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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2/03

셜록 홈즈 전집 8 : 홈즈의 마지막 인사 - 아서 코난 도일 / 백영미 : 별점 2점

셜록 홈즈 전집 8
아서 코난 도일 지음, 백영미 옮김/황금가지


추리소설을 좋아하지 않더라도, 아니 아예 관심조차 없어도 누구나 아는 명탐정, 그가 바로 탐정의 대명사 셜록 홈즈입니다. 저도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고 읽어 온 시리즈이기도 하고요. 셜록 홈즈의 전집은 이미 중학생때 다 읽은 것 같고 이런저런 문고본으로 많이 소장하고 있지만 간만에 찾아간 헌책방에서 황금가지에서 출간된 전집을 발견하고 기쁜 마음으로 구입하여 다시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나름 최근 구상중인 창작 추리소설 작업에도 도움이 좀 되지 않을까 싶기도 했고요. 그리고 이 황금가지 버젼은 삽화가 굉장히 충실하기에 이래저래 소장가치는 충분하다 생각되거든요.

그러나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이 단편집은 실망 그 자체였습니다. 실려있는 8편의 작품 대부분이 다른 시리즈 단편들과 유사하게 전개되고 있어서 그다지 색다르거나 신선한 작품은 실려 있지 않으며 홈즈의 매력을 느끼기에는 부족했을 뿐 아니라 제 개인적인 홈즈 단편의 최고 걸작이자 베스트는 "붉은 머리 클럽"인데 엇비슷하기는 커녕 너무 처지는 작품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특히 가장 마지막 단편인 "마지막 인사"는 단지 홈즈와 왓슨 캐릭터를 이용한 모험물에 지나지 않아서 대미를 장식하는 단편으로는 너무나 별로였어요.

물론 이 작품이 쓰여진 시대를 놓고 본다면 이러한 평가는 온당한 것은 아니겠죠. 무려 1세기 가까이 지난 지금 본다면 너무 순진하거나 유치한 플롯일 수 있고, 작위적이고 뻔한 내용에 별다른 트릭도 없지만 작품이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재미는 아직도 변하지가 않았거든요. 이러한 재미는 뭐니뭐니해도 홈즈라는 캐릭터의 힘이겠죠. 아직도 계속 재생산되고 패러디되는 굴지의 명탐정 홈즈와 조수 왓슨이라는 캐릭터 설정만으로도 정말 대단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게 만들거든요.
그래도 아주 높은 점수를 주기는 힘드네요. 별점은 2점입니다.

1. 등나무 집 :
홈즈에게 스콧 에클스라는 신사가 급하게 찾아와 자신에게 일어난 황당한 사건 조사를 의뢰한다. 사건은 그가 최근에 사귄 친구인 스페인계 미남자 가르시아의 이른바 "등나무 집"이라고 불리우는 저택에 초대받은 것에서 시작된 것으로 그가 저녁을 먹은 뒤 잠들었다가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보니 저택이 텅텅 비어 있었다는 것. 그러나 가르시아는 살해된 시체로 발견되고 홈즈는 이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나선다.
홈즈 시리즈의 특징인 "평범한 사람에게 닥친 황당한 상황"이라는 소재를 그런대로 잘 살렸다고는 생각되지만 이후의 전개가 굉장히 부실한 작품입니다. 알리바이를 조작하기 위한 간단한 트릭이 나오지만 그다지 효과적인 트릭은 아니고 부두교 등을 집어 넣은 것은 너무 과했다고 보여지거든요. 홈즈물의 전형이긴 하지만 작품 자체는 범작 수준이었습니다.

2. 소포상자 :
수잔 쿠싱이라는 독신 여성 앞으로 소포 상자가 도착하는데 그 상자안에는 인간의 귀 2개가 들어있다는 엽기적 사건이 일어나고 홈즈는 레스트레이드의 부탁으로 사건 조사에 착수한다.
역시 홈즈 시리즈의 전형적인 작품입니다. 그러나 시작은 좋았지만 결국 알맹이 없게 끝나는 내용보다 외려 서두의 왓슨의 생각을 추리해 내는 홈즈의 모습이 더 인상적이었습니다. 레스트레이드의 "뻔뻔한" 활약 역시 재미있었고요.

3. 붉은 원 :
하숙집을 운영하는 워런 부인이 최근 찾아온 기묘한 하숙인에 대해 사건 조사를 의뢰하기 위해 찾아온다...
어떻게 보면 단순한 설정이지만 수수께끼의 하숙인의 정체를 밝혀내는 홈즈의 추리 과정은 정공법이면서도 무척이나 확실해서 마음에 드는 작품이었습니다. 단순한 이야기를 정통 추리물로 바꾸어 놓는 기본 아이디어가 상당히 좋네요. 그러나 코난 도일 경은 아이디어가 막히면 "비밀 조직"을 가져다 붙이는 것을 너무 좋아한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진부한 내용 전개로 마지막에 완성도가 떨어진 것이 안타깝습니다.

4. 브루스파팅턴호 설계도 :
영국이 국운을 걸고 개발하는 신형 잠수한 브루스파팅텅 호의 설계도 보관과 관련이 있는 병기창 사무원 캐도건 웨스트가 시체로 발견되고 그의 주머니에서 잠수함 설계도 7장이 있다는 것이 확인된다. 가장 중요한 3장은 사라진 상태. 캐도건 웨스트가 설계도를 빼돌려 팔아 넘기려 하다가 살해당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잃어버린 설계도를 찾기 위해 국가를 위해 일하는 홈즈의 형 마이크로포트가 홈즈에게 직접 사건을 의뢰한다.
마이크로포트 홈즈가 등장해서 사건을 의뢰한다는 설정 이외에는 이전에 발표되었던 단편인 "해군 조약"과 유사한 설정과 소개로 이루어진 작품입니다. 그러나 시체가 발견된 장소를 추리해서 살해된 곳, 그리고 범인을 추리하는 내용은 확실히 홈즈다운 부분이라 생각되고 마지막까지 내용 전개가 흥미진진하고 재미있어서 진부함을 상쇄시키는 좋은 작품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단편집의 베스트로 꼽겠습니다.

5. 빈사의 탐정 :
허드슨 부인에게서 홈즈가 죽어간다는 이야기를 듣고 놀라 찾아간 왓슨. 홈즈는 왓슨에게 자신의 병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인 컬버튼 스미스를 불러 줄 것을 부탁한다.
너무너무 뻔해서 한숨밖에 나오지 않는 작품이었습니다. 홈즈의 위기상황 자체는 굉장히 이색적이며 특이한 설정이지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전개가 너무 진부하며 추리적인 요소가 거의 없거든요. 추리물보다는 홈즈라는 캐릭터에 기댄 성격이 더 짙은 소품이라 생각되네요.

6. 프랜시스 카팍스 여사의 실종 :
명문 귀족의 후예인 미모의 독신여성 프랜시스 카팍스 여사가 실종된 사건이 벌어지고 홈즈는 왓슨에서 그녀의 행적을 쫓아 자신에게 보고해 줄 것을 부탁한다. 왓슨은 온 유럽을 돌면서 그녀의 뒤를 쫓다가 그녀의 실종에는 그녀 앞에 나타난 야만인과 같은 남자의 존재가 관련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데...
온 유럽을 헤집고 다니는 듯한 스케일은 굉장히 크지만 범죄 자체는 그다지 특출난 것은 없습니다. 중반 이후까지 왓슨이 좌충우돌 하는 모습만 등장할 뿐 실제로 본격적인 추리 이야기는 이야기 후반에만 등장하기 때문이죠. 그리고 추리적 요소 역시 지금 보기에는 너무 낡고 진부해서 공감이 좀 덜 가긴 했습니다. 홈즈가 한번 패배할 뻔 했다는 것 하나는 굉장히 특기할만하나 그 이외의 알맹이는 별로 없는 작품입니다.

7. 악마의 발
홈즈는 건강 때문에 콘월 지방으로 요양을 떠난다. 그러나 그 지방의 트리대닉 와사 저택에서 불가사의한 사건이 벌어진다. 하룻밤 사이에 카드놀이를 즐기던 세 남매 중, 오빠 2명은 미쳐버리고 여동생은 사망한 사건. 홈즈는 사건 수사에 뛰어들지만 곧바로 가족 중에서 마지막으로 남았던 모티머까지 하룻밤사이 똑같은 죽음을 맞게 된다.
역시 홈즈물의 전형적 작품으로 상당히 괜찮은 트릭이 등장하는 작품입니다. 가장 중요한 흉기와 살해 방법에 대해서는 그다지 과학적으로나 상식적으로 신뢰가 가지는 않는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재미나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8. 마지막 인사
1차 대전이 벌어지기 직전, 독일 황제의 비밀 첩보원인 폰 보르크는 자신의 비밀 요원인 앨터몬에게서 마지막으로 확보할 암호체계에 대한 문서를 받고 영국을 떠나 독일로 돌아갈 준비를 한다...
일종의 첩보물이긴 한데 단편집 말미를 장식하기에는 너무나도 부족한 평균 이하의 작품이었습니다. 추리적 요소는 전무하고 홈즈 말년의 모습이 약간 묘사된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실망만 안겨준 작품이거든요. 제대로 된 추리물로 대단원을 장식했더라면 참 좋았을텐데 아쉬움이 많이 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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