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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20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목록 32 - 카토우 모토히로 : 별점 2.5점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목록 32 - 6점
카토우 모토히로 지음/학산문화사(만화)

카토우 모토히로의 시리즈 만화. 엊그제 리뷰를 올렸던 31권에 이은 감상글입니다.
4편의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는데, 이 중 <<혼선>>은 굉장한 수작입니다! 그러나 상세 리뷰에서도 언급하겠지만 <<혼선>>은 C.M.B 보다는 Q.E.D에 훨씬 어울리는 이야기이기는 했어요. 신라의 매력도, 타츠키의 존재감도 너무 흐릿합니다. 다른 이야기들은 C.M.B 다운, 박물학적 정보를 전해주기는 하지만 <<혼선>>에 미치는 완성도를 갖추지는 못했고요.

그래서 전체 평균 별점은 2.5점. Q.E.D에 집중하는게 더 낫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또 다시 들게 만드네요. 이야기별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언제나처럼 스포일러 가득한 점 참고하세요.

<<등불>>
영국인 베리 로웰 박사는 이란에서 발굴 중 중요한 화석을 발견하지만 이란 정부는 화석의 반출을 금지한다. 그러나 금고에 보관해 놓은 화석이 사라지는데...
화석 도난 사건을 메인으로 호모 사피엔스, 네안네르탈인, 데니소바인의 멸종과 교배, 생존에 대한 이론을 곁가지로 깔아 진행되는 작품.
범인이 베리 박사라는건 너무 뻔합니다. 그래서 어떻게 훔쳤으며, 어떻게 반출했는지가 핵심인데, 훔치는 트릭은 트릭이라고 부르기 민망한 수준이라 실망스럽습니다. 철제 봉으로 덩쿨 모양으로 만든 금고라서 쉽게 벌릴 수 있었다는게 전부거든요. 설령 그게 가능했더라도, 원래대로 말끔하게 돌아갔을지도 의문이에요. 반출도 유목민들을 통해 육로로 보냈을거다라는 추측이 전부라는데, 설득력이 약하고요. 무엇보다도 애초에 화석의 두개골만 상자에 넣어 금고에 넣은 이유도 설명되지 않습니다. 누가 화석을 전부도 아니고 머리 부분만 대충 떼어서 보관한답니까?
그래도 초기 인류에 대한 박물학적 정보와 더불어 발견된 화석은 무언가를 지키려는 자세였고, 나중에 조사해보니 아이의 화석이 아래 깔려 있었다는 반전, 그 사실을 알게 된 베리 로웰 박사가 연구자로서 더 심도깊은 연구를 위해 훔친 화석을 반납하고 이란으로 돌아갈 것을 결심하는 결말은 괜찮았습니다. 최악은 아닌지라, 별점은 2점입니다.

<<혼선>>
초등학생 요시히로는 크리스마스 선물로 무전기를 받는다. 그런데 지나가던 신라는 그 무전기가 불법 무전기라는걸 알아낸다. 외국산으로 일본 국내와는 다른 주파수가 할당되어 다른 통신을 방해하거나, 개입할 수도 있는 물건이었던 것.
이후 무전기를 가지고 놀던 요시히로는 우연히 이상한 형과 무전기로 소통하며 친해지지만, 다카오라는 형이 통신을 들켜 위험에 처하자 신라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무선기의 기술적 특징을 이용해 마약 밀매 일당의 위치를 잡아내는 신라의 활약이 눈부십니다. 우선 혼선이 일어난 곳을 중심으로 파노라마 사진을 찍어 모든 곳에 등장하는 건물을 알아내죠. 그 뒤 건물에서 일당이 어디 숨었는지는 휴대폰의 전파가 닿지 않지만 무전기는 쓸 수 있는 철로 차단된 큰 공간, 그리고 옥상까지 뚫린 곳이라는 정보를 토대로 '엘리베이터 통로' 안이라는걸 추리해내고요. 물론 일당이 숨은 곳은 경찰도 샅샅이 조사하면 결국은 발견해 냈겠지만, '다카오'가 위기에 처한 상황이라 나름의 시간 제한이 있다는 점에서도 괜찮은 전개였습니다.
마지막 반전도 기가 막힙니다. 홀로 뒤쪽 주차장에 부상당한채 쓰러져있던 "다카오"를 구해서 병원으로 이송하지만, 그는 요시히로와 무전기로 이야기하던 스트로베리즈라는 팀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는 다카오가 아니라 일당의 두목인 '형님' 이었던 것이지요. 자해를 하여 상처를 낸 뒤 다카오로 가장하여 도주하려 한 것입니다. '형'은 아마 사망했을 거라는 씁쓸한 결말이기도 하고요.
좋은 작품이기는 하나 이런 슬픈 결말은 신라. 그리고 C.M.B와는 어울리지 않아 보입니다. 신라가 별다른 댓가없이 사건을 해결한다는 전개도 마찬가지라 차라리 Q.E.D였다면 더 낫지 않았을까 싶네요. 그래도 수록작 중에는 베스트에요. 별점은 3.5점입니다.

<<사시 부적>>
양품점에서 기묘한 밀실 살인이 일어난다. 손님없는 개점 전 양품점의 안쪽 오토 록이 걸린 사무실에서 점장 요네다가 칼에 찔린 시체로 발견된 것. 문제는 9시부터 시체가 발견된 10시 사이에는 아무도 사무실에 들어가지 않았으며, 현금도 사라지지 않은 사무실에서 유일하게 사라진건 요네다가 항상 목에 걸고 다녔던 사시 부적 뿐이었다.
신라는 유력한 용의자인 아르바이트생 3명의 증언을 듣고 진범을 추리해낸다.

Q.E.D에 많이 나오는, 그리고 C.M.B에서도 그에 못지 않게 등장하는 여러 관계자의 증언을 모아 진상을 밝혀낸다는 작품.
그런데 추리를 떠나서 세 명의 아르바이트 생 중 한 명이 범인이라고 하면, 답이 너무 뻔했습니다. 아와시마는 능력을 인정받아 자신만의 영역 - 디스플레이 - 이 있고 특별히 트러블도 없는 사람, 무기하라는 점장에게 대들며 언제 짤려도 괜찮다는 식으로 일하는 사람, 마메다는 너무 착해서 시키는건 다 하는 사람... 이라면 범인은 과연 누굴까요?
또 아와시마의 증언에 따르면 점장은 9시 30분에 알몸으로 사무실 밖으로 뛰쳐 나갔습니다. 그런데 10시에 사무실 안에서 죽어있던게 발견되었고요. 이 말을 토대로 생각해보면, 9시 30분에 뒷모습만으로 뛰쳐나간 인물은 점장이 아니며 때문에 9시 30분 뒤에 나타난 마메다와 무기하라 모두 알리바이는 없는 셈입니다. 살해한 뒤 점장으로 가장하여 밖으로 뛰쳐나간 뒤, 옷을 갈아입고 돌아오면 되니까요.
그리고 신라의 추리의 핵심은 '범인이 무엇을 하고 싶었냐'입니다. 신라는 아르바이트생들이 범인이라면 하고 싶었던 행동이 무엇인지를 가정하여 누가 진범인지를 밝혀내지요. 그래서 아와시마가 범인으로 거짓말을 했다면, 시체가 사무실에 있는건 이상하니 그녀는 범인이 아니라며 그녀를 용의자에서 배제합니다. 그런데 그 뒤에는 일직선으로 마메다가 범인이라며 추리를 마무리합니다. 무기하라도 동일한 방법으로 범행을 저지를 수 있는데 왜 설명하지 않는지 의문이에요. 마메다가 한 유일한 실수인 사시 부적이 목걸이라는걸 바로 알아본 걸 가지고 진범이라고 주장하는건 무리지요. 동기도 석연치 않고요.
한마디로 추리적으로도, 이야기적으로 모두 수긍하기 어려운 이야기였습니다. 별점은 1.5점입니다.

<<마도의 서>>
마우가 마도서를 찾는 일에 신라의 협조를 요청한다. 그러나 마도서가 있을 것으로 생각되었던 워터 타운리 남작의 성은 1894년에 일어난 화재로 이미 장서는 모두 재가 된 상태였다.
범죄집단의 협박 때문에 마도서를 찾아내야만 하는 마우는 고서점 주인 토머스 북의 도움을 받아 타츠키와 함께 폐허가 된 워터 타운리 성을 찾아간다. 마도서는 양피지에 썼을 터라 다 타지 않았을 거라는 희망을 가지고.
창문의 숫자 등을 조사해 폐허 속에서 비밀 장소를 찾아내지만 마도서는 이미 읽을 수 없는 상태. 그러나 신라는 워터의 책은 사본이며, 원본을 베낀 것이라 추리하고 원본을 찾아낸다.

19세기 후반, 독서인의 생활과 관련된 가구 들을 토대로 책을 찾아내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이런 부분은 C.M.B 특유의 박물학적 지식 공유 취지에 딱 어울리는 이야기라 생각됩니다. 마도서라는 소재도 역시 나쁘지 않았고요.
마도서에 대해 좀 더 심도깊게 풀었더라면, 현학적인 재미 충족도 더 많았을텐데 그건 좀 아쉽네요.
마도서를 찾는 이야기도 재미있었지만 워터 타운리 남작의 성에 화재가 난 이유, 그리고 타다 남은 마도서 사본에 '가짜'라는 흔적이 남은 이유에 대한 추리도 인상적입니다. 남작은 홀로 악마를 불러내기 위해 고용인들도 모두 내보냈었는데, 악마를 소환하려다 화재를 일으켰던 것이죠. 불길 속에서 악마를 애타게 찾았지만 악마가 결국 나타나지 않자 마도서에 '가짜'라는 흔적을 남기고 사망했다는 이야기입니다. 꽤 그럴듯하죠?
이렇게 추리적으로, 박물학적으로 꽤 재미있는 이야기인데 문제는 마우가 등장한다는 점입니다. 마우가 등장하는 다른 모든 이야기들과 마찬가지로 지나치게 현실성이 부족하거든요. 게다가 이 이야기에서는 범죄 조직이 암투를 벌이는데다가, 마지막에는 애들 장난 때문에 도망까지 치기 때문에 더 만화적이고 황당하다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그래서 별점은 2.5점. 마우의 등장 없이 좀 더 묵직하게 전개했더라면 훨씬 좋았을텐데, 여러모로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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