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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2/14

Prison Break Season 1


억울한 누명을 뒤집어쓰고 사형수가 되어 집행일자만 기다리는 형 링컨을 탈옥시키기 위해 마이클 스코필드는 완벽한 준비를 끝낸 뒤, 무장강도 사건을 일으키고 형이 있는 폭스리버 교도소에 수감된다...

탈옥은 그동안 참 많은 추리물에서 다루어 왔던 소재입니다. 어떻게 보면 완벽한 감시하에 있는 무엇인가를 훔쳐낸다는 소재와도 일맥상통하며 이러한 소재는 뤼뺑시리즈를 비롯해서 너무나 많은 작품에서 쓰이고 있죠. 탈옥만 똑 떨어트려 놓고 보더라도 사고기계 반 두젠 교수의 대표 단편인 "13호 독방의 문제" 등 고전에서도 숱하게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당시, 19세기 후반이나 20세기 중엽까지의 감시체계는 아무래도 허술한 곳이 많아서 지금 보기에는 완성도도 좀 떨어져 보이고 뭔가 허술한 느낌을 가져다 주는 편이었죠.

그러나 현대에 들어와서 보다 완벽한 감시체계를 추구하며 교도소 자체가 첨단화 되어가기 때문에 탈옥이 점점 불가능해지면서 더욱 정교하고 세밀한 탈옥 트릭이 등장하는 작품들이 속속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특히나 아무래도 스케일이 크고 정교한 맛이 있어서인지 영상물에서 이러한 작품이 흔한데, 이번에 본 "Prison Break" 는 가장 최근 발표된 탈옥물 답게 고전적인 탈옥물의 정석에 충실하면서도 정교하고 스릴도 넘치는 작품이었습니다.

이 작품의 묘미는 이미 밖에서 완벽하게 모든 준비를 끝낸 주인공 마이클 스코필드의 계획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그리고 장애물이 생길때 마다 어떻게 그것을 극복하는지를 보여주는데 있다고 할 수 있는데, 마이클의 계획 자체를 준비하는 과정에서부터 자세하게, 관객에게도 어떻게 탈옥할 것인지에 대해 전체적으로 보여주지 않고 단계별로 보여줌으로써 재미를 극대화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부분은 TV 드라마의 장점이기도 하죠. 또 방영시간이 타 매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길기 때문에 여러가지 준비와 장치들이 보다 디테일해진 점도 좋고요.

이렇듯 탈옥 자체만 놓고 본다면 탈옥물 최고 걸작인 "알카트라즈 탈출"에 맞먹는 재미를 선사할 정도로 무척이나 흥미진진한 작품이었습니다. 22편이나 되는 만큼 꽤 길긴 하지만 킬링타임용으로 즐길만한 재미는 충분했고 저도 1주일간 무척이나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기에 만족스럽네요.

하지만 아쉬운 부분도 많습니다. 첫번째는 별 생각없이 방영했다가 의외의 인기를 끌어서 연장 방영할 계획이 중간에 급히 수립된 듯한 분위기입니다. 탈옥을 한번 실패하는 거야 그렇다쳐도 불필요한 음모론을 집어넣어 쓸데없이 이야기를 부풀리는 것, 그리고 본편 이야기와는 전혀 상관없는 곁다리 이야기를 질질 끈다던지 하는 것인데 장기 연재만화의 폐단 그대로입니다. 두번째는 주인공과 주인공의 형 링컨을 제외하고는 같이 탈옥에 가담하는 모든 죄수들이 전부 질나쁜 악질 범죄자이기 때문에 결국 그들에게 감정이입을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세번째 문제는 이야기가 너무 커지면서 희생자가 점점 늘어가는 것이고요. 첫번째 문제야 불필요한 부분은 대충 넘기면서 탈옥에 관한 이야기에 집중한다면 해결할 수 있지만 두번째 문제는 솔직히 납득하기 어렵더군요. 아동 연쇄 성폭행 살인마라던가 마피아 보스 같은 놈들은 아무리 좋게 봐줘도 인간 말종들이거든요. 마지막 세번째 문제점은 주인공이 자기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형을 위하는 부분의 정통성이 많이 희석되서 드라마가 약해지는 느낌이 많이 듭니다. 차라리 형만 그냥 죽었으면 형의 전처와 전처의 남편, 증인들 등등등이 희생되지 않았을텐데 말이죠.

그나저나 탈옥을 한 다음의 이야기인 시즌 2는 그다지 기대되지 않는군요. 어차피 탈옥이야 당연히 성공할테고 결국 흔해빠진 음모론과 그 배후를 찾는 이야기, 그리고 숨겨진 돈을 찾는 이야기로 흘러갈텐데 이러한 부분은 별 관심 없거든요. 듣자하니 평도 좋지 않은데 대부분 저 같은 생각을 한다는 이야기겠죠? 아무래도 시즌 2는 제가 보기에는 방송사의 오판이 아니었나 싶네요.

그래도 탈옥물 자체로의 완성도는 상당히 뛰어난 만큼, 이쪽 쟝르를 선호하신다면 즐겁게 보실 수 있으리라 생각되네요. 저는 무척 재미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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