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살인을 저질러왔던 변호사 아키라는 어느날 '괴물 나무꾼'의 가면을 뒤집어 쓴 괴한에게 공격을 받고 중상을 입었다. 그리고 입원한 병원에서 자신의 머리 속에 '칩'이 삽입되어 있다는걸 알게되었다. 칩은 뇌를 건드려 평범한 인간을 사이코패스로 만들었고, 이는 아키라를 과거에 납치했던 토마 부부의 실험에 의한 것이었다.
괴한의 공격으로 칩이 망가진 아키라는 서서히 인간성을 되찾았고, 칩 이식 수술을 받아 사이코패스가 된 사람들을 죽이고 다녔던 괴물 나무꾼의 정체를 깨닫게 되는데...
기괴하고 변태적인 상상력의 영화로 잘 알려진 미이케 다카시 감독의 넷플릭스 전용 영화입니다. 어딘가의 추천을 읽고 감상하게 되었습니다.
흔해빠진 사이코패스물에 변주를 가한 설정은 괜찮습니다. 주인공 아키라 등 어릴 적 토마 부부에게 유괴당했던 아이들은 부부에 의해 모두 뇌에 ‘칩’을 삽입당했고, 칩이 뇌간을 건드려 감정과 공감 능력을 차단했기 때문에 모두 사이코 패스가 되었다는 설정입니다.
토마 부부의 아들이 선천적인 사이코패스였고, 그 아들을 치료하기 위해 사이코패스를 만들었다는 동기도 설득력있습니다. 만들줄 알아야, 부술 수도 있다는 논리인데 그런대로 와 닿았어요.
아키라가 저지른 살인들에 대한 묘사, 사이코패스 아키라에 대한 표현도 좋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 이후부터입니다. 영화는 ‘괴물 나무꾼’의 정체를 쫓는 미스터리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정작 추리적인 재미는 거의 느껴지지 않습니다. 등장인물 수가 많지 않기 때문에 범인은 앞서 등장한 인물 중 하나일 수밖에 없고, 결국 켄모치가 범인으로 밝혀지지만, 이를 뒷받침할 만한 설득력 있는 복선이나 서사적인 개연성은 부족합니다. 사실상 유일한 단서는 켄모치가 이누이 형사에게 폭행을 당하면서 머리를 부딪힌 장면뿐인데, 이로 인해 뇌에 삽입된 칩이 고장나고, 그로 인해 인간성을 되찾았다는건 잘 연결되지 않습니다.
게다가 인간성을 되찾은 그가 자신과 같은 실험체들을 죽인 이유도 영화가 끝날 때까지 제대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이렇게 범행 동기가 모호해서 관객이 범인을 추론하거나 납득하기 어려운 탓에, 후더닛(whodunit) 형식으로서도 완성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켄모치는 죽었지만, 켄모치와 아키라의 사투 중에 아키라가 자기 아버지를 살해한 사이코패스라는걸 알게 된 아키라의 약혼녀가 그를 살해한다는 결말도 시시하고 허무합니다.
설정상의 허점도 눈에 띕니다. 아키라는 자신이 뇌 수술을 받았다는 사실조차 전혀 인지하지 못한 채 살아왔는데, 아무리 어렸어도 그런 수술을 받았다는건 충분히 기억하거나 인지할 수 있는 나이였습니다. 설득력이 부족해요. 또 켄모치가 왜 하필 ‘괴물 나무꾼’이라는 복장과 설정을 선택했는지에 대해서도 아무런 설명도 없고요.
사이코패스인 아키라의 친구 스키타니나 프로파일러인 토시로 란코는 서사에 거의 기여하지 않아서 굳이 등장하지 않아도 무방합니다. 이런 요소들은 시나리오의 정교함이 부족하다는 인상을 줍니다.
사이코패스를 인공적으로 만들어낸다는 설정 자체는 흥미롭고, 살인 장면들이 풍기는 감정의 결핍이나 공허한 분위기는 미이케 다카시 감독 특유의 연출력이 느껴지긴 합니다. 하지만 스릴러로서도, 미스터리로서도 설득력이 약하고, 연출과 구성도 허술해서 좋은 점수를 주기는 힘드네요. 별점은 1.5점입니다. 추리적인 재미를 기대하신다면 추천드리기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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