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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01

진범의 얼굴 - 마에카와 유타카 / 김성미 : 별점 1.5점

진범의 얼굴 - 4점
마에카와 유타카 지음, 김성미 옮김/북플라자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10여년 전, 2008년 하치오지 시 가와구치 초의 주택가에서 토다 하야토와 미도리 부부가 실종된다. 그리고 여러가지 증언과 정황 증거로 토다 하야토의 형 타츠야가 유력한 용의자로 떠올라 기소되나 무죄 판결을 받는다. 토다 하야토의 사망을 명백히 증명할 수 없어서 살인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이유.
스기야마 기자는 이 사건의 심층 탐사 보도를 나서고, 취재를 하면서 타츠야가 진범이라는 것과 그에게 공범이 있을 거라고 확신한다. 이 생각은 곧바로 불량 청소년 기무라와 도가시의 증언으로 진짜임이 판명되지만 증언의 신빙성이 의심되는 상태에서 기무라와 도가시 모두 시체로 발견되는데...


<<크리피>> , <<시체가 켜켜이 쌓인 밤>> 이라는 두 편의 범죄 스릴러로 접해 보았던 작가 마에카와 유타카의 작품. 전작 두 편 모두 주위 사람들을 일종의 세뇌 상태로 만들어 범죄로 끌어 들이고 조종하는 범죄자가 등장하는 작품이었는데 반해, 이 작품은 탐사 보도 전문 기자가 화자로 등장하며 10여년 전인 2009년 벌어졌던 '가와구치 사건'의 진상을 파헤쳐 나간다는 내용으로 약간의 차이를 보입니다.

르포르타쥬 느낌의 전개와 비교적 현실적인 설정 덕분에 전작들보다 설득력이 높기는 합니다. 그러나 재미 측면에서는 오히려 못해요. 드라마에서 별다른 긴장감을 느끼기 힘든 탓이 가장 큽니다. 가장 큰 이유는 애초부터 스기야마는 타츠야가 진범일 것으로 생각하고, 실종된 동생 부부의 사체를 은닉할 시간이 없었던 이유를 공범이 존재했다고 추리했다는 점입니다. 이후 이야기는 이 추리를 뒷받침하는 과정에 불과하며, 결론 역시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타츠야가 진범이라는건 곧바로 불량 청소년인 기무라와 도가시의 증언에 의해 밝혀지게 되니까요. 그 뒤 범죄를 일으킨 4인조의 우두머리라 할 수 있는 하야마에게 위협을 느낀 기무라가 범행 현장을 촬영한 동영상이 담긴 USB를 보험삼아 준비했다가 살해당한 후 USB가 공개됩니다. 도가시 역시 미심쩍은 사고로 사망하고요. USB를 통해 범행 장소를 특정한 경찰은 하야마의 절인 고엔지를 수색하지만 시체를 발견하지는 못합니다. 그러나 타츠야가 곧바로 진상을 스기야마에게 고백한 뒤 자살하지요. 여기서 가와구치 사건은 끝난거나 다름 없습니다. 무려 일곱명의 관계자가 병사와 사고사를 비롯하여 자살 등으로 사망한 대형 사건이지만 진상은 타츠야 범인설이 거의 진짜였다는 뜻이니 허무합니다. 진짜 흑막으로 하야마가 등장하기는 하지만 그 동기와 수법을 짐작하기 어려운 모호한 인물이라는 점에서 나오지 않으니만 못했고요.

추리적으로도 특기할 만한 내용은 없습니다. 스기야마가 공범의 존재를 추리하는 것과 범죄 집단의 우두머리인 '베레모 남자'의 베레모는 짧은 헤어스타일도 가릴 수 있는 모자다, 그래서 베레모 남자의 머리는 짧을 것이며 이는 하야마를 가리킨다는 추리 정도가 전부인데 사건 해결에 결정적 역할을 하지는 못합니다. 이 추리가 없었어도 어차피 제 발로 찾아온 범인의 증언으로 진상은 밝혀졌을 테니까요.
추리적으로 별 볼일 없다면 다른 의미가 있을까도 궁금한데 아쉽게도 그렇지도 못합니다. 사회파스러운, 사회 고발과 같은 동기도 등장하지 않아요. 범인 일당이 미도리에게 품은 비정상적인 성욕에 의한 잔인한 범죄에 불과하거든요. 살인을 저지르고 시체를 유기한건 치밀한 계획에 의한 것도 아니었고요. 또 이 과정에서 학교의 부교장이며 절의 주지인 인텔리 인격자 하야마가 비정상적인 성도착자로 살인집단의 리더였다는게 밝혀지는 부분은 독특하지만 너무 비현실적이어서 별로 와 닿지 않았습니다. 그가 딸 리하에게 품은 성욕과 소유욕은 솔직히 불쾌하기까지 했고요.

이후의 에필로그가 그나마 약간 사회 고발스럽기는 합니다. 스기야마가 10여년이 지난 지금 스스로 취재한 사건의 진상을 밝히는 책을 쓸 계획을 하야마에게 밝힌 뒤 하야마가 딸과 딸의 약혼자를 죽이고 자살합니다. 그리고 사건의 주요 관계자였던 타츠야의 변호사 하마나카가 스기야마에게 '너야말로 범인이다. 너의 집요한 추궁으로 하야마를 신경 쇠약으로 몰고갔기 때문이다. 가와구치 사건의 진범은 너다!"라고 비난하며 마무리되는데 여기서 '취재의 자유가 어디까지 보장되어야 하는지' 를 생각하게 만들지요.
그러나 그럴 의도였다면 책의 내용 모두가 타츠야가 진범이라고 생각해서 모든 취재 결과를 거기에 끼워맞춘 스기야마의 음모라는 식으로 풀어나갔어야 했으니까요. 실제로 유력한 몇몇 증언, 타츠야가 본인이 진범 중 한 명이라며 범행의 진상을 고백한 증언과 하야마의 딸 리하와의 인터뷰 등은 모두 스기야마 혼자 입수한 정보로 얼마든지 가공이 가능했으니 충분히 그렇게 쓸 수 있었을거에요. 그러나 가장 유력한 증언이었던 초반부 기무라와 도가시의 증언은 편집자 스가이와 함께 들었고, 동영상이라는 증거가 있어서 이렇게 생각하기는 어렵습니다. 결국 진범 일당은 모두 사실 그대로로 죽어 마땅한, 잔인 무도한 범죄를 일으킨 일당이 취재로 자살했다는 이야기가 되는데, 솔직히 전혀 문제는 없습니다. 인권은 사람에게나 있지 이런 짐승들한테 있는건 아니지요.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1.5점. 추리적으로도 별볼일없고 범죄물로도 거의 가치가 없습니다. 사회 고발 등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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