간에서 칼에 찔려 살해된 상황은 '창'을 이용한 것인데 꽤 현실적이라 설득력이 높습니다. 높은 탑에서 사람을 밀어서 추락사시킨 트릭은, 탑 아래에서 발판이 되는 판자를 들어 올린 것으로 이 역시 그럴듯했어요. 사람이 민 것처럼 꾸미기 위해 윗 옷에 손자욱을 남겨 따로 유기한 작전도 나쁘지 않았고요. 사소한 말 실수가 범인을 드러내는 결정적 단서가 된다는 이야기는 다른 에피소드들에서도 많이 등장했었죠. 그러나 다른 에피소드의 경우, 억지스러운 말 실수도 많았는데 이 작품에서는 합리적입니다. 범인의 말 실수는 가짜 루바이야트를 담고 있던 물건을 가방도 아니고, 상자도 아닌 일본식 '보자기'로 표현했던 것인데, 이는 물건을 담아 온 피해자가 일본인이었던 덕분으로 서양인은 알기 어려운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첫 번째 사건 현장의 나이프가 흉기가 아니라는걸 경찰이 눈치채지 못했다는건 아무리 이국 경찰의 부실 수사로 치부하더라도 문제가 있는건 사실입니다. "미스터리 민속 탐정 야쿠모"에서 더 멋진 방법으로 같은 트릭이 사용되기도 했지요.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두 번째 트릭이 사용된 사건입니다. 트릭을 이용해 '사고 현장인 탑에 올라간 사람은 없다'는 상황을 만드는게 범인에게 딱히 도움이 되는게 없거든요. 추락사한 플럼과 범인 로즈의 대립이 살짝 있기는 했지만, 로즈의 목적인 루바이야트 발굴은 이미 시작된거나 다름 없으니 그녀가 이런 범행을 저지를 이유도 없어요. 차라리 트릭을 사용하지 않고 '자살'로 꾸몄다면 억지스러워도 말은 되는데, 가공의 범인을 꾸며낼 이유 역시 없습니다. 첫 번째 사건에서 밀실이 된 건 범인의 의도가 아니라 피해자가 들고있던 나이프가 흉기로 오해된 까닭으로, 여기에 맛들인 범인이 불필요한 단서를 추가했다는게 이유라고 설명되는데, 사고사나 자살을 구태여 살인으로 위장할 필요는? 당연히 없습니다.

즉, 트릭은 좋았지만 실제 범행에 사용될 당위성을 설명하는데 실패한 셈입니다. 트릭이 아깝네요. 제 별점은 2.5점입니다.

"카스미장 사건"

경시청 형사 타나바다는 부랑자로부터 '카스미장'이라는 아파트 관리인이 최근 보이지 않는다는 정보를 들었다. 조사를 나선 그녀와 동료는 관리인의 아들을 만났고, 들어간 카스미 장에서 혈흔 등의 범죄 흔적을 발견했다. 그리고 아들은 카스미 장의 위치가 좋다는 이유로 수상한 부동산 업자가 아파트를 팔 것을 강요했다고 말했고, 부동산 회사에서는 무언가를 파묻은 도구를 보게 되었다. 이를 사건화하기 위해 사체를 찾아내야 하는 타나바다는 부동산 회사에서 가져온 흙을 신라에게 전달하여 사체 은닉 장소를 알아내려 하는데...

이전 작품에서 등장했던 신참 형사 타나바다가 등장하는 사기극입니다. 카스미장 아파트 관리인은 자기 발로 사라진 것이며, 아들은 아들을 자칭한 사기꾼으로 사체 발견 뒤 경찰에 의해 아들임이 공인되어 당당하게 아파트를 매매하려 했다는 진상은 감탄사가 절로 나올 정도로 좋았습니다.
그리고 타나바다 등이 발견한 관리인의 사체 일부는 사기꾼의 아버지 손목이었습니다. 사기꾼이 진작에 자연사하여 매장되었던 자신의 아버지 사체의 손목만 관리인의 시체처럼 위장하여 암매장한거죠. DNA 검사를 통해 사기꾼 자신이 시신의 혈육으로 당당하게 인정받기 위함으로, 이를 위해 카스미 장과 꾸며낸 가짜 부동산 회사 등에 여러가지 조작한 단서를 남겨 놓은 것이었습니다. 타나바다 등은 이에 홀랑 속아 넘어갔고요.

또 조작에 말려들어 사기꾼의 계획대로 행동하던 타나바다가, 마지막에 '형사의 감'은 무엇이 진짜인지 의심해 봐야 한다는 선배 형사의 충고를 토대로 진상을 풀어낸다는 결말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형사의 감'이 대관절 무엇인지?에 대해 조금이나마 해답이 되지 않았나 싶기도 합니다. 본인 스스로 정답이라고 생각할 때까지 생각해 본 결과로, 단순한 '감'은 아닌 것이죠.

그러나 이야기를 무리하게 C.M.B 스럽게 만들기 위한 억지는 조금 거슬렸습니다. 대표적인게 부동산에 약간의 흙더미를 남겨 놓은 걸로 경찰이 사체(로 위장한 손목) 를 찾게 한다는 조작입니다. 이 흙더미에서 신라가 특정 지역에서만 서식하는 곤충을 발견하여 암매장한 장소를 알아낸다는건데 아무리 생각해도 말이 안되요. 우리나라로 따지면 "강원도 산간 일대에 서식하는 곤충이다" 정도의 정보로 달랑 형사 2 명이 암매장한 손목을 발견한다? 현실적이지 않습니다. 보다 많은, 다른 정보가 필요했어요. 예를 들면 부동산 회사 차량이 어느 국도를 이용했다던가 하는 식으로 말이지요.

본 편 이야기는 좋았는데, 무리한 시리즈화로 오히려 감점 요인이 생겼다는 점에서 무척 안타까왔던 작품입니다. 별점은 3.5점입니다. 차라리 신라가 등장하지 않고 우직한 경찰의 수사로 암매장 장소를 발견했다고 하면 별점 4점 이상은 충분했을겁니다.

그래도 3편 모두 평균한 별점은 3.5점. 간만에 재미와 정보 제공, 추리 요소 모두 만족스러웠습니다. 다음 권에서도 이 분위기 쭉 이어가 주었으면 합니다.

2021/05/16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목록 42 - 카토우 모토히로 / 학산문화사 : 별점 2점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목록 42 - 4점
카토우 모토히로 지음/학산문화사(만화)

카토우 모토히로QED 스핀오프CMB 42권입니다. 스핀오프가 42권이나 나오다니, 주객이 전도된 느낌도 나는군요.

이번 권에는 총 3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는데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전혀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특히 "월하미인"과 "재규어의 숲"은 건질게 없는 망작이었습니다. "시체가 없어!"가 그나마 괜찮았고요. 그런데 앞서 두 작품이 너무 형편없어서 반대급부로 점수를 더 얻은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전체 평균한 별점은 1.8점... 2점인데, 여러모로 딱히 권해드릴만한 이야기는 아닙니다.

수록작별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언제나첨 스포일러 가득합니다.

"월하미인" 

연기자 지망생 야마자키 칸타는 고등학교 동창 후지 하루카와 동창회에서 재회하여 관계를 진전시켜 나갔다. 그러나 후지는 번창하던 빵집을 접고 귀향을 결심했다. 어머니 병간호 때문이었다.

추리물은 아닙니다. 누군가에게 조언하는걸 쉽게 생각하지 말라는 인생 교훈이 담겨있는 드라마입니다. 

그러나 드라마가 별로 인상적이지 않아서 기대에 전혀 미치지 못했습니다. 다만 교훈 자체만큼은 와 닿기에 약간의 점수를 더하여 별점은 1.5점입니다.

"재규어의 숲" 

남아메리카의 대농장의 딸 아나는 숙부 알렉스와 재규어 관찰 중 시체를 발견했다. 정황 상 피해자 리카르도는 마약 조직에 의해 살해된 걸로 추정되었는데, 경찰 수사로 리카르도가 5일 전, 지역 사면 라라로부터 죽음의 예언을 받았다는게 드러났다. 

라라를 찾아간 알렉스에게, 라라는 아나의 아버지인 농장주 마테우스 산토스에게 죽음이 다가왔다는 예언을 하고, 결국 마테우스는 리카르도가 같은 위치에서 시체로 발견되었다. 마침 재규어 관찰을 위해 산토스 농장에 방문했던 신라와 타츠키는 아나와 동행했다가, 누군가로부터 습격을 받는데...

무려 2회를 할당해서 전개한, CMB치고는 비교적 긴 호흡의 이야기지만 건질게 없네요. 특히 추리적으로 그러합니다. 우선 리카르도가 죽은 이유는 마약 조직에 의한 것이니 수수께끼고 뭐고 없습니다. 마테우스 사건에서 마테우스가 죽을 때까지 숨기고 있었던 비밀은 무엇인지?와 마테우스 산토스가 왜 살해되었는지?와 두 가지 수수께끼가 불거질 뿐입니다. 

이 중 첫 번째는 마테우스 산토스가 마약조직의 보스였다는게 진상인데 너무 뻔했습니다. 전개 과정에서 누구나 쉽게 예상할 수 있을 정도로요. 두 번째 진상은 마약조직 보스로서 운송을 방해하는 사람을 모두 죽이라는 명령을 내렸었는데, 농장주로서 사건 현장을 얼쩡거리다가 보스의 얼굴을 모르는 부하에게 살해되었다는 것으로 허술할 뿐더러 "브라운 신부의 옛날 이야기"가 떠오르는 진부한 이야기였습니다. 재규어 관련 이야기는 억지로 삽입된 느낌이 강해서 역시나 좋은 점수를 주기는 힘들고요.

이 작품에서 점수를 줄 만한건 앞서 말씀드렸던 아나의 추리 정도? 그리고 약간의 잡다한 지식에 불과합니다. 별점은 1.5점입니다.

"시체가 없어!" 

경제학자이자 인력파견회사 회장인 우메나카의 집에서 피투성이의 남자가 손에 식칼을 든 채 나오다가 체포되었다. 40분 전 남자가 침입하고 그 10분 뒤 현관으로 나왔다는게 밝혀졌고, 곧바로 경찰은 수색 영장을 가지고 우메나카의 집을 수색했다. 피투성이의 남자 베트남인 닷트는 연인 마이가 실종된 뒤, 인력파견회사 책임자 다카마츠와 트러블을 일으켰었던 동기가 있었기에, 우메나카 집에 다카마츠의 시체가 숨겨져 있으리라고 생각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시체는 발견되지 않는데...

추리적으로 점수를 줄 만한 유일한 수록작입니다. 특히 동기 측면에서 아주 그럴듯했습니다. 닷트는 일부러 경찰이 출동해서 우메나카 자택을 수사할 수 밖에 없도록 자기 피를 뿌려가며 사건을 키운 것이었습니다. 정제계 실력자인 우메나카에 대해 고발해봤자, 외국인 말을 듣고 제대로 수사가 이루어지지 않을거라고 생각한거지요. 그럴듯하죠?

그러나 우메나카, 다카마츠가 여성들을 감금하고 있던 방을 경찰이 찾아내지 못한건 억지스러웠어요. 아래와 같이 지하 와인 저장고 문을 열면 방문이 숨겨진다는, 일종의 사각이라는건 꽤 괜찮은 발상이자 트릭인건 맞습니다. 하지만 너무 허술해요. 들어온 사람 중 한 명이라도 먼저 나간다던가, 평면도만 확인해도 바로 알 수 있으니까요. 이를 발견하지 못한건 경찰의 부실 수사로 밖에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다카마츠에게 전화를 걸어서, 우메나카 집 안에 휴대전화가 있다는걸 드러내는 것도 억지입니다. 현대인이 휴대전화를 챙기지 않고 몸을 숨긴다는건 상상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이 정도면 그나마 읽을만한 작품입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