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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2/01

스토브리그 (2019~2020) - 정동윤 : 별점 2점

SBS에서 2019 ~ 2020년 총 16화로 방영했던 드라마. 호평은 익히 들어왔었지만 본방 때 놓쳤었는데, 넷플릭스에 올라와 있길래 설 연휴 기간 동안 감상하였습니다.

야구를 좋아해서 그간 많은 스포츠 소재 영상물을 보아 왔었지만, '단장'을 주인공으로, 실제 리그 개막 후가 아닌 개막 전 '스토브 리그' 기간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작품은 "머니 볼" 이후 처음입니다. 이런 작품이 국내 제작 방영되었다는게, 그리고 심지어 시청률도 좋았다는게 놀라왔어요.

그런데 실제로 보니 인기를 끌 만 하더군요. 드라마적인 재미를 잘 그려낸 덕분입니다. 특히 초반부 임동규, 중반부 고세혁이라는 중간 보스를 거쳐 후반부 권경민으로 이루어지는 빌런들과의 대결이 흥미롭습니다. 세 명의 캐릭터가 잘 형성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자기 자신만 아는 슈퍼스타 임동규, 스카우트 과정에서 비리를 저질렀으며 이 때문에 해고된 고세혁이 백승수에게 앙심을 품는건 충분한 설득력을 가져다 줍니다. 무엇보다도 구단주 대행이자 사장이 되는 권경민이 정말 최고입니다. 재벌 조카지만 본인 가족은 무능하다는 컴플렉스, 이 탓에 재송 그룹 안에서 기를 제대로 펴지 못하지만 백승수한테는 절대로 질 수 없다는 생각에 안 좋은 쪽으로 열의를 불태우는 복잡한 인물을 정말 잘 그려낸 덕분이에요. 이는 찰진 대사들, 그리고 배우 오정세의 찰떡같은 연기도 한 몫 단단히 해 주고 있고요.

또 전개 과정에서 주축 선수의 병역 기피, 약물, 승부 조작, 이면 계약에 원정 도박까지, 음주 운전을 제외하고는 실제 프로 야구에서 일어났던 사건 사고들을 요소요소에 삽입하여 재미를 더해줍니다. 스토브리그 기간 동안 이루어지는 트레이드를 비롯하여 외국인 선수 영입, 연봉 협상, 신인 지명, 2차 드래프트, 자율 훈련 관련 이슈 등 야구 팬으로서도 즐길거리가 많았고요. 한국 드라마의 병폐라 할 수 있는 러브 라인, 신파도 없어서 마음에 드네요. 재미있게 감상했습니다.

물론 자세히 들여다보면 문제가 없지는 않습니다. 후반부의 비현실적이고 억지스러운 전개가 많아지는게 대표적입니다. 각본이 완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간 느낌이 들 정도였습니다. 드라마적인 재미와 극적 긴장감을 불러 일으키기 위해 둔 무리수도 눈에 거슬립니다. 30대로 보이는 여성 운영팀장과 재벌 가문 3세 직원이라는 설정처럼요. 외국인 선수를 찾으러 간 출장에서 고용했던 현지 코디네이터가 알고보니 메이저리그에서도 뛰었던 유명 선수였다는 설정도 마찬가지입니다.
코칭 스태프를 비롯하여 구단 내 직원들도 대부분 꼴찌 의식에 젖어 설렁설렁 일하는데, 이 역시 과장이 심했습니다. 팀 성적은 코칭 스태프, 조금 넓게 보면 운영팀과 전력 분석팀까지 책임이 있다고 하더라도 홍보와 마케팅 팀은 자기 일을 해야죠. 

야구적으로 바라보아도 허술합니다. 특히 감독 및 코치진의 유임은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비용 문제라는 언급은 있지만, 아무리 그래도 4연속 꼴찌를 한 데다가 신인 육성 및 팀 장악에도 실패한 감독을 3년이나 재계약을 준다는건 말도 안됩니다. 덕아웃에서 서로 싸우는 추태를 부린 수석 코치와 투수 코치들도 마찬가지에요. 바로 경질을 못했더라도, 2군으로 내리는게 당연했습니다. 사람이 좋아서였다면 그런 캐릭터를 확고히 했어야 하는데, 후반에 감독이 백승수 단장의 뒷통수를 치는 말도 안되는 트레이드에 동의하면서 캐릭터를 망치고 맙니다.

4년 연속 꼴찌팀이 20승 투수 한 명 영입했다고 우승 경쟁을 한다던가(심지어 주축 타자가 반 시즌을 날렸는데도 불구하고), 과도한 스카우터의 현장 개입, 에이전트를 배제한 선수 계약, 트레이닝 파트와 배팅볼 투수, 심지어 불펜 포수가 성적 향상에 핵심 요소로 묘사(중요하다는걸 부인하지는 않지만, 과했습니다)되는 등 비현실적인 이야기는 그 외에도 많습니다.

그래도 인기를 끌만한 재미는 있었기에 만족합니다. 제 별점은 2.5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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