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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16

역사를 바꾼 총 AK47 - 마쓰모토 진이치 / 이정환 : 별점 2점

역사를 바꾼 총 AK47 - 4점
마쓰모토 진이치 지음, 이정환 옮김/민음인

일본 르포라이터 마쓰모토 진이치의 르포. AK 47의 등장과 주요 전장, 활약을 다룬 글이라고 생각하고 읽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런데 생각과는 전혀 다른 내용이었어요. 아프리카의 시에라리온, 소말리아를 중심으로 제대로 된 정부가 기능하지 않는 무법 천지에서 총기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 제대로 된 정부의 역할은 무엇인지 등을 고발하고 알려주는 르포거든요.

물론 시에라리온이나 소말리아와 같은 위험 지역의 현재 상황을 직접 발로 뛴 정보를 통해 알려준다는 점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세계의 위험지역을 누비며 취재하는, <<용오>>와 같은 일본 만화에서 가끔 등장하는 그런 르포라이터가 실재로 존재한다는게 조금 신기하기도 했고요.
또 아직 살아있던 미하일 칼라시니코프, 영국 작가 프레더릭 포사이스와 직접 진행한 인터뷰를 통해 이런저런 새로운 사실도 몇 가지 알게 되었습니다. 특히나 프레더릭 포사이스의 <<전쟁의 개들>>이 실제로 진행되었던 용병을 고용한 국가 전복 작전을 토대로 창작된 이야기로, 이 작전에 포사이스가 출자(?) 했다는 소문이 있다는건 처음 알았네요. 역시, 진짜같은 픽션을 쓰려면 이 정도의 깊숙한 개입은 필요한게 아닌가 싶습니다. AK 47의 신뢰성 높은 구조에 대한 상세한 설명 등 AK 47에 대한 정보도 나쁘지 않습니다.

하지만 비참한 상황을 고발하는 인터뷰와 현지 취재를 제외하면, 결론은 마지막 부분에서 너무 쉽게 요약됩니다. 실패한 국가는 경찰, 병사, 교사의 급료를 지불하지 않는 국가라는 것입니다. 경찰과 병사는 국민의 안전한 생활을 지키는, 최소한의 의무를 직접 담당하고 있는 사람들이며 교사는 국가의 미래를 책임지는 사업의 핵심이기 때문이지요. 누구나 아는 이야기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너무 긴 분량을 할애한 셈입니다.
또 AK 47이 특유의 단순함, 신뢰성으로 이러한 무법 천지에서 사랑받는다는건 잘 알겠지만, 제목처럼 AK 47이 역사를 바꾸었다는건 어폐가 있습니다. AK 47이 아니라 M16이건, K-2이건 마찬가지인 상황이거든요. 이 정도라면 제목 사기라고 해도 무방하겠지요.

다행히 "각료들 절반 이상이 자제를 유럽이나 미국의 학교에 보낸다거나 자신의 가족은 국외에서 생활하게 하고 있는 나라, 그런 나라 역시 실패한 국가"라는 멋진 말이 마지막에 등장해서 최악은 면한 듯 합니다. 개인적으로 아주 동의하는 바에요. 부득이한 이유 - 예를 들어 해당 국가에서 태어났다거나, 해당 국가 국민과 결혼 등으로 국적을 취득했다던가, 정말로 그 국가에서만 제공하는 최고 수준의 교육을 받기 위해 유학을 갔다던가 등 - 을 제외한다면 이른바 사회 지도층 인사의 자녀들은 모두 국내에서 거주하며 생활하는게 당연하다고 생각하거든요. 마찬가지 이유로 국내에서 병역의 의무를 수행하지 않은 자식을 둔 인물을 주요 공직에 임명하는 것도 불가한 일입니다. 최소한의 의무를 다하지 않는 사람에게 국가를 맡긴다는건 가당치도 않죠.
그 뒤 안정된 국가로서 소임을 다하고자 하는 소말리랜드의 상황을 현지 취재로 알려주며, 제대로 된 국가의 의미가 무엇인지 되짚으며 책이 마무리 되는 구성도 괜찮아요. 앞서의 비참한 다른 국가들의 상황과 대비되어 더 잘 와 닿더라고요. 고위 공직자들의 양심적이면서 성실한 모습도 인상적이었고요.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점. 기대와 예상과는 백만년 정도 떨어져 있지만 주장하는 메세지 중 일부는 공감할 만 했습니다. 그러나 총기 AK 47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이라면 딱히 읽어보실 필요는 없겠습니다. 저 역시 딱히 읽어볼 필요는 없었던 책이라는 뜻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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