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방어구의 역사 - ![]() 다카히라 나루미 지음, 남지연 옮김/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AK Trivia Book 58번째 책. 제목처럼 '방어구'의 역사를 다루고 있는 미시사 서적입니다. 방어구의 시작부터 통사적으로 정리하여 모두 105개 항목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한 페이지는 설명, 한 페이지는 도해로 이루어진 구성은 다른 시리즈들과 마찬가지고요.
통사적으로 방패와 갑옷의 역사를 설명하고 있어서 이해하기 쉬웠고, 왜 이렇게 발달했는지를 알 수 있다는 게 좋았습니다. 초창기에는 방패와 갑옷이 고르게 발달했지만, 크로스보우와 장궁 같은 무기가 도입되면서 전신 판금 갑옷이 도입되었고, 이 탓에 방패는 사라지고 양손으로 힘을 주어 타격하는 무기가 나타나는 흐름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거든요. 일본과 중국, 인도와 중동, 심지어 아프리카와 남아메리카, 오세아니아의 갑주까지 보여주는 등 다루고 있는 범위도 넓고요.
각종 방패와 갑옷들에 대한 상세한 설명들도 좋았습니다. 이 중 가장 많이 사용되는 핵심 용어는 '스케일 아머'와 '라멜라'입니다. 스케일 아머의 기원은 기원전 2000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데, 다수의 물고기 비늘 모양 조각을 천이나 가죽 등 안감에 꿰매 붙여 형성한 방어구입니다. 라멜라도 메소포타미아에서 유래된 고대부터 존재했던 갑옷으로 스케일과 동일하게 비늘 조각이나 가죽, 금속 재질의 사각형 소찰로 이루어져 있으나, 안감은 없습니다. 조각과 소찰들을 엮어서 만든 갑옷이지요. 스케일이 보다 더 원시적이고 옷처럼 유연성이 있는 반면, 라멜라의 몸통 부분은 혼자 설 수 있을 만큼 단단합니다. 라멜라가 스케일보다 제작에 손이 많이 가는 고급품이고요.
플레이트 아머의 가격에 대한 설명도 기억에 남습니다. 잔 다르크(1412~1431년)를 위해 급조된 이탈리아제 갑옷은 100리브르로서, 금화 백 닢에 해당됩니다. 이 시대의 금화 한 닢은 120만 원으로 환산할 수 있으므로, 잔 다르크의 갑옷은 1억 2,000만 원인 셈이지요. 다만 영웅을 위한 특제품, 게다가 특별히 서둘러서 만들었기 때문에 예외적이고, 그보다 50년 전의 기록에 나오는 판금 갑옷은 25리브르라고 되어 있기 때문에 이 기준으로는 약 3,000만 원입니다. 자동차 한 대 값 정도인데, 기사 전용 장비로 상위 계급의 필수품 중 하나였다는 걸 감안한다면 그리 비싼 가격은 아니네요.
당대 세계 최선진국이었던 중국의 갑옷 설명도 흥미로웠습니다. '보인갑'은 중국의 보병용 중장 갑옷의 총칭으로 10세기 송나라의 보인갑은 철제 갑엽을 엮은 라멜라였습니다. 금나라의 중장기병에 맞서는 송나라 중장 보병대를 위한 장비로, 최전선용 보인갑은 갑찰 1825장으로 전신을 감싸서 무게가 35kg이나 나갔습니다. 양산 체제도 갖춰져서, 직인 한 사람이 만들면 보인갑 한 벌을 완성하는 데 70~140일이 걸렸지만, 실제로는 분업화되어 이틀에 한 벌씩 생산이 가능했다네요. 당대 최고 장비 중 하나를 이 정도 속도로 생산했다는건 송나라가 선진국이라는 좋은 증거입니다.
이외에도 무기를 들지 않은 오른손으로 바이저를 올려 상대에게 얼굴을 보여주는 동작이 기사의 인사 = 군대의 경례의 기원이 되었다는 등 재미있는 정보가 가득합니다.
하지만 일본 갑주의 비중이 높다는 건 아쉬웠습니다. 일본 갑주에 대한 통사적 설명까지는 볼 만 했고, 아래처럼 "세인트 세이야"의 성궤 상자는 일본 갑주를 담는 상자의 형태와 비슷했다는 등의 정보는 재미있었습니다.
그러나 일본 갑주 제작 공정 중에는 갑옷의 강도를 확인하는 시험도 흔히 이루어졌고, 오요로이가 주류이던 가마쿠라 시대에는 이를 '다메시요로이'라 부르며, 후세다케노유미라는 강력한 복합궁을 쏘아 시험했는데 16~17세기에는 화승총으로 도세이구소쿠를 쏘는 '다메시구소쿠'로 변화했다는 등의 정보는 과하다 싶었어요. 이렇게까지 설명할 내용은 아니었다 생각되는데 말이지요.
도판도 나쁘지 않으나, 한 페이지로는 내용에 소개되는 모든 도판을 담지 못한다는 단점이 큽니다. 아래 난반도구소쿠는 뭔지 보여주지도 않더군요.
도판 크기도 작습니다. 오래전에 구입했던 DK 무기 백과사전을 일부 참조하며 읽었는데, 이 정도 사이즈는 되어야 명확하게 세부까지 확인이 가능했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래도 제목이 주는 기대에는 충분히 값하고, 재미도 있었기에 별점은 2.5점입니다. 이런 류의 서적과 정보에 관심이 있다면 한 번 읽어보셔도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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