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포 더 머니 자넷 에바노비치 지음, 류이연 옮김/시공사 |
30세의 이혼녀 스테파니 플럼은 6개월 전, 근무하던 2류 란제리 업체에서 해고되었다. 전화도 끊겼고, 차도 빼앗겼고, 냉장고 안도 텅 비었으며 더 이상 팔 가재도구가 없을 정도로 심각한 빈곤상태에 빠진 그녀는 보석금 보증회사를 운영하는 사촌 비니를 찾아갔다. 그리고 보석금을 지불한 뒤 잠적한 사람들을 찾아내는 현상군 사냥꾼 일을 시작했다.
그녀의 첫번째 사냥감은 살인죄로 기소된 경찰 조셉 모렐리였는데 사냥은 꼬여만 갔고, 조셉 모렐리가 저지른 사건의 진상에 접근하던 그녀에게 위험이 닥치는데...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여행갈때 가지고 감직한 책"입니다. 쑥쑥 읽히는 맛이 있고 심각한 사건을 다룸에도 불구하고 유머가 전체적으로 흘러 넘치며 주인공인 스테파니 플럼의 궁상과 좌충우돌을 보는 재미가 쏠쏠해서 지루할 틈이 없거든요.그만큼 스테파니 플럼이 엄청나게 매력적입니다. 궁상과 찌질함, 자기 합리화 등이 솔직담백하고 유쾌하게 서술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 외에도 첫경험 상대이자 사냥감인 조셉 모렐리, 변태 성욕자 권투선수 라미네즈, 스테파니의 가족과 주변인물 등도 더 이상 리얼하게 그리기 힘들 만큼 잘 표현되어 있습니다. 작가의 캐릭터 구성 능력은 정말 높이 평가할 만 합니다.
그러나... 다른 말로 하면 화장실용 책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실망이 큰데, 이유는 무엇보다도 "추리소설"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사건은 넘치지만 트릭이나 복선은 전무하고, 사건 해결은 순수하게 우연에 의지하고 있어서 점수를 줄 부분이 없습니다. 스테파니 플럼이 사건을 해결하는건 정말 기적과 같은 우연의 연속이고요. "우연히" 찾아간 의심스러운 가게에서 용의자를 발견한다던가 스테파니도 모르게 숨겨놓은 녹음기가 사건을 모두 해결해 준다는건 작가가 별 생각없이 쉽게 썼구나라는 결론으로 밖에는 설명되지 않네요.
비스무레한 캐릭터인 터프하며 솔직한 여주인공이 등장하는 워쇼스키 시리즈를 보더라도(한권밖에 읽어보진 못했지만), 사소한 단서에서 진상을 더듬어 나간다는 추리소설의 얼개를 나름 충실히 따르고 있었는데 너무 비교가 됩니다. 물론 워쇼스키는 이만큼 웃기지는 않으니 쌤쌤이겠지만....
정신병 수준의 스밀라는 제껴놓더라도 다른 지나칠 정도로 생각이 많은 여자 탐정들, 예를 들면 아나스타샤 같은 주인공 보다는 확실히 캐릭터는 마음에 들어요. 나름대로 재미도 있고요. 유머와 재치를 좋아한다면 마음 편하게, 킬링 타임용으로 읽으면 적당합니다. 그러나 절대 그 이상을 기대하긴 힘듭니다. 장단점이 확실한 만큼 취향에 따라 갈릴 것 같은데 저는 후속작을 읽을 생각이 들지 않네요. 이 작품 역시 다시 읽게 되진 않을 것 같고요. 별점은 2점입니다.
그나저나 1995년 CWA (영국 추리 작가 협회) 신인상 수상작이라고 하는데 이 해에는 그다지 걸출한 신인이 없었나 보다.. 하는 생각만 드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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