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MB 박물관 사건목록 2 카토우 모토히로 지음/학산문화사(만화) |
제 블로그에 오시는 분들은 아마 잘 아시겠지만 저는 "추리" 애호가입니다. 차마 매니아라는 표현을 붙이기는 좀 뭐하지만요. 그래서 추리 관련 컨텐츠는 손에 닿는대로 접하려 노력하고 있고, 그 중 하나가 바로 만화입니다. 일본에서 특히 추리물이 강세인 탓에 추리 만화 역시 많은 편이라 모든 작품을 접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지만 그래도 노력하고 있죠. 그런데 다른 추리만화인 QED로 이쪽 바닥(?)에서는 나름의 입지를 굳히고 있는 작가 카토우 모토히로의 신작이 나왔다기에, 작가의 다른 작품인 로켓맨도 재미있게 보았기에 별다른 고민없이 구입하여 읽게 된 작품이 바로 이 CMB입니다.
그런데 설정은 사실 작가의 전작과 큰 차이가 없습니다. 특히 천재 소년과 근육 소녀라는 커플은 QED와 한치의 오차가 없어서 왜 구태여 다른 시리즈를 시작했을까 하는 의문이 생깁니다. 그다지 중요하지도 않은 듯한 박물관이라는 설정과 CMB라는 단어도 수수께끼였고요.
물론 읽다보니 작가의 심정이 이해가 되긴 하더군요. 수학과 컴퓨터쪽에 전문가로 설정한 QED의 토마 소라는 캐릭터는 너무 추리적 성향이 한쪽으로 치우쳐져 있는 것이 사실이었거든요. 외려 요새는 시리즈가 진행되면 될 수록 너무 수학적인 부분에 포커스를 맞추어 억지스러워지는 부분도 컸기에 작가가 자료조사나 자신의 관심분야를 조금 다른 곳으로 돌리고 싶어했으리라고 쉽게 상상이 갑니다. 때문에 스스로 QED의 약점을 보완하고자 진정한 천재이자 만물박사를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작품과 트릭의 범위를 한정짓지 않으려는 시도를 한 것이겠죠. 거기에 더해 토마의 냉정한 성격, 그야말로 천재형 명탐정의 일면을 보는 듯한 캐릭터를 뒤바꿔서 정신연령 자체는 초등학생 수준으로 낮춰서 작품의 대상 연령마저 같이 낮추기 위한 목적으로 이 작품의 주인공 사카키 신라가 탄생한 것이라 생각됩니다.
그러나 QED의 팬으로서 조금 정신연령이 낮고 막 사는 듯한 인상을 주는 로키나 IT재벌 알렌 브레이드를 주인공으로 등장시킨 스핀오프 시리즈가 더 좋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위에서 말한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 그리고 보다 저 연령층을 노리고 손을 댄 새로운 시리즈임에는 분명하지만 너무 설정과 전개가 QED의 판박이라 단지 아동향으로 수준만 조금 낮춘듯한 인상만 주거든요. 2권에서 QED의 히로인 가나의 아버지가 스쳐 지나가는 모습에서 두 작품이 같은 공간을 공유한다고 볼 때 외려 불필요한 외전격 시리즈가 아니었나 보여지네요.
하지만 다행히도 추리적인 부분이나 이야기의 얼개는 기대에 걸맞는 수준입니다. 추리 애호가로서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재미있는 작품임에는 분명해요. QED와 마찬가지로 살인같은 범죄가 꼭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것이 아닌, 조금 가벼운 경범죄도 이야기의 소재로 끌어들이는 전개도 좋았고요. 약간 트릭이 문제가 있는 편도 있지만 크게 이야기에 영향을 미치는 수준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역시 박물관이라는 공간이 그다지 사건이나 트릭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점은 2권에 걸쳐 해결되지 못하는 것은 아쉽더군요. 매력적인 공간이라 잘만 이용하면 요긴하게 써먹을 수 있었을텐데 단지 "설정"으로 끝나는 느낌이 강합니다.
한마디로, 결론 내리자면 절반의 성공만 거두는 듯 합니다. 외려 QED에 집중해 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보다 간절하네요. 이 작품에 쓰인 대부분의 트릭이 QED에서 이루어져도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이기에 더욱 그러합니다. 아무래도 사카키 신라보다는 토마 소 쪽이 보다 제 취향인 것 같네요. 뭐 20여권 넘으며 쌓인 정도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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