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를 위한 북디자인 - 정민영 지음/아트북스 |
부제는 '디자이너와 소통하기 어려운 편집자에게' 로, 디자이너는 아니지만 북 디자인에 대해 명확하게 알아야 하는 편집자들을 위해 쓰여진 북 디자인 안내서입니다.
저자가 북 디자인을 잘 알고, 스스로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는 편집자라는게 가장 큰 장점입니다. 단순히 심미적인 이유가 아니라 왜 그렇게 디자인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명확한 이유를 들어 설명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디자인 이론들도 전문적이라기 보다는 모두 상식선이라 이해하기 쉽고요. 이를 설명하기 위한 각종 자료와 도판도 굉장히 충실한 편입니다.
저도 디자인을 전공했지만 북 디자인에 대해서는 잘 몰랐었는데, 직접 하기는 힘들겠지만 그래도 좋고 나쁘고에 대해 어느정도 감은 잡을 수 있게된 것 같네요. 특히나 제가 쓴 모 책의 경우,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좋은 디자인의 요소가 많이 결여되어 있는데, 어떤 점이 문제인지 확실히 알 수 있었습니다. 표지부터 그러합니다. 제목과 부제, 저자명이 잘 정리되어 있지 않고, 저자명의 경우 가독성이 심하게 떨어집니다. 제목도 보통 상단에 위치시키는데 하단, 그것도 부제와 거리가 멀게 비치해서 한 덩어리로 읽히지 않고요. 구성의 화룡정점이라 할 수 있는 로고도 빠져있습니다. 앞날개, 뒷날개도 없으며 약표제와 표제도 흐름을 고려하여 디자인되어 있지 않습니다. 본문의 속표제면은 통상 오른쪽에 배치하는데, 이 책의 경우 각 단락의 시작은 모두 왼쪽 페이지부터로 디자인되어 있어서 어색합니다. 그 외에도 문제가 많은데 여러모로 아쉽네요. 이 책만 먼저 읽어보았다면, 뭔가 의견을 줄 수도 있었을텐데...
아울러 한 권의 책이 어떤 구성으로 이루어지는지도 잘 알 수 있던 점도 수확입니다. 독자가 책을 처음 들고 정보를 입수하는 경로라던가, 표지와 약표제면, 표제면의 관계 등 그동안 별로 신경쓰지 않았던 자잘한 디테일 들이 얼마나 중요하고 많은 생각이 깃들어 있는지 처음 알았거든요.
그러나 단점도 있습니다. 우선 내용에서 표지에 대한 비중이 너무 높다는 점입니다. 거의 절반 가까이거든요. 물론 표지가 독자를 유혹하는 가장 강력한 수단임은 부인하지 않습니다. 문제는 이 정도의 비중이냐는 것이지요. 예를 들어 '펭귄 출판사' 처럼 표지도 마스터 페이지로 구성하고, 제목과 저자명, 그리고 이미지만 교체하는 경우도 충분히 좋은 표지잖아요. 지나치게 디자인에 집중하여 설명한 느낌입니다.
또 본문 디자인도 실제 본문에 대한 구성보다는 도판 등 주변 요소에 너무 집중하고 있습니다. 본문이 몇 단 구성인지, 어떤 폰트를 쓰고 어떤 행간과 자간으로 이루어지는게 좋은지 등을 판형에 따라 최적의 구성을 선보이는 식으로 안내해주는게 취지에 더 잘 맞지 않았을까 싶은데, 그런 내용은 거의 없습니다. '완성된 3차원의 책'이 어떻게 보이는지에 주력하고 있기 때문에 생겨난 문제지요.
마지막으로 설명하고 있는 책이 도판으로 소개되지 않는 경우가 제법 있어서 조금 당황스러웠고요.
그래도 북디자인 입문자라던가, 제목 그대로 북디자인을 잘 알아야 하는 편집자, 혹은 관련 직업인에게 굉장히 유용한 책이라는건 분명한 사실입니다. 이 책 자체가 저자가 주장하는 북디자인 원칙에 잘 맞게 디자인되어 있어서, 실제로 좋은 교과서 역할을 수행하고 있고요. 제 별점은 3.5점입니다. 북디자인에 관심있으신 모든 분들께 추천드리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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