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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2/22

모즈가 울부짖는 밤 - 오사카 고 / 김은모 : 별점 2.5점

모즈가 울부짖는 밤 - 6점
오사카 고 지음, 김은모 옮김/문학동네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킬러 '모즈'는 타겟 가케히를 죽이려다 가케히가 들고 있던 폭탄이 폭발하는 사고에 휘말렸다. 사고에 휘말려 죽은 피해 여성은 경시청 공안부 형사 구라키의 아내 다마에였다. 담당자였지만 가족이라 사건에서 배제된 구라키는 얻어낸 열흘간의 휴가를 이용해 사건 수사에 나섰다.

한편, 신가이 가즈히코는 호메이 흥업 조직원들에게 살해당했지만, 기억을 잃은 채 발견되었다. 호메이 흥업이 계속 그의 목숨을 노리는 와중에, 신가이는 자신의 과거를 찾기 위해 분투하여 결국 기억을 되찾았다. 그는 가즈히코가 아니라 동생 히로미이자 킬러 '모즈'였다. 

구라키, 모즈, 그리고 형사 오스기 등의 수사와 추적으로 폭탄 테러는 공안부장 무로이 때문이었다는게 드러났다. 무로이와 구라키의 아내 다마에는 불륜 관계였고, 방일하는 사르도니아 대통령을 테러하기 위해 가케히는 무로이를 협박해서 정보와 폭탄을 손에 넣으려 했었다. 무로이는 개인적인 복수심으로 이 협박에 흥했지만, 다마에가 폭탄을 이용해 가케히를 죽이려다 폭발에 말려든게 진상이었다...

오사카 고의 '모즈' 시리즈 첫 번째 작품입니다. 1986년에 출간된 작품이지요. 니시지마 히데토시와 가가와 데루유키 주연으로 드라마도 제작된 인기작입니다. 우리나라에도 10여년 전에 출간되었습니다. '일본 본격 미스터리 100선'에 선정되어 있어서 이전부터 관심이 가던 차에, 늦었지만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이야기는 기억을 잃은 킬러 신가이 가즈히코와 아내를 잃은 공안 형사 구라키 나오타케를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절벽에서 추락해 기억을 상실한 채 발견된 신가이는 아주 사소한 단서들을 토대로 과거를 찾아 나섭니다. 폭탄 테러로 아내를 잃은 구라키 형사는 독단적으로 수사를 진행하며 사건의 실체를 쫓고요. 이 두 사람의 이야기가 교차하며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굉장히 빠른 전개로 강한 흡입력을 보여줍니다. 지루함 없이 여러 사건이 속도감 있게 전개되고, 와중에 폭력과 액션도 넘쳐나서 오락적인 요소도 풍부하거든요. 사람도 여럿 죽어나가고요.

복잡한 이야기들이 얽히지만, 모두 '복수'가 중심이라는 점도 특이합니다. 구라키 형사는 폭탄 테러로 죽은 아내 다마에의 복수를 위해, 신가이(히로미)는 형 가즈히코의 복수를 위해 사건의 진상을 파헤칩니다. 흑막이자 원흉인 공안부장 무로이조차 사르도니아 대통령을 죽이려 했던 이유는 딸과 사위의 복수를 위해서였고요. 이렇게 작품 속 주요 인물들이 각자의 복수를 위해 움직이며 이야기가 전개되는건 신선했습니다. 

반전들도 인상적입니다. 첫 번째 반전은 기억을 잃은 신가이 가즈히코가 사실은 쌍둥이 동생 히로미였다는 것입니다. 히로미는 남성이지만 어린 시절 아버지에게 성추행을 당한 트라우마로 인해 여장을 하고 킬러로 살아왔다는데, 그의 정체가 밝혀지는 과정은 꽤 설득력 있습니다. 그가 신가이로 오인되는 과정도 합리적인 편이고요.

두 번째 반전은 구라키 형사의 아내 다마에가 사실 폭탄 테러의 범인이었다는 사실입니다. 다마에는 공안부장 무로이와 오랜 기간 불륜 관계였고, 이를 가케히에게 들켜 협박을 당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무로이가 폭탄을 가케히에게 주기로 했었습니다. 무로이는 사르도니아 대통령 에체베리아에게 개인적인 원한도 있어서 가능했지요. 그러나 다마에가 폭탄을 이용하여 협박자였던 가케히를 죽이려다 결국 자신까지 말려들게 되었던 겁니다.

그 외에도 구로키와 다마에 사이에 태어났던 딸이 사실은 무로이의 자식이었고, 무로이의 부하 와카마쓰가 호메이 흥업과 손을 잡은 악당이었다는게 밝혀지는 장면도 꽤 놀라운, 반전이라면 반전입니다. 이렇게 많은 반전들 모두가 명확한 근거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점도 마음에 든 점입니다.

하지만 단점도 존재합니다. 우선, 이야기 구조가 지나치게 복잡합니다. 구라키 형사의 수사와 신가이(히로미)의 추적, 그리고 흑막인 무로이 부장의 존재까지는 납득할 만하지만, 여기에 더해 무로이의 부하 와카마쓰 경시가 독단적으로 극우 폭력단 호메이 흥업을 조종했다던가, 감찰부의 쓰키 경시정이 부하 미키를 이용해 내부 감찰을 벌였다는 등의 이야기는 과한 느낌을 줍니다. 이들의 비중있는 등장은 오히려 서사를 복잡하게 만드는 요소였습니다. 특히 미키는 정말 불필요해서, 왜 등장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녀가 구로키에게 갖게되는 연심도 불필요한 요소였던건 마찬가지고요. 

또한, 이야기 전개도 이상한 부분이 있습니다. 우선, 호메이 흥업이 애초에 신가이를 살해하려 한 이유부터 명확하지 않습니다. 무로이 부장 측이 불륜과 테러의 증거 사진이 신가이에게 있을 것이라고 단정한 것도 불합리하고요. 피해자인 가케히가 설령 사진을 가지고 있었다 하더라도, 이를 신가이에게 넘겼을리는 없습니다. 그런데도 신가이(히로미)를 두 번이나 생포하여 사진의 위치를 추궁한다? 설득력이 부족합니다. 애초에 불륜 사진 확보 없이 가케히에게 사진과 폭탄을 전해준 것도 말이 안되지요. 외국 대통령을 대상으로 한 폭탄 테러라는 거대한 범죄가 벌어졌을 때, 그에 대한 증거가 되는 사진을 회수하지 못하면 빠져나갈 방법이 없는건 당연하니까요. 

구로키와 신가이 이야기가 교차될 때, 신가이 시점은 신가이가 살아난 다음부터 시작되지만 구로키 시점은 폭탄 테러 직후라서 시계열이 일치하지 않는데, 왜 이런 방식을 취했는지도 의문입니다.

결말도 아쉬운 점 중 하나입니다. 대단한 증거없이 무로이 부장의 자백으로 마무리되는건 허무하며, 길고 늘어지는 감도 있습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모든 주요 인물들이 차례로 등장하여 대단원에 이르는건 비현실적이었어요. 하긴, 형이 살해당한 그 장소에서 쌍둥이 동생이 사고를 당해 기억을 잃고 발견된다는 기본 설정부터 비현실적이긴 합니다만...

그래서 별점은 2.5점입니다. 단점도 많지만 긴장감 넘치는 전개와 강렬한 반전, 그리고 복수를 주제로 한 독창적인 이야기는 나쁘지 않습니다. 여러모로 인기를 끌만한 요소는 많아요. 무엇보다도 재미만큼은 확실하니, 킬링 타임용 작품을 찾는다면 한 번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본격 미스터리 100에 선정될만한 작품은 아닙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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