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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2/28

6시간 후 너는 죽는다 - 다카노 가즈아키 / 김수영 : 별점 2점

6시간 후 너는 죽는다 - 4점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김수영 옮김/황금가지

이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다카노 가즈아키의 단편집으로, 비일상적인 순간에 타인의 미래를 예지할 수 있는 대학원생 야마하 케이시의 능력을 핵심 소재로 한 다섯 편의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가장 큰 특징은 수록된 작품의 장르가 다양하다는 점입니다. "6시간 후 너는 죽는다"와 "3시간 후 나는 죽는다"는 시간 제한이 있는 서스펜스 스릴러물입니다. "사랑에 빠지면 안 되는 날"은 일상계 추리 판타지 드라마고요. "시간의 마법사"와 "돌 하우스 댄서"는 케이시가 주변 인물로 등장하며, 미래와 현실에 대한 고민을 담은 잔잔한 드라마입니다. 때문에 여러 취향의 독자를 만족시킬 수 있습니다.

하지만 추리 애호가 입장에서 기대에 미치지는 못했습니다. 추리적인 요소는 부족하고, 서스펜스 스릴러로는 뻔했던 탓입니다.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수록작별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6시간 후 너는 죽는다"

요시에는 케이시로부터 자기가 6시간 뒤 칼에 찔려 살해당한다는 예지를 들었다. 6시간 뒤는 요시에의 25번째 생일이었고, 마침 여성들이 생일에 칼에 찔려 살해당하는 연쇄 살인 사건이 일어나고 있던 참이었다. 요시에는 아르바이트를 하던 데이트 클럽에서 만났던 스토커가 범인일거라 생각하고 케이시와 함께 추적에 나섰다..

케이시의 첫 등장과 그의 능력에 대해 소개되는 시리즈 첫 작품입니다. 

살인이나 사고를 제한된 시간 안에 막아야 한다는 류의 '시간 제한 서스펜스 스릴러'는 매우 흔합니다. 하지만 이 작품, 시리즈만의 특징은 나름 확실합니다. 케이시의 예지 능력에 여러 제약이 있다는 점입니다. 그는 '비일상적인 순간'만 볼 수 있어 정확한 장소와 상황을 알기 어렵고, '시간'도 예지된 장면 속 시계를 봐야만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제한이 있기 때문에 죽음을 피하려는 노력은 좌충우돌할 수밖에 없고, 이는 서스펜스를 자아내는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하지만 스릴러로서는 아쉬운 점이 많습니다. 스토커 누마타가 범인이 아니라면, 용의자가 극단적으로 줄어드는 탓입니다. 유력한 용의자는 예지를 핑계로 요시에와 함께 행동하는 케이시인데, 케이시의 예지 능력은 '진짜'라는 설정이 맨 앞에 추가되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피해자인 데이트 클럽 여성들의 신상 정보를 알고 있는 사람이 범인인데, 데이트 클럽 사장은 체포되어 구속되었으니 이 정보를 아는 건 경찰 사와키밖에 없습니다. 즉, 그가 범인인 것이지요. 너무 뻔해서 의외성이나 재미를 주기는 힘들었습니다. 마지막에 '방탄, 방인조끼'를 입고 반격을 가한다는 반전도 마찬가지로 뻔했습니다.

그래서 별점은 2점. 예지 능력이 등장하는 도입부는 신선했지만, 평범한 시간 제한 스릴러와 크게 다르지 않아서 흥미를 끌기에는 부족했습니다.

"시간의 마법사"

"미쿠짱은 할 수 있으니까. 아무리 힘들어도, 분명 이겨낼 수 있어. 지금은 아직 때가 아니지만 마음으로부터 웃을 수 있는 날은 꼭 오니까, 그날을 믿고 힘내는 거야."

플롯 라이터 미쿠는 극작가로 성공을 꿈꾸지만, 기약없는 데뷰와 고된 생활에 지쳐갔다. 어린 시절의 행복을 떠올리고자 오랫만에 고향을 찾았다가, 20년 전 자신을 만나 하루를 함께 지내게 되었다..

일종의 타임 리프, 타임 슬립물입니다. 본인은 아무 기억이 없지만, 20년 전의 잃어버렸던 하루를 20년 뒤 다시 보내게 된다는 내용이지요. 미쿠가 현실의 벽에 부딪히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자신의 행복을 찾아간다는 잔잔한 일상계 드라마로 케이시는 순전히 주변 인물로 등장하며, 예지 능력은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습니다. 이런 작품도 잘 쓰는 작가라는 걸 처음 알았네요.

추리 애호가로서 특별히 점수를 줄 부분은 없지만, 희망찬 미래를 품고 살아가야 한다는 주제는 잘 전달해 주는 작품입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사랑에 빠지면 안 되는 날"

남자를 숱하게 사귀고 헤어짐을 반복하던 미아에게 케이시가 "수요일에는 사랑에 빠지면 안 된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그날 미아는 사고로 누군가 죽는 장면을 목격한 뒤, 지나가던 야마기시 신고에게 도움을 받고 그와 사랑에 빠졌다. 그러나 신고는 점점 이중인격과 같은 모습을 보이고, 퇴마 성수를 이용하여 이를 해결하려던 미아는 신고를 영원히 잃고 마는데..

미아는 당시 사고에서 죽은 남자가 신고에게 빙의했다고 생각해서 그를 물리치려고 퇴마 작업을 벌였습니다. 그런데 신고에게 죽은 남자가 빙의했던 것이 아니라, 신고가 죽은 남자였다는 반전이 인상적입니다. 신고의 혼이 '스즈키 히로시'라는 남자에게 빙의했던 것이지요. 신고는 미아가 벌인 퇴마 작업으로 영원히 떠나버리고 말고요

신고의 정체에 대해 밝혀지는 과정에서 추리물적인 성향이 살짝 보이기는 하지만, 일상계 판타지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기대했던 장르물은 아니었지만, 재미있는 아이디어가 돋보여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돌 하우스 댄서"

프로 댄서를 꿈꾸는 미호는 계속해서 오디션에 떨어져 좌절하던 중, 자신이 접하는 현재를 어디선가 보았다는 기시감을 느끼게 되었다. 기시감은 어린 시절 찾았던 '돌 하우스' 때문이었다. 그곳에는 자신의 현재를 담은 인형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시간의 마법사"와 똑같은 잔잔한 일상계입니다. 현실의 벽에 부딪히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자신의 행복을 찾아간다는 내용도 비슷하고요. 하지만 "시간의 마법사"와는 전혀 다른게, 미쿠는 극작가로서의 미래를 포기하지는 않았습니다. 분명 좋은 날이 올 거라면서요. 하지만 미호는 댄서로서의 꿈을 포기하고 평범한 여성으로서의 행복을 찾기로 결심한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 것이 최고의 행복."이라는 대사가 이 작품을 대표하는 메시지지요.

개인적으로는 하고 싶은 일에서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시간이 흐르면 인생은 올바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평범한 삶 속에서도 행복을 찾는게 더 중요하다는 "돌 하우스 댄서"가 주는 감동이 더 강렬했습니다. 꿈을 쫓는 삶을 살기에는 제가 나이가 많은 탓이겠지요.

케이시는 이름만 언급될 뿐 등장하지 않아서 연작물로서의 가치는 다소 낮지만, 좋은 작품입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3시간 후 나는 죽는다"

"6시간 후 너는 죽는다.(이하 "6시간 후...")" 사건 5년 후, 요시에가 일하던 예식장에 케이시가 하객으로 찾아왔다. 그리고 케이시는 자신이 3시간 후 죽는다는 예지를 보았고, 이야기를 들은 요시에는 케이시의 죽음에 이르는 사고를 막기 위해 분투하게 된다...

케이시와 요시에가 또다시 생존을 위해 시간 제한이 있는 사건 해결에 나선다는 내용으로 "6시간 후..."의 진짜 후속편에 해당합니다.

"6시간 후..."처럼 예지 능력의 제약을 잘 활용해 서스펜스를 제공한다는건 같은데, 후속편답게 조금 업그레이드된 서스펜스를 제공합니다. 이번에는 시간과 '불에 타 죽는다'는 상황만 알 수 있거든요. 왜 불에 타 죽는지 조차 알 수 없고요. 또 토도 교수의 은퇴식 피로연장에서 죽게 되는데, 그 자리에는 백 명이 넘는 사람이 있어서 더 큰 긴장감을 가져다 줍니다. 예지와 식장의 상세한 조사를 거쳐 폭발 사고가 일어난다는 사실을 알아냈지만, 이를 밝히고 도움을 얻는건 불가능한 상황도 서스펜스를 극대화시키고요.

계속 "운명을 바꿀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도 좋았습니다. 케이시는 정해진 운명은 바꿀 수 없다며 3시간 후 반드시 죽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그러나 미오는 사랑하는 사람을 살리기 위해 총력을 기울여 미래를 바꾸는 데 성공하지요. 요새 작품이라면 '멀티 버스'라고 부를, 평행 우주의 다른 루트로 옮겨 탄 결말인데, 뻔했지만 완벽한 해피엔딩이라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하지만 작품의 완성도는 많이 부족합니다. 토도 교수의 자살을 저지하기 위해 경찰이 발포했고, 총알이 운 나쁘게 복도의 가스통을 맞춰서 폭발하게 된다는 상황부터 어처구니 없었어요. 게다가 이는 사전 조사로는 도저히 알 수 없는 사고라, 시간 제한 서스펜스를 근본부터 흔드는 잘못된 설정이었다 생각합니다.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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